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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심리학 - 김경미 시인이 띄우는 심리학 편지
김경미 지음 / 교양인 / 2010년 9월
평점 :
이 책은 존재 그 자체가,
그밤에 알게 된 이 책의 출간 소식 그 자체가, 내게는 커다란 위안이자 축복이었다.
무척 힘든 밤이었다.
가만히 누워 있어도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 베갯잇을 흥건히 적시던...
그러다가 문득 폰을 집어들고 인터넷 검색창에 '김경미'라는 이름을 입력해넣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평소에 힘들고 지칠 때 김경미 시인의 시집을 찾던 버릇 때문이었는지도...
불이 꺼진 캄캄한 방 안에서 다시 불을 켜고 시집을 꺼내는 대신 인터넷으로 시인을 만나고 싶었던 건지도...
그렇게 '김경미'를 검색한 화면에는 평소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책 제목이 눈에 띄었다.
바로 이 책, 『행복한 심리학』.
산산이 부서져내린 심장의 파편들이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아 극심한 고통에 잠도 이루지 못하며 울기만 울었던 그 밤에,
내게 찾아온 우주의 선물 같은 존재.
(내게는 그만큼 큰 존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경미 시인이.)
'이 밤, 내가 이렇게 아픈 줄 어떻게 아시고, 내 앞에 이런 위로의 선물을 내려주셨을까!!'
이 책은 KBS 1FM '출발 FM과 함께'의 '행복한 심리학' 코너에 방송되었던 원고들을 모아 펴낸 것이라 한다.
김경미 시인이 방송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워낙 라디오를 듣지 않는지라 시인의 원고로 방송되는 라디오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책을 통해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방송 원고다 생각하고 글을 읽으려니 내가 들어본 예쁜 라디오 진행자의 목소리로 음성 지원이 되는 것처럼, 그렇게 마치 라디오 듣는 것처럼 읽히기도 했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주는 목소리가 경쾌하게 읽어주는 심리학 관련 글들.
시인은 수많은 심리학 관련 서적에서 참고한 여러 학설들에 일상의 일화들을 더해 가볍고 재미있는 심리학을 들려준다.
가끔은 위로도 가끔은 조언도 가끔은 제안도...
내가 힘들 때마다 내 마음 어루만져주는 그런 글들이 담긴 시집과의 만남하고는 확실히 다르지만,
이 책을 통해 재미있고 흥미로운 심리학 이야기를 많이 만날 수 있어 즐거운 만남이었다.
(그리고 앞서도 말했지만, 이 책은 마침 그날 밤 내게 찾아와준 것 자체가 내게는 크나큰 선물!!)
시인의 다음 책은 또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시인이 더욱 그리워지는 밤이다...
(……)
완전히 매듭지었다 싶은 일은 기억에서 편안히 놔버리거나 지워버리는 것이죠.
이런 현상을 바로 그 심리학자 자이가르닉의 이름을 따서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t)'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사랑도 이뤄진 사랑보다 이루지 못한 사랑을 더 오래 기억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런 기억이 너무 오래 간다는 건 자신을 너무 오래 불편하게 만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루지 못한, 이뤄지지 않은 사랑도 소중하겠지만 자기 마음을 너무 오래 힘들게 하는 것도 자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행복해지기 위해선 때로 마음을 억지로라도 완전히 매듭지을 줄 알아야겠습니다. _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