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리에트가 웃는다
엘자 샤브롤 지음, 이상해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쥘리에트가 웃었다.

쥘리에트와 함께 나도 웃었다. 오랜만에, 책 읽으며 킬킬거렸다.

 

책 소개를 읽고, 느낌이 왔다. 이 책, 왠지 유쾌하겠군!

 

 

"피에로가 떠나요? 왜 떠난대요?"

"여자를 찾고 싶답니다."

 

근육질 거한에 나이는 마흔일곱 살이지만 산골 오지인 풀리주악 마을에서는 가장 어린 '꼬맹이' 피에로. 틈만 나면 모든 것을 고치고, 설치하고, 특히 운전을 해서 장을 봐주는 이 녀석, 착하고 듬직한 이 녀석이 떠나면 노인들만 남아서 어떻게 산담? 열 명뿐인 마을사람들은 피에로를 붙들어두기 위해 비밀리에 색싯감을 찾기 시작하는데, 그녀는 피에로를 사로잡을 만큼 예뻐야 하지만 다른 홀아비들의 가슴에 불을 지필 정도로 너무 예뻐서는 안 되고, 훌륭한 친구로 삼을 만큼 똑똑해야 하지만 피에로가 열등감을 느낄 수준이어서는 안 되고, 피에로만큼 착해야 하지만 물러 터져서도 안 된다.

거참 간단하군, 마을에서 가장 지혜로운 이 쥘리에트가 나서야겠어!

시간이 멈춰버린 마을에서 드디어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백한 살 독신 노부인 쥘리에트를 웃게 만든 풀리주악의 연애시대.

 

 

이야기의 배경은 프랑스의 오지 마을 풀리주악. 이곳도 한 때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곳이었으나, 이제는 백한 살 노부인 쥘리에트부터 마흔일곱 살 꼬맹이 피에로를 포함해 열 명 남짓한 사람들만이 남은 초고령화 마을이 되어버렸다. 미리 만들어둔 무덤 석판에 새겨진 날짜를 한참 넘기도록 살아 있는 쥘리에트를 중심으로, 식료품 가게 주인(이었던) 리폴랭과 지네트, 쥘리에트의 집에 들러 청소와 요리를 해주는 오렐리, 풀리주악을 망하게 할 3대 재앙(전쟁, 콜레라, 그리고 그녀)인 오렐리의 모친 비베트, 쥘리에트의 집과 발코니를 마주한 방귀쟁이 로베르, 숫처녀로 죽을까봐 두려운 여든여덟 노처녀 '두더지' 레오니, 은퇴 후 여생을 보낼 마을로 풀리주악을 선택 해 이사온 프란츠와 마르틴 부부, 마을의 유일한 '젊은이'이자 마을의 든든한 기둥 피에로 등. 이들이 펼치는 풀리주악의 새로운 연애시대가, 요즘 내 마음에 잔뜩 드리웠던 먹구름을 거둬가고 짱짱한 햇빛을 내쏘아 주었다. 아아, 재미나!!!

('프랑스 소설'이라는 건 방금 리뷰를 쓰기 위해 저자 프로필을 검색하던 중 알게 되었는데, '프랑스 소설'이라면 왠지 어렵게만 느껴져 지레 피하던 나였건만, 오홋, 요렇게 재미난 책을 만나고 보니, 앞으로는 '프랑스 소설'이라도 미리 겁먹고 도망 가지만을 않을 듯!)

 

폴리주악의 어르신들이 꼬맹이 피에로를 마을에 붙들어두기 위해 펼치는 007작전과 같은 '러시아 처녀 타티아나 모시기', 그리고 그와 함께 점점 마을에 드리워지는 (가끔은 '소돔과 고모라'라는 표현도 등장하게 되는) 화기애매한(?) 분위기는, 정말이지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유쾌하게 만들어주었다. 제목처럼, 자꾸, 웃는다. 아아, 어쩌면 좋아, 너무나 사랑스러운 풀리주악의 연애시대!

 

요즘, 감정의 롤코를 타느라 책을 영 제대로 읽고 있지 못한데, 간만에 한 권 완독! 그것도 아주 유쾌하고 신나게!

요 사랑스럽고 애정 돋는 풀리주악 마을 사람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참, '한국출판문화대상 번역상 수상'에 빛나는 이상해 님의 번역 역시 감탄이!

 

"근데 피에로 짝이 될 여자는 어디 있나?" 방귀쟁이가 물었다.

"아, 제발 깝치지 좀 말아요!" 오렐리가 면박을 줬다.

 

ㅠ_ㅠ 아아, (내가 많은 책을 읽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책에서 '깝치다'라는 요런 표현 처음 만나 봄!

'깝치지 좀 말아요'!! (비록 비속어이지만) 정말 살아 팔딱대는 번역이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책이 시종 유쾌할 수 있는 건, 원작의 힘은 물론이지만, 번역자의 힘 또한 크게 한몫 하는 것이지.

 

이 가을,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는 우울의 동지들,

<쥘리에트가 웃는다> 읽으며 함께 웃어 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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