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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평점 :
알라딘에서 <강남몽> 연재 기념으로 황석영 작가와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행사가 있었다.
낮에는 함께 지리산을 걷고, 저녁에는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갖고 <강남몽> 연재 독자들과 대화도 나누었다.
그게 지난해 겨울 초입 쯤이었으니,
황석영 작가와 함께 지리산을 걷고 두 계절이 지난 뒤, 드디어 책으로 나온 <강남몽>을 만났다.
연재 당시, 앞부분의 박선녀 이야기만 며칠 읽었을 뿐이어서, 이 책 속에 과연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인가 무척 궁금했다.
역시 황석영,이라는 탄성이 절로 터져나왔다.
소설의 시작은 1990년대에 있었던 한 백화점의 붕괴사건이었다.
강남에 자리하고 있던 한 대형 백화점이 순식간에 폭삭 주저앉았다. 엄청난 수의 사상자를 내며 전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사건이었다. 하지만 '(내게 일어나지 않은) 타인의 일'이라는 게 그렇듯이 내 기억속에서는 어느새 희미해져간 사건이기도 했다.
그 사건을 황석영 작가가 소설 속으로 불러내온 것은, 단순히 그때의 그 백화점 붕괴 사건을 기록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백화점 붕괴,라는 어마어마한 사건의 이면에는 멈출 줄 모르고 숨가쁘게 달려온 우리나라의 자본주의 형성사가 담겨 있었다.
시작은 1995년이지만, 이야기는 3.1운동부터 한국전쟁 등을 거쳐 1990년대까지 종횡무진 기록한다.
백화점 붕괴 사건으로 인해 이 모든 이야기가 풀려 나오지만, 또한 백화점 붕괴 사건은 단지 이 역사들을 끌어내기 위한 장치였을 뿐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끊임없이,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 같다.
하지만, 대단하다고 연신 감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좀 어렵고 지루하게 읽혔다.
이야기 자체는 '지루함'과는 오히려 거리가 멀지 않았을까? 긴박감과 속도감이 있는 전개였는데, 자본주의니 근현대사니 이런 것에 눈이 어두운 무지몽매한 독자인 까닭에 그 이야기 속에 빠져들지 못 했던 것 같다.
강남夢,에서 앞의 두 자는 빼고, 뒤의 한 글자만 쏙 빼와서,
夢롱하게 꿈 속을 걷다가 깬 기분이다.
내겐 너무 어려웠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