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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언제부터 거미를 무서워했어?
ㅡ 오래됐어.
ㅡ 근데 왜 내가 몰랐지?
우리는 그곳에서 함께 성장했는데도 단이가 거미를 그리 두려워하는 줄을 나는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ㅡ 모를 수밖에.
ㅡ 응? 무슨 큰 비밀이었어?
ㅡ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모르는 거야.
거미를 밟을까봐 두려워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단이의 등을 어둠 속에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너.는.나.를.사.랑.하.지.않.으.니.까, 라는 말이 낙숫물처럼 내 가슴속에 똑똑 떨어졌다. (42)
ㅡ 저 잘 지내요. 어젯밤엔 너무 깊이 잠들어서 전화벨 소리를 못 들었어요. 아버진요?
ㅡ 나도 잘 지낸다.
나.도.잘.지.낸.다, 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종소리처럼 내 마음 안에서 울려퍼졌다. 나도 잘 지낸다는 평범한 말이 이렇게 큰 울림을 가지고 다가올 줄이야. 소식이 끊긴 미루가 나.잘.지.내, 라고 전화해주었으면. 나날이 수척해지고 있는 그가 나.잘.지.내.고.있.어, 라고 해주었으면. 나는 수화기를 든 채 아버지의 숨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나.잘.지.내.고.있.어, 라는 이 평범한 말을 단이에게서 들을 수 있다면. (274)
나.잘.지.내.고.있.어.요.
그.대.도.잘.지.내.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