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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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에 앞서 책날개에 적힌 작가 소개글을 읽다가 놀랐다.

'생애 다섯 번째 자살 기도에서 서른아홉 살의 나이로 사망'하다니. 뒤의 작품 해설에는 그의 '자살 시도기'가 조금 더 세세하게 나와 있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그는 정말 끊임없이 자살을 기도한다. 도대체 왜인지, 이 책을 읽으면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될까?

 

익살로 자신을 무장하고 절대 가면을 벗지 않는 한 남자의 세 장의 사진과 세 편의 수기 이야기이다.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절대로 익살꾼의 가면을 벗지 않는 이 남자 요조의 내면이 꼼꼼히 기록되어 있는 수기는 어딘가 섬뜩하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하고 힘겹기도 하고, 그리고 공감이 갔다. 뜻하지 않은 순간에 뜻하지 않은 문장에서 문득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일은, 느낌이 묘하다. 반갑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복잡미묘한 느낌. 나조차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내 자신의 모습과 만나며 나에 대해 돌아볼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은 책 읽기가 주는 아주 귀중한 선물이다.

 

아아, 인간은 서로를 전혀 모릅니다. 완전히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고 평생 믿고 지내다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상대방이 죽으면 울면서 조사(弔詞) 따위를 읽는 건 아닐까요.(92)

 

내가 감췄기 때문에, 혹은 나는 보여줬지만 상대방이 그렇게 보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결국은 서로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잘 안다는 듯이 이어져가는 인간 관계. 나의 세계는 도대체 어떻게 되어 있을까. 나는 얼만큼 가면을 쓰고 사람들 앞에 있는 것일까. 내가 보여주는 진실을 혹은 거짓을 사람들은 정말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 그대로 보는 것일까? 또한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은, 내가 정말 '알고' 있는 것일까? 아니, 굳이 정말 알려고 하지 않는다면 지금 아는 그만큼으로도 충분하겠지. 서로에게 보여지는 그 만큼으로, 익살꾼이면 익살꾼이게, 쓸쓸하면 쓸쓸하게.

 

이 책을 읽다가 그만, 나도 나를 참 많이 감추며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내가 익살꾼의 가면을 쓴 요조처럼 느껴져 내면이 혼란스러워졌다. 나는 나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한 인간이니까. 일기장에도 내 마음을 숨기고 아닌 척, 안 그런 척 쓰는 인간이니까. 내가 아니라고 믿으면 진짜 아닌 줄 알고는, 바보처럼.

 

오전에 이 책을 읽고는 예상하지 못한 심란함에 빠져 있는 오후다.

무기력해졌다. 머릿속은 분주해졌지만, 복잡하고 싶지 않아 그만 둔다.

생각하지 않는 인간이야 말로, 인간 실격,이라고 내 자신에게 눈을 흘기면서도...

 

아, 그래서 생애 다섯 번이나 자살을 기도한 이유를 알 것 같았느냐면,

글쎄, 이처럼 끊임없이 심오한 생각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얼핏 들긴 했다.

잘 모르겠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다섯 번이나 스스로의 목숨을 내던져버린 사람의 심정을 내가 어찌.

 

 

_ 서로 속이면서, 게다가 이상하게도 전혀 상처를 입지도 않고,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정말이지 산뜻하고 깨끗하고 밝고 명랑한 불신(不信)이 인간의 삶에는 충만한 것으로 느껴집니다.(27)

 

_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 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133~134)

 

_  만화가. 아아. 그러나 나는 큰 기쁨도, 큰 슬픔도 못 느끼는 무명 만화가. 나중에 아무리 커다란 비애가 찾아올지라도 상관없다. 거칠고 큰 기쁨을 맛보고 싶다.(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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