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9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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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올해 독서 목표를 고전 100권 읽기로 정하면서,

그 덕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만나보게 되었다.

('고전 읽기'를 결심하지 않았다면 내가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손을 뻗을 수 있었을까...)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지루했다.

바로 얼마 전에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그런 느낌을 살짝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한 권도 만나본 적이 없으니 어떤 글일지 짐작가는 바도 없었는데,

4대 비극을 모두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 잠시 고민에 빠진다.

 

웅장하고 무겁고 남성적인 느낌이 강해서, 그걸 받아들이기에 나는 좀 작았다(? 뭐랄까, 사자를 바라보는 쥐가 된 것 같기도 한. 아무튼 내가 작아지는 그런 느낌이 조금 있었다).

등장인물도 많아서, 누누이 말하지만, 인물 관계 파악을 못 해 그냥 '맥베스와 그 외 인물'로 처리하고 읽었다.

인물 관계 파악 잘 하고 등장 인물 제대로 외우는 능력을 좀 키워야 할 것 같다. 나의 책 읽기에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래도 내가 드디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는다는 뿌듯함과(아마 이 뿌듯함은 고전 100권을 읽는 내내 가지지 않을까 싶다. 초보자의 입장에서, 고전 읽기의 커다란 매력인 것 같다. '나도 드디어!!'라는 자기 만족 말이다.) 중간중간 옮겨 적지 않고 못 배기게 만드는 문장들 덕분에 이 책과의 만남이 그리 나쁘진 않았다.

그리고 아마도 또 그런 것들을 위해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들도 다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옮긴이의 '작품 해설'에 보면 '극이 끝났을 때 우리의 마음에 남는 것은 거듭되는 살인이 아니라, 악행을 쌓아올려 그 무게로 양심의 힘을 누르려는 과정에서 고통받는 맥베스의 고귀한 인간성이다'라고 씌여 있는데, 애석하게도 '극이 끝났을 때' 내 마음에 남은 것은 '거듭되는 살인'이었다. 맥베스의 고귀한 인간성까지는 미처 느끼지 못 했다.

그러므로 이 책도 결국 언젠가는 다시 읽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다시 읽으면 맥베스의 고귀한 인간성을 느낄 수 있으려나.

 

 

 

_ 쏜살같은 목표는 행동이 없으면 절대 잡지 못하는 법. 바로 이 순간부터 마음에 떠오르는 것들은 곧바로 손으로 갈 것이다. 그래서 바로 지금 생각에서 행위로 보답하기 위하여 내 생각을 실천하자.(95)

 

_ 환자는 어떻소, 전의?

_ 병환이 아니라 빽빽이 밀려오는 환영에 시달려 휴식을 못 취하십니다.

_ 그걸 고치라니까. 전의는 마음 아픈 사람에게 약을 주어 기억 속에 뿌리 박힌 슬픔을 뽑아내고 뇌수에 각인된 고통을 지우며 감미로운 망각의 해독제를 사용하여 왕비의 심장을 짓누르는 위험한 것들을 답답한 가슴에서 못 씻는가?

_ 그 일은 환자 스스로 해야만 합니다.

_ 의술은 개 한테나 던져줘라. 난 안 가져―(120)

 

_ 내일과 또 내일과 그리고 또 내일은 이렇게 옹졸한 걸음으로 하루, 하루, 기록된 시간의 최후까지 기어가고, 우리 모든 지난날은 바보들의 죽음 향한 길을 밝혀주었다. 꺼져라, 짧은 촛불! 인생이란 그림자가 걷는 것, 배우처럼 무대에서 한동안 활개치고 안달하다 사라져버리는 것, 백치가 지껄이는 이야기와 같은 건데 소음, 광기 가득하나 의미는 전혀 없다.(124)

 

_ 눈 앞의 공포보다 끔찍한 상상이 더 무서운 법이다.(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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