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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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대한 명성을 지닌 책을 이제서야 만나보았다.

(앞으로 이런 말 수도 없이 하게 될테지만...)

 

피츠제럴드의 단편선을 한 권 읽어본 적이 있긴 하지만('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한창 유행할 때, 그 단편이 실린 소설집을 읽었더랬다)

그 한 권으로 내가 피츠제럴드라는 작가를 제대로 파악했을리는 없고,

그러니 피츠제럴드 소설의 주제가 남녀의 사랑과 물질적 성공에 치우쳐 있다는 사실 또한 전혀 몰랐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제목 때문에(제목이 어쨌기에? 아마도 + '고전'이라는 생각 때문에) 철학적 내용이 가득한 아주 어려운 책일 거라고 생각을 해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아, 사랑 이야기였다니!

진작 알았다면 좀 더 일찍, 아니면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이 책 만날 수 있었을 것 같아 그동안 두려워한 시간이 조금은 아쉽다.

 

사랑 이야기여서 마음이 한결 편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주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다.

사랑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꽤 여러 쪽을 힘겹게 넘긴 데다,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얼마 안 되는 등장 인물을 자꾸 헷갈려 한 탓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머릿속에 별빛이 스며드는 듯한 문장들을 많이 만나 행복했다.

얼마 전에 읽은 소설 속에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본마다 모두 찾아 읽는 사람이 있었는데, 나도 그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 번역자들이 이러저러한 문장들을 어떻게 옮겨 놨을지, 조금조금의 차이에 따라 문장의 느낌이 얼마나 다를지 느껴보고 싶어졌다.

 

지금 또 책을 이리저리 뒤적뒤적 하고 있으려니, 다시 읽고 싶어졌다.

위대한 책들은 그런 힘이 있나보다. 한 번 읽고 그저그랬는데 싶다가도 이내 또 펼쳐보고 싶어지는.

형씨, 우리 나중에 다시 한번 만나자고요~!

 

 

_ 나는 이제 서른 살이 되었다. 내 앞에는 불길하고 위협적인 또 한 차례의 십 년이 펼쳐져 있었다.

…… 서른 살―고독 속의 십 년을 약속하는 나이, 독신자 수가 점점 줄어드는 나이, 야심이라는 서류 가방도 점점 얄팍해지는 나이, 머리카락도 점점 줄어드는 나이다.(192~193)

 

_ 어느 날 아침 나보다 늦게 이사 온 누군가가 나를 붙잡고 길을 물었을 때는 하루 이틀쯤 그렇게 쓸쓸하게 보내고 있던 차였다.

"웨스트에그에는 어떻게 갑니까?" 그는 막막하다는 듯이 물었다.

나는 그에게 길을 가르쳐주었다. 그러고 나서 계속 걸어가다 보니 더 이상 외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안내자요 길잡이이며 초기 개척자였던 것이다. 뜻하지 않게 그 사람은 내가 이 마을의 한 식구가 되었음을 알려준 것이다.

그래서 폭발하듯이 돋아나고 있는 나무 잎사귀와 햇살을 바라보며―영화에서 사물들이 쑥쑥 자라듯이 말이다―나는 여름과 함께 삶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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