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박철 옮김 / 시공사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989년에 삼성당에서 나온 '글로리아 세계문학대전집'으로 읽었는데 책을 찾을 수가 없어서...)

 

돈키호테,

드디어 다 읽었다!

처음 잡은 게 작년 10월인가 11월이었는데, 완독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무척이나 재미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다른 책 읽느라 계속 밀려서, 엄청 띄엄띄엄 읽었다.

그래도 정말 생각 외로 엄청 재밌었다.

 

고전이라고 하면 딱딱할 것 같고 어려울 것 같아서 잘 안 읽게 되는데,

어떤 책에도 보니 '돈키호테'가 꼭 읽어야 할 고전 1순위로 꼽히는 바람에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겁을 먹고 피하는 책인 것 같아 아쉽다고 씌여 있었다.

그 말이 나와 돈키호테를 만나게 해 주는 큰 역할을 했다.

그 즈음 읽던 책들에 돈키호테가 자주 언급되기도 해서, 이제는 우리가 만나야 할 운명같은 시간이군, 이라고 생각하고 펴들었던 게 몇 달 전.

 

몇 달 동안 돈키호테와 함께 기사 여행(?)을 떠났던 감상은, 한 마디로 정말 유쾌했다!

나는 무언가에 미친 사람이 좋다.

미쳤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 한 사람은 진정으로 무언가를 사랑해보지 않은 것이라는 비슷한 말을 본 적이 있는데,

음악에 미친 사람, 책에 미친 사람, 차에 미친 사람, 꽃에 미친 사람, 운동에 미친 사람, 여행에 미친 사람, 향수에 미친 사람,

어디에건 미친 사람들은 무언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 그러므로 인해 자신의 삶을 누구보다 더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돈키호테는 기사에 미친 사람! 기사담에 미쳐 거기에 자기의 삶을 완전히 일치화 시켜버린, 정말 단단히 미친 사람이다.

남들은 미쳤다고 손가락질 할지 몰라도, 나는 돈키호테가 부럽고 또 부러웠다.

무언가에 단단히 미쳐 거기에 오로지 빠져 들 수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나를 미치고 싶게 만들어 준 책,

산초 판사와 같은 동반자를 그리워하게 만들어 준 책,

고전의 위대함에 다시금 고개를 끄덕이게 해 준 책.

돈키호테와의 만남은 정말 행복했다.

 

나는, 무엇에 미쳐볼 수 있을까...?

 

 

_ 불행이 별들의 물꼬를 터놓아 하늘에서 사정 없이 마구 쏟아질 때, 지상에 이를 막을 자 그 누구며, 미리 예방할 재주를 가진 자 그 누구란 말인가? 그 뉘라서 꿈엔들 생각했으랴.

 

_ 연애란 날기도 하고 걷기도 하는 것이랍니다. 벼락같이 뛰어가는 사람, 늑장부리는 사람도 있고, 한편에선 심드렁한데 저쪽은 화끈 달아오르기도 하고, 이편은 상처만 주는데 저편은 죽이기도 하고, 또 정열이 치달리던 그 자리에 어느덧 차가움만 남는가 하면, 아침에 세웠던 성이 저녁에 허물어져 버리는 게 일쑤랍니다. 사랑을 대항할 힘은 없으니까요.

 

_ 한 번 사랑에 빠진 몸이시니 미치도록 살아 보는 거라구요.

 

_ 보고 난 뒤에는 다 아는 사실인데 사뢰어서 무엇을 할 것이냐? 워낙에 중요한 것은 보지 않고도 믿고, 긍정하고, 주장할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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