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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없는 십오 초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346
심보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4월
평점 :
이 시집을 알게 된 건, 작년에 한 신문에서 작가들이 이어 받기 형식으로 책을 추천하던 글을 통해서였다.
이 시집을 추천한 사람은, 내 기억에 의하면 소설가 김중혁이었다.
당시 그가 이 시집을 추천하며 어떤 말을 남겼는지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지만, 제목이 무척 마음에 들어 바로 구입했던 이 시집은 내 책장에 잘 꽂혀 있었다.
시집을 구입하고 한두 번 펼쳐서 읽다가 몇 장 못 읽고 꽂아두었는데, 이번에 다시 꺼내 읽었다.
글쎄, 잘 모르겠다. 내게는 좀 어렵게 느껴진 시집이었다.(바로 이어서 읽은 2009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과 비교하자면 이 시집은 그렇게 어려운 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시집을 읽는 데도 취향이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느낀다.(하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시를 한 편도 읽지 않았으니 '취향' 같은 거 알 리도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 내 취향에 맞는 시집은, (내 기준으로) 어렵지 않은 시들이 담긴 시집,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와 감정들이 편안하고 따뜻하게 담겨 있는 시집,
이 시구가 무엇을 의미하는 거지? 굳이 애써 생각해보지 않아도 금방 가슴에 와 닿는 시집,을 나는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이 시집은 '내 취향'의 시집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멀리하고 싶은 시집은 아니었다.
아니, 어렵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어딘가가 끌리는 시집이었다.
특히 소리내어 읽을 때, 이 시집의 맛은 두 배 쯤, 아니 세 배, 네 배 더 강렬해졌다.
이 시집의 많은 시들을 나는 소리내어 읽었다.
눈으로만 보는 시와 입술을 통해 소리로 나와 다시 귀로 들어가는 시는, 느낌이 참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앞으로도 종종 꺼내어 입술로, 귀로 읽어야겠다.
스스로를 견딜 수 없다는 것만큼
견딜 수 없는 일이 있겠는가
그리하여 나는 전락했고
이 순간에도 한없이 전락하고 있다
길 잃은 고양이들이 털을 곤두세우고 쏘다니는
호의가 아무렇지도 않게 흉조로 해석되는
이 복잡하고 냉혹한 거리에서('전락'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