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안병수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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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인가 재작년에 이 책을 알게 되었지만 궁금함을 애써 억누르며 읽지 않았다.

나는 과자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혹시나 이 책을 읽고 나서 더 이상 과자를 먹지 못하게 되면 어떡하나,

어리석기 짝이 없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때는 건강보다 내 입의 달콤한 친구, 과자를 선택했다.

 

그때 애써 외면했던 이 책을 지금 (내 딴에는) 대단한 각오와 용기를 가지고 볼 결심을 한 것은,

16개월짜리 조카 때문이다.

조카는 조그만 녀석이 어찌나 먹성이 좋은지 엄청 잘 먹는다. 아무거나 다 잘 먹어서 예쁘긴 하지만, 요즘은 갈수록 과자에 맛을 들여서 과자 봉지가 눈에 띄었다 하면 그걸 뜯을 때까지 떼를 써서 내 진땀을 빼곤 한다.

내 나름대로는 과자 대신 다른 걸로 유혹을 해보지만 유혹에 넘어가는 것도 잠시 뿐, 금세 또 과자 내놔라 떼를 써서 결국 지친 내가 봉지를 뜯게 만든다.

그럼 애초에 집에 과자 봉지가 안 보이게 하면 되지?

바로 그걸 위해서 이 책을 샀다. 동생(조카 엄마)에게 읽어보라고 하기 위해서.

동생은 아이가 예뻐선지 슈퍼에 가면 유기농이니 뭐니 아이를 위한 과자라고 씌어 있는 비싼 과자들을 사다가 아이에게 준다. 나는 유기농이든 뭐든 과자는 애한테 안 좋은 거 아니냐고 하지만, 결국은 애를 키우는 주도권(?)은 이모가 아니라 엄마에게 있는 거니, 나는 귀찮은 참견쟁이가 될 뿐이다. 그래서 내게 든든한 지원군이 필요했다. 내 조카에게서 과자를 떼어 놓기 위한!

 

이 책을 펼쳐든 순간부터 나는 단단히 겁을 집어 먹었는지 과자를 먹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방에 있는 과자에도 손이 가질 않았다.

그랬다. 이 책은 첨부터 잔뜩 겁을 줬다. 특히 제과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예로 들며, 과자 많이 먹으면 이렇게 암 등 각종 병에 걸려 빨리 죽는다는 식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치게 겁을 주니 반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럼 이 세상에 병 걸려 죽는 사람들은 다 과자를 많이 먹어서 그렇다는 말인가 하고 말이다(물론 그런 의도가 아닌 건 안다. 책에서도 그들의 죽음이 과자 탓만은 아니겠으나 과자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우리의 절친한 친구와 헤어지기 위해서는 이 정도 '협박' 쯤은 해야 먹힐 성싶다.

과자, 그거 쉽게 끊을 수 있는 거 아니니까.

 

라면, 스낵, 초코파이, 사탕, 껌, 아이스크림, 패스트푸드, 가공치즈와 버터, 햄과 소시지, 바나나우유, 청량음료, 피로 해소 드링크류……

모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고 그 중에서 라면, 스낵, 초코파이 등은 나의 베스트 프랜드 쯤 되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이 도대체 내 몸에 무슨 짓을 했는가!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맛으로 내 입을 유혹해 놓고, 내 몸속에 들어가서는 나를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는 배신자들이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나의 절친한 친구들이 나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애초에 친구 잘못 사귄 내 탓이다. 내가 그저 입의 달콤함만 찾아 건강은 생각지도 않고 그들과 친하게 지낸 걸 누굴 탓한단 말인가. 이제라도 그들과 단단히 절교하는 수밖에.

이 책에서는 이런 과자들이 건강에 가져다주는 엄청난 폐해 뿐 아니라,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식품첨가물의 비밀과 영양 섭취에 관한 이야기를 두루두루 들려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과자에 대한 생각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고 나와 우리 가족의 전체적인 식습관을 돌아보게 된다. 

 

아직 며칠밖에 지나지 않긴 했지만, 요즘 우리집 부엌에서는 설탕이 사라졌다. 가족 건강을 생각한 엄마가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설탕이 안 들어가고도 천연 재료로 단맛이 충분히 나는 음식들도 많더라.)

나는 매일 밤 먹던 과자를 더 이상 입에 대지 않고 있다. 오랫동안 못살게 굴어온 내 몸을 위해 나도 행동으로 옮겼다.

이제는 이 책을 동생에게 전해주고, 동생도 행동에 옮기기만을 바랄 뿐이다. 내 귀엽고 사랑스러운 조카에게서 과자를 떼어 놓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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