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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내리던 저녁 - 중국 ㅣ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스져춘 외 지음, 이욱연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평점 :
지난주에 창비 세계문학 스페인·라틴아메리카 편을 읽고, 이어서 이번주에는 중국 편을 읽었다.
스페인 편은 평소에 접해보지 않아서 무척 낯설었는데, 중국 편은 그래도 평소에 종종 접하곤 했던 덕인지 친숙하게 읽혀서 더욱 좋았다.
중국 소설에 관심은 많지만 아직 그 유명한 '아Q정전'도 읽어보지 않은 나에게, 중국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만나게 해주는 이 책은 정말이지 멋졌다.
평소에 이름만 알고 있던 작가의 작품들을 대부분은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나보았다.
이 책 덕분에 드디어 '아Q정전'을 읽게 되어 무척 기뻤다. 어째서 진작 아Q를 만나보지 않았던가 후회도 들고 말이다.
얼마 전에 '미워할 수 없는 책 속 캐릭터'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고 <돈키호테>의 '돈키호테'를 골랐는데, 아마 아Q를 미리 만나봤더라면 거기에 아Q도 함께 적었을 거다. 삶이 나에게 무엇을 던져주든 모두 다 나의 승리로 만들어 버리는 아Q의 정신 세계에 탄복했다. 나는 삶이 내게 주는 것들이란 대개 다 나를 패배자로 만드는 것들 뿐이라고, 어떻게든 나를 무릎 꿇게 하려는 것들 뿐이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는데, 아Q는 나와 정반대였다. 삶이 어떤 고난을 줘도 아Q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망각'이라는 보배'의 효과도 맘껏 누리며 늘 긍정적일 수 있는 아Q. 그를 만난 것만으로도 이 책과의 만남은 정말 멋졌다.
'아Q정전'뿐 아니라 이어지는 모든 소설들과의 만남이 다 무척이나 행복했는데,
책 한 권을 읽고 나서, '아아, 이런 책이라니!'라는 행복감과 함께 머릿속에 '천사의 나팔소리'가 울리는 듯한 기분을 맛 보게 해주는 그런 책이었다.(사실, 일 년 동안 적지 않은 책을 읽어도 이런 가슴 충만한 행복을 느끼는 책은 그렇게 많지 않다. 정말이지 강추 중의 강추를 날릴 수밖에 없는 책!)
이 책에 앞서 읽은 중국 소설 한 권과 이 책으로 인해, 그 동안 중국 소설 읽기에 게을리 했던 것이 후회가 되었고, 앞으로는 더 부지런히, 더 열심히 중국 소설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나오는 책들도 좋겠지만, 이 책에 소개된 작가의 책들 위주로 중국 소설 읽기에 좀 더 힘을 쓰고 싶다.
아, 하지만 한 마디 쓴소리 보태지 않을 수 없으니,
오탈자를 비롯한 소소한 오류들이 종종 눈에 띄어 계속 책 읽기에 방해를 받았다는 것이다.
먼저 읽은 스페인 편은 그렇지 않았는데, 함께 나온 전집인데 이 책에는 왜 이리 오탈자가 많이 눈에 띄었는지, 무척이나 아쉽다.
혹시 나처럼 오탈자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2쇄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읽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