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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당신은 누구에게 사랑받았습니까?
누구를 사랑했습니까?
누가 당신에게 감사를 표한 적이 있습니까?
여기 전국을 떠돌며 죽은 이를 애도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들은 그를 '애도하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 물에 빠져 죽은 사람, 공사 현장에서 사고로 죽은 사람, 학교 폭력으로 죽은 학생, 동창생의 총에 죽은 조폭 등,
죽은 이가 누구이든, 어떻게 죽었든 상관하지 않고, 모두를 똑같이 애도한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았던 한 사람, 누군가를 사랑했던 한 사람, 누군가에게 감사를 받았던 한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았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겠다고.
평소에 일본 소설에는 그렇게 관심이 가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작가 인터뷰를 보고 당장 찜했다.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경중을 따지는 행위는, 나아가서는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의 목숨에 대해서도 경중을 묻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누구의 죽음도 차별이나 구별 없이 그저 애도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했고, 거기서 희망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고등학교 때, 내가 무척 좋아하던 가수가 자살을 했다. 나는 슬퍼서 밥을 못 먹을 지경이었는데 당시 나와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내 앞에서 이렇게 말 했다. "잘 죽었어. 그런 인간은 죽어도 싸." (친구가 말한 '그런 인간'은 삶이 힘들다고 스스로 삶을 포기해버리는 사람의 뜻이었다.)
물론 나는 아주 큰 충격을 받았다. 안그래도 슬픈 친구 앞에서 위로는 커녕 그런 말을 한다는 자체가 충격이었고, '죽어도 싸다'는 말에 따른 충격도 대단했다. 아마 나도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그렇게 말해 본 적 있을 거다. "저런 놈은 죽어도 싸지"라고. 하지만 내가 '남겨진 자의 슬픔'을 헤맬 때 들은 죽어도 싸다는 말은 정말 대단한 충격을 안겨 주었고, 이후 나는 누군가의 죽음 앞에 절대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작가 인터뷰의 한 구절을 읽으며 불현듯 그때 내가 만났던 죽음과 그때 친구의 말에 받았던 충격과 상처가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얼마나 많은 이들의 죽음을 가볍게 생각했는가 생각했다. 나는 정말 진심으로 이 세상에 '죽어도 싼'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을까? 사실, 앞에 '세상에 죽어도 싼 사람이 어디 있는가'라는 문장을 적었다가 지웠다. 전국을 놀라게 한 희대의 살인마 이름이 떠오른 까닭이었다.(그럼 나는 그를 죽어도 싼 사람이라고 생각한단 말인가?)
아마 나는 그때 말고 누군가의 죽음에 경중을 따지는 행위 자체를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은 내 안에 그런 문제 의식을 일깨워주었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사실은 모두 얼마나 특별하며 소중한 존재인지 이 책을 통해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언젠가 내가 이 세상을 떠나면,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남은 이들의 가슴에 기억될 수 있을까?
내가 누구를 사랑했는지, 내가 누구에게 사랑 받았는지, 누가 나에게 감사를 표한 적이 있는지,
그런 내 모습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므로 아주 특별하고 유일하고 소중한 존재였다고, 나를 애도해주는 사람, 있을까?
6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읽다보면 남은 페이지가 얼마 되지 않음에 놀라게 된다. 그만큼 흥미로운 책이다.
때로는 감동적이며, 때로는 슬프기도 하고, 때로는 반성하게 만드는 책이다.
오랜만에 엄지 손가락 두 개 강추를 날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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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주머니가 특별한 사람이었어요? 그냥 평범한 주부라고 들었는데."
뛰기 시작한 뒤에야 답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래요, 특별한 사람입니다…… 평범한 주부란 없답니다. 일반 시민일 뿐인 사람도 없답니다……특별한 사람이 죽었답니다.(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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