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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봉투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ㅣ 제프리 브라운 고양이 시리즈
제프리 브라운 지음, 사나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구입할 당시 나는 고양이에게 평소보다 조금 더 반해 있었다.
우리 강아지가 다니는 동물 병원에는 도도하고도 아름다운 고양이들이 꼬리를 치켜 들고 우아한 걸음걸이로 내 주위를 어슬렁거렸고,
가을에 구입한 고양이 사진집을 펼치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만 같은 고양이들이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그리하여 출간 당시 제목을 눈여겨 봐 두었던 이 책을 기억해 내고 구입하게 되었다.
주변의 말을 듣자하니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절대 공감을 보내는 책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아니었다.
고양이를 키웠던 적은 있지만, 아주 어렸을 때 키운 고양이에 대해서는 거의 기억이 없고, 그나마 아직 기억에 조금 남아 있는 시골집의 고양이들은 글쎄, 우리가 키웠다기 보다는 그냥 한 공간을 나눠쓰는 관계 같은 것이었달까? 우리와 놀아주기에는 고양이들에게 더욱 다채로운 바깥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고양이들은 기껏 마당에서 빨래는 너는 내 다리에 얼굴을 부벼주는 은총을 하사하신 정도가 전부이다. 가끔 기분 내키면 시내에 나가는 가족들을 동네 어귀까지 배웅하고 다시 유유히 귀가하시기도 했고. 아, 그러고 보니 중국에서 일주일 정도 맡아 보살폈던 고양이가 있었구나. 하지만 일주일은 녀석과 내가 서로를 잘 알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그 시간 동안 '고양이가 봉투에'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면 수확일 수 있겠다.
그래서 이 만화를 보며 나는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그마저도 하지 못하고 그냥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다.
내가 고양이의 행동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이기도 하겠고, 고양이가 보이는 행동이 머릿속에 많이 입력되어 있지 않은 탓이기도 하겠다.
만약 내가 고양이를 키우는 입장이었다면, 아마, 아아 우리 고양이랑 똑같잖아!!하며 환호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강아지 키우는 친구와 서로의 강아지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 몽이도!!!" 하고 맞장구치는 것처럼 말이다. 서로의 아이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환호하는 순간의 기쁨은, 그 맞장구를 나눠본 사람만이 알리.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보며 맞장구칠 수 없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안타깝고 애석하고 슬프고 외로웠다.
고양이 세계에서 소외된 기분을 맛보았다고 하면 과장되게 느껴질까?
하지만 실제로 그랬는걸.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하나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고양이 만화를 봤으니, 내가 진짜 고양이를 좋아하는 건가 의심이 되고, 일단 의심이 끼어든 사랑은 흔들릴 수밖에.
아아, 이 흔들린 사랑은 나의 사랑스런 사진집으로 다잡아야겠다.
그리고 언젠가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 이 만화를 꼭 다시 꺼내어보리라. 그리고 박장대소하며 맞장구쳐야지! 어머, 우리 고양이랑 똑같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