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뉴스
김중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달 전에, 김중혁 작가의 낭독회에 다녀오는 길에 드디어 이 책을 꺼내 읽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서 드디어 리뷰를 쓴다, 참, 게.으.르.다.)

 

두 번째 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을 조금 어렵게(?) 읽었던지라 내심 겁이 나서 쉽게 펼쳐들지 못하고 있었는데,

작가를 만나러 간다는 기대감에 들떠서인지, <악기들의 도서관>을 읽었던 때 이후로 작가에 대한 애정도가 급 상승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이 책이 정말 재미있는 책인 건지, 어쨌든 속으로 내내 아, 아, 하는 감탄사를 터뜨리며 정신없이 빠져들어 읽었다.

생각 같아서는 지하철에서 안 내리고 계속 책을 읽고 싶었지만, 어차피 순환선도 아니었고, 나는 이 멋진 책을 쓴 작가를 만나러 가야 했으므로 잠시 덮어두면서도 얼른 마저 읽고 싶어 조바심쳤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직업이었다.

'무용지물 박물관'에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인터넷 라디오'의 진행자가 나오고, '발명가 이눅씨의 설계도'에는 개념발명가가 나오며(개념발명가,가 뭔지는 글을 다 읽고 나서도 잘 모르겠다),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에는 '해수면 오차 측정과 침수 지역 예상 및 지도 제작 전문 연구소'에 근무하는 오차 측량원이 나온다.

이런 직업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건지, 작가가 상상해낸 건지, 만약 후자라면 어떻게 그렇게 다양하고 독특한 직업들을 상상해 내는지 궁금했다.

운 좋게도 그날 낭독회에서 작가가 자기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직업에 관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대부분이 상상속의 직업이라고 하면서, 직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발명품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는데, 바로 그런 상상들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나는 것 같았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인터넷 라디오'의 진행자는 물론 실재하겠지만, 나는 이 직업이 무엇보다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는데,

그건 '메이비의 무용지물 박물관'의 소장품을 설명하는 부분 때문이었다.

눈을 감고 메이비의 목소리를 따라 잠수함을 상상하는 모습에서 나도 눈을 감고 그 목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나는 눈을 감고는 책을 읽을 수 없으니까, 책을 읽을 수 없으면 메이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까, 할 수 없이 눈을 뜨고 글자를 읽으며 잠수함을 상상해봤다.

나도 메이비의 설명과는 다른, 내가 아는 어떤 잠수함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실제로 이런 라디오 방송이 있다면, 나도 진행자의 목소리를 따라 세계를 그리는 연습을 해보고 싶었다.

 

김중혁 작가의 홈페이지 이름으로 자주 클릭했던 <펭귄뉴스>를 드디어 읽게 되어 기쁘고,

작가의 신작 소설을 기다리는 동안 야곰야곰 <악기들의 도서관>과 함께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날 낭독회에서는 작가의 미발표 신작 소설 일부를 들려주었는데, 아, 정말 기대되는 소설이었다.

2년 동안 750매밖에 안 썼다면서, 애가 타서 어떻게 기다리라고 맛보기를 보여줬는지, 야속하다.

김중혁 작가는 얼른 신작 소설을 내놓으시라!! (으응...? 이건 무슨 마무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