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11월을 열었던 책인데, 늦게서야 리뷰를 쓰려니 참 아득하다.

 

무척 재미있고 폭소가 터지는 책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나에게 완득이는 폭소가 터지는 책이라기 보다는 짠하고 가슴이 뭉클한 책이었다.

웃기다기에 지하철에서 읽다가 미친듯이 웃음이 터지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되레 눈물이 쏟아져서 혼났다고 했더니,

"하여간 이상한 애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니까 내가 '하여간 이상한 애'여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내게 완득이는 가슴 찡한 성장 소설이었다는 생각은 바꾸지 않겠다.

 

거의 3주 전에 읽은 이 책을 지금 떠올리자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완득이의 난쟁이 아버지다.

완득이의 아버지는 춤꾼이었는데, 그냥 춤꾼이 아니라 '난쟁이 춤꾼'이다.

어머니도 없이 홀로 완득이를 키우며 아버지는 참 많이 힘들었을 거다. 춤을 그만 두고는 지하철 행상도 하고 전국 장터를 떠돌며 생계를 꾸려 나간다.

키가 어린아이 만큼밖에 자라지 않은 완득이의 아버지와 진짜 혈육은 아니지만 멀끔한 외모에 말을 더듬는 '삼촌', 가슴 속에 무슨 슬픔을 그리 숨기고 사는지 알 수 없는 완득이, 그 완득이의 마음을 알아 본 유일한 사람인 담임 '똥주'.

어느 캐릭터 하나 코끝이 찡해지지 않는 인물이 없었다.('똥주'는 짠하다기 보다는 의로운 인물이었지만.)

어려서부터 어렵게 가정을 꾸려온 아버지를 보며 자라서인지, 나는 전국 각지를 떠돌며 고생하는 완득이 아버지를 보며 우리 아버지 생각이 몹시도 났고(아아, 그러기엔 우리 아버지는 키도 훤칠하시고 무척 잘생기셨지만!) 그 탓인지 남들은 폭소를 터뜨리며 읽었다는 이 책을, 폭포 같은 눈물을 쏟으며 봤다. 그것도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에서!

 

완득이의 로맨스와, 완득이네 건넛집 아저씨와의 티격태격과, 재벌 아들의 불타는 의협심과, 이주 노동자들의 삶과, 킥복싱과……

그래, 떠올려보니 참 재미있는 이야기였다.(특히 건넛집 아저씨와의 일화, 상당히 웃겼다.)

작가의 재치가 돋보이는 문장과 단어들이 나를 웃겨주기도 했다.

완득이 또래의 청소년들이 읽으면 나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김려령 작가의 새 소설이 나왔던데, 그 책도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