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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 1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0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렛미인>을 처음 알게 된 건, 모 영화 잡지에 실린 칼럼을 통해서였다.
영화를 즐겨보진 않지만, 칼럼을 쓰는 두 작가를 좋아하다보니, 그 칼럼은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다.
그 칼럼 연재 초반에 소개되었던 영화가 바로 <렛미인>이었다.
렛미인의 촬영지인 스웨덴 블라케베리에 다녀온 소감과 함께 영화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그때는 영화에 대한 내용은 봐도 모르니 그저 작가의 재미난 '입담'에만 푹 빠져 읽었을 뿐이었다.
그러다 얼마 전, 이 책 제목을 보고서 그때 봤던 칼럼을 떠올렸다. 아, 그 작가가 소개했던 영화의 원작 소설이구나!
이런 인연으로, <렛미인>을 읽게 되었다는, 아주 쓸데없는 잡담.
공포를 못 견뎌하는 저질 심장을 데리고 사는 탓에, 공포물은 웬만하면 보지 않늗데, 위의 '인연'으로 읽게 된 <렛미인>.
천만 다행으로(!) 심장이 오그라들게 무서운 책은 아니었다. 사람의 목에 이빨을 꽂고 피를 빨아먹는 뱀파이어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며 공포보다는 애처로움과 안타까움을 더 많이 느낀 듯 하다.
이 책의 '인간 주인공' 오스카르는 늘 바지에 오줌을 지리고, 학교에선 '돼지새끼'라고 놀림당하며 집단 괴롭힘에 시달린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신문을 뒤져 살인 기사를 스크랩하고, 근처 숲으로 가 나무를 '살해'한다.(이 녀석 언젠가 큰일 내겠구나 엄청 조마조마...)
그의 옆집에 사는 엘리는 열두 살 쯤 된 '뱀파이어 주인공'이다.
학교에서 따돌림 당하고 부모의 이혼으로 외로운 소년 오스카르와 뱀파이어라는 신분 때문에 외로울 수밖에 없는 '소녀' 엘리는,
외로움이라는 공통점 때문이었는지, 집 근처 놀이터에서 만난 후 우정과 사랑 사이를 오가는 친구가 된다.
그리고 그 두 주인공 주변의 많은 이야기들.
엘리를 향한 호칸의 안타까운 사랑, 오스카르를 괴롭히는 악당 무리들, 작은 마을 블라케베리를 공포로 몰아 넣는 살인 사건, 굶주린 앨리에게 희생당한 또다른 '감염체'의 등장……
이야기는 거의 마음 놓을 틈을 주지 않고 시종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하게 달려나간다.
등장 인물이 조금 많아서 계속 앞쪽을 뒤적여가며 읽어야 하는 괴로움이 있었지만(사람 이름 못 외움),
그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펼쳐져 더욱 풍성한 '만찬'을 즐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재미있는(?) 점은, 이 책이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빼고는 자전적 소설이라는 것인데,
그래서인지 이야기 속에서 뱀파이어를 쏙 빼내어 버려도, 전혀 허전하지 않고 꽤 흥미진진한 '성장 소설'처럼 느껴진다.
(첨엔 이 책에 '자전적 소설'이라는 표현이 붙은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세상에 뱀파이어가 정말 존재한단 말이야?!!!" 정말 심장이 얼어붙어 버릴 뻔 했다는. 흠.)
오스카르처럼 작가도 청소년기에 그런 괴롭힘을 당했던 것인지…… 뱀파이어보다 무서운 학원 폭력!
민망하게도 엉뚱하게 결론이 나 버렸네.
아, 영화 <렛미인>도 무척 궁금하다.
원래 영화화 된 소설이 있으면 원작 소설만 읽고 영화에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앞서 말한 칼럼에서 눈 덮인 블라케베리의 모습이 소개된다. 어쩐지 그 장면을 꼭 봐야 할 것 같은, 그러고 나면 소설의 느낌이 더욱 깊게 다가올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영화도 꼭 찾아봐야겠다.
(오늘 저녁에 있는 특별상영회에 당첨되었지만, 갈 수 없는 이 안타까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