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밍쯔 - 산양은 천당풀을 먹지 않는다
차오원쉬엔 지음, 김지연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중국을 대표하는 아동문학작가 차오원쉬엔의 작품이다. 이 책은 나와 차오원쉬엔 작가와의 세 번째(네 번째?) 만남이다. 늘 가슴 따뜻하게 다가오는 그의 소설들이 참 좋다.

 

이 책의 주인공은 고향을 떠나 낯선 도시로 와 스승에게 목공일을 배우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열일곱 살 소년 밍쯔이다.

 

열일곱은 나도 지나온 나이이지만, 밍쯔의 열일곱과 나의 열일곱은 전혀 다르다. '17세 원주'는 산중턱에 자리잡은 학교에서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게 가장 재미있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같은 책 제목에 공감하며 '시험 없는 세상'을 유토피아로 꿈꾸던 철부지 소녀였다. 그때 나의 가장 큰 고민거리라면 요즘의 주가 하락 비슷하게 떨어지던 성적과 어떻게 하면 H.O.T.의 공연을 한번 볼 수 있을까 정도였을 것이다.

 

'17세 밍쯔'의 삶에는 시험이나 연예인 같은 것은 등장하지 않는다. 밍쯔의 하루 일과는 길거리에 나가 일감을 잡아오거나 스승과 사형과 함께 목공 일을 하는 것이다. 밍쯔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돈'이다. 산양 키우기에 실패해서 큰 빚을 진 부모님은 이 어리디어린 열일곱 소년 밍쯔에게 집안의 경제를 부탁한다. 집안 경제에 대한 부담감에다 악랄한 스승과의 신경전으로 밍쯔의 도시 생활은 너무나 힘겹기만 하다.

 

그런 그에게 그나마 힘이 되어 주는 건, 이 도시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다. 도시로 나와 고아가 된 야쯔와 휠체어를 탄 아름다운 소녀 쯔웨이가 그 주인공. 야쯔와 친형제 같은 정을 나누며, 쯔웨이에게 풋풋하고 상큼한 첫사랑의 감정이 싹트며, 밍쯔는 힘든 도시 생활을 이겨나간다.

 

밍쯔처럼 궁벽한 시골에서 올라온 이들을 '바퀴벌레'같이 여기는 도시에서, 돈 때문에 고민하고 돈 때문에 악의 구렁텅이에 빠질 뻔한 위기에 처할 뻔도 하면서 밍쯔의 자의식은 조금씩 성장한다. 그 나이의 나와 달리 밍쯔는 이미 '홀로서기'를 할 줄 알게 되고, 세상을 대하는 자기만의 태도를 지닌다. 안타까운 점은 '결국은 돈이 최고'라는 생각이 이 소년의 머릿속에 수시로 들어온다는 것인데, 물질 만능주의의 한 단면을 이 소설을 통해 가슴 아프게 느낄 수 있었다. 밍쯔가 돈의 노예가 되지 않고, 삶 속에서 돈보다 더 귀중한 것들을 찾을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본다.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뭉치 앞에서 결국은 유혹을 물리치고 양심을 지켰던 그 밍쯔의 모습을 간직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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