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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의 판도라 ㅣ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4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지음, 정창 옮김 / 들녘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일루저니스트 세계의 작가 시리즈 열네 번째 책이 나왔다.
그 주인공은 스페인 작가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의 『콩고의 판도라』.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은 일루저니스트 시리즈 1번을 장식한 『차가운 피부』의 작가이기도 하다.
우리의 주인공 토머스 톰슨은 아주 유명한 작가 루터 플래그의 대필 작가이다.(정확히 말하면 대필 작가의 대필 작가의 대필 작가.) 루터 플래그는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짧은 이야기를 써내는 작가였는데, 그의 대필작가로 아프리카와 인연을 맺은 우리의 주인공 씨는 후에 조금 더 대단한 글을 쓰는 일을 맡게 된다. 바로 콩고에서 영국 귀족 자제 둘을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갇혀있는 마커스 가비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는 것이다. 여러 정황상, 그리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분상 마커스 가비는 사형이 확실해 보이지만, 그의 변호사 에드워드 노튼은 토머스 톰슨에게, 아니 그의 글에 한가닥 희망을 건다. "당신이 쓴 소설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았습니다. 어쩌면 그런 매력이 누군가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토머스 톰슨은 한 달에 두 번 감옥에서 마커스 가비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게 된다. 그 과정 동안 이야기는 마커스 가비가 들려주는 콩고 이야기와 '나'(토머스 톰슨)의 이야기, 크게 두 부분으로 진행된다. 자신의 목숨을 살려줄지도 모르는 책을 위해 과거를 되짚는 마커스 가비. 그가 들려주는 콩고 이야기는 책 초반의 분위기와는 달리 환상적이고 스릴 넘치는 세계로 독자를 인도한다. 마커스 가비와 그가 죽였다고 되어 있는 윌리엄, 리처드 형제는 콩고에서 무슨 일을 겪은 것일까? 콩고, 흑인 노예, 금광, 지하세계 종족 텍톤 족, 신비의 여인 암감. '콩고의 판도라'에 담기게 될 그 이야기들은 600쪽에 육박하는 책 한 권을 단숨에 읽어내게 한다. 뿐만 아니라 잠시 마커스 가비에서 벗어나 토머스 톰슨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분에서는 다분히 코믹적인 요소도 갖추고 있어, 이 한 권으로 맛보게 되는 소설적인 재미가 대단히 뛰어나다. 거기에 더해, '정의'는 승리한다고, 이제 모든 것이 잘 되었구나 안심하며 느긋하게 마지막 여정을 즐기는 내 앞에 갑자기 툭 튀어나온 그 반전이란! 예기치 못한 반전 덕분에 마지막 장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역시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고, 책은 끝까지 읽어봐야 한다. 정말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당신은 행복의 끝이 뭐라고 생각하시오?"
"모르겠습니다, 어르신." 나는 망설였다. "저는 항상 행복이란 그 자체가 끝이라고 믿습니다."
"틀렸소. 행복의 끝은 행복을 전파하는 거요."(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