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빗질하는 소리 - 안데스 음악을 찾아서
저문강 지음 / 천권의책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영혼을 빗질하는 소리'라는 아름다운 제목에 이끌려 만나본 이 책은 부제에서 말해주고 있듯이

안데스 음악 여행기이다.

이 책을 만나기 전에는 '안데스 음악'이라는 게 있는지조차 몰랐던 나였기에 이 책은 내게 새로운 한 세계를 만나게 해 주었다.

 

20년 전 안데스 음악을 처음 만난 뒤, 지금까지 안데스 음악을 향한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저자 저문강.

그는, 그저 안데스 음악이 좋아, 안데스 음악을 더 알고 싶어, 그리고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안데스로 날아갔다.

'여행'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그의 안데스 행은 여행이라기 보다는 성지 순례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안데스 음악을 향한 짝사랑을 절절히 고백한 수기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한 것은 물론 안데스 음악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알았다는 기쁨도 있겠으나,

그 보다 더 큰 기쁨은 책 전반에 가득히 흐르는 '열정'이었다.

안데스 음악을 향한 저자의 열정이 책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책을 읽는 내내 나도 가슴 속에서 뭔가 뜨겁게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안데스 음악에 '미친'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무언가에 '미친' 사람이 쓴 글을 좋아한다.

어떤 한 존재를 향한 짝사랑으로 구구절절한 그런 글을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그에 동화되어

삶을 대하는 자세가 좀 더 진지하고 뜨거워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은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를 미치게 하는 무언가가 있고, 또 그에 눈 멀고 귀 먹을 수 있기에 힘든 세상도 이겨낼 수 있는 거라고.

그 사랑을 이루어야겠다는 열망을 가지고라면, 우리의 삶은 아름답지 않을 시간도 없다고.

 

서울 가던 지하철 안에서 이 책을 읽다보니, 안데스 음악이 무척이나 듣고 싶었다.

'안데스 음악'의 존재를 몰랐다고 생각했지만, 책을 한참 읽다보니 지하철 역에서 가끔 볼 수 있었던 이국 밴드가 떠올랐다.

바로 그 음악이 안데스 음악이리라. 

그리고 환승을 위해 내린 지하철 역에서 바로 그 음악을 연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발걸음을 재촉해 가 보니, 바람을 부르는 듯한 연주가 한창이었다.

"우리는 에꽈도르에서 왔습니다."

10분 쉬었다가 다시 연주한다는 말에 그 앞에 자리잡고 앉아 계속 연주를 듣고 싶었지만,

약속 시간에 늦어 헐레벌떡 뛰어가던 차라 그럴 순 없었다.

아쉬움을 달래며 돌아섰지만, 그 잠깐의 연주 덕에, 다시 책을 펼쳐 들었을 때는 내 머릿속에 조금 더 선명한 안데스 음악이 흐를 수있었다.

 

참 희한도 하지.

그 전에는 그냥 슬쩍 쳐다보며 지나가고 말았는데, 이젠 그 음악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니.

안데스 음악과 만남의 길을 열어 준 이 책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하며,

'영혼을 빗질하는 소리', 그 매력 속으로 나도 푸욱 빠져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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