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을 보내던 사춘기 시절을 생각나게 해주는 제목이었다.

지금이야 머리에 꽃 하나 꽂으면 딱 어울릴 정도로 "인생은 즐거워~!" 주문을 외며 살고 있지만, 그때는 그랬다. 모든 게 다 우울하고, 그 너머의 삶이 있기는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삶'이라는 말이 어쩐지 목을 옥죄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왜 사춘기라는 게 있을까?"

마시타는 그때 그런 말도 덧붙였다.

"그거, 그냥 하는 말일 거야."

그때 나는, 나 자신을 지나치게 드러내버렸다는 겸연쩍음 때문에 그 화제를 일부러 가볍게 무시하려 했다.

"아니, 분명히 있어. ……어째서 인간은 이 시기에 혼란에 빠지지 않으면 안 될까……, 뭔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성욕의 충동이 강해져서 혼란스럽다, 그렇게들 말하지? 하지만 그 밖에도 뭔가……."(83~84)

 

'그 밖에도 뭔가'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들이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던 그 사춘기 시절이 이 책과 함께 다시 떠올랐다(제목에서 받은 느낌이 맞았던가 보다). 실재인지 환상인지 모를 영상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라 혼란스러운 남자, 오래 전에 일기장 한 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친구, 열여덟에서 몇 달을 지난 나이에 살인을 저질러 사형을 선고받은 소년, 사형을 집행하던 순간의 끔찍한 기억을 안고 사는 교도관 등의 이야기가 순서없이 얽혀 나온다.

 

사실상 사형폐지국인 우리나라에서도 얼마전에 희대의 살인마 강호순으로 인해 사형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던 적이 있는데, 이 책에 나오는 사형 제도에 관한 교도관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도 사형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어렵다. 인간의 존엄이니, 유족의 심정이니, 이 책에서 여러 각도로 사형을 들여다보려 하고 있지만, 도대체 어느 저울로 그것들의 가치를 잴 수 있는 건지.(사형 집행 장면은, 솔직히 가슴이 아팠다. 지하철에서 그만 눈물이 뚝뚝 떨어져 더 이상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을 이겨내지 못한 마시타가 남긴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마음도 편치는 않았다. 마시타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온갖 소소한 고민거리들에 치여 죽을 것만 같았던 그때를 떠올리며, 또 그때의 나처럼 힘들어하고 있을지도 모를 지금의 아이들을 떠올리며, 우리 모두는 다 이렇게 힘든 시기를 겪어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 해보았다.

 

사춘기에 대해, 그리고 사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 준 책이었다. 얇고 술술 읽히지만, 읽고 나서 머리를 묵직하게 만들어주는 책.

 

너는 아직 아무것도 알지 못해. 이 세상에 얼마나 멋진 것들이 많은지.(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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