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의 눈물 - 사라지는 얼음왕국의 비밀
조준묵 프로듀서 외 지음, 박은영 글, 노경희 스토리 / MBC C&I(MBC프로덕션)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에 인터넷 기사에서 본 사진 한 장이 잊혀지지 않는다.

북극곰 한 마리가 조그마한 얼음 덩어리 위에 옹졸하게 몸을 올리고 앉아 있는 사진이었다.

기사 내용은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사라지면서 삶이 힘들어진 북극곰 이야기였던 걸로 기억이 난다.

제 몸 하나 올리기도 힘겨워보이는 얼음 덩어리 위에 앉아 둥둥 떠 있는 그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고 안타깝던지.

 

이 책 표지를 보는데 그때 그 사진이 떠올랐다.

'북극의 눈물'이라는 제목도 찡하고.

 

'환경재단 우수 추천도서'라는 이 책은 MBC 창사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북극에서 보낸 300일이라니, 상상이 가지 않는다.

책의 '들어가는 말'에도 이 대서사시를 기록하기 위한 마음이 쉽지 않았음을 밝히고 있다.

그들에겐 낯선 곳을 향한 두려움이 있었다면, 나에겐 낯선 곳을 향한 기대감이 컸다.

지금까지 북극에 관한 책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을 주 독자층으로 해서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듯이 친근한 말투로 북극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냥의 계절 - 북극의 봄, 얼음 없는 북극의 여름, 사라지는 툰드라 - 북극의 가을, 얼음왕국의 정령들 - 북극의 겨울.

북극의 사계절이 담긴 기록을 따라가며, 북극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제목에서 예고하듯이 이 책은 단순히 북극의 모습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각 계절마다 북극의 모습이 예전과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변하고 있는 북극의 모습을 알리고,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일깨우고자 함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지도는 해가 다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마치 지우개로 쓱쓱싹싹 지우듯이, 북극은 조금씩 그 몸집이 작아져가고 있다. 책에 실린 사진을 보니 정말 놀라울 정도다.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북극에 사는 이누이트들의 삶도 바뀌고 있다. 썰매개를 타고 설원을 달려 사냥을 하러 가던 그들은 이제 사냥이 무섭다. 따뜻해진 북극은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고 이곳저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냥을 하다가 순식간에 눈 녹은 물이 덮쳐 오는 바람에 목숨을 잃은 사람도 많다. 그들은 조상 대대로 터를 잡고 살아온 곳을 떠나거나 이젠 사냥꾼이 아닌 낚시꾼으로 삶의 방향을 바꾼다. 살기 힘든 건 사람뿐 만이 아니다. 북극곰도 북극늑대도 바다코끼리도 모두모두 힘들다. 기온이 바뀌면서 사냥도 쉽지 않고 몸을 쉬일 빙하도 마땅치 않아지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은 이미 많이 보고 들어왔지만, 이 책으로 다시 만나게 되니 와닿는 크기가 다르다. 지구온난화의 제일 큰 피해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북극의 모습을 1년 동안 기록해 보여줌으로써 그 심각성이 더욱 깊게 와닿는 것이다. 굶주림에 지친 북극곰 어미의 모습을 본다면, 따뜻해진 북극에서 사냥을 하다가 목숨을 잃은 이누이트들을 본다면, 북극이 흘리는 그 '눈물'을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에 아주 좋은 책이고, 어른들도 한 번쯤 읽어봤으면 싶은 책이다. 북극이 흘리는 눈물은 단지 북극만의 눈물로 끝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온 인류의 눈물이 될 날이 머잖았다.

 

※ '에스키모'는 '날고기를 먹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며 많은 이누이트들이 '에스키모'로 불리는 것을 모욕적으로 여긴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이누이트'는 '인간'을 뜻하는 그들의 언어라 한다. 앞으로는 에스키모가 아닌 이누이트라고 바르게 불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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