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국도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199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읽은 날 : 2006년 8월 22일

다시 읽은 날 : 2009년 2월 22일

 

'2009년 독서 계획 - 김연수 작가 책 다시 읽기' 2호

 

이 책은 작가가 말하는 '특별판 소설' 중 한 권이다.

'내가 생각하는 특별판 소설은 두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짧은 소설이다. 지난 특별판 소설은 1997년 '7번 국도'라는 제목으로 발간했다'라고 <사랑이라니, 선영아> 작가의 말에 나와 있다.(<사랑이라니, 선영아>는 두 번째 특별판 소설. 그리고 다음 특별판 소설은 2009년에 출간될 예정이라고 나와 있는데, 작가님이 안 잊으셨다면, 올해 그 세 번째 이야기를 만날 수 있겠다!)

 

7번 국도는 두 남자 '나'와 재현, 그리고 한 여자 세희가 나오는 짧은 소설이다.(여기에 재현이 사랑했던 여자 서연도 함께.)

'7번 국도'는 내가 재현에게서 구입한(재현이 서연에게서 받은 추억이 담긴 선물이기도 한)  낡은 비틀즈 음반의 제목이고, 내가 지하철 역에서 사들고 왔으나 얼마 못가 죽어버린 식물 '뒈져버린 7번 국도'이기도 하고, 내가 자주가던, 그래서 비틀즈의 '7번 국도' 음반을 맡긴 '카페 7번 국도'이고, 동해지방에 발생한 수인성 전염병 '7번 국도'이기도 하고, 아내와 딸을 사고로 잃고 정신이 나가버린 '7번 국도씨'이기도 하고, 나와 재현이 자전거로 여행한 '7번 국도'이기도 하다.

 

수많은 '7번 국도'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책. 음악평론가로도 활동한 김연수 작가의 면모가 눈에 띄는 책이기도 하다. 어딘가에 OST가 있을 것만 같은 소설이다. 책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비틀즈 싱글 <Route 7>을 들어보고 싶었던 건, 내가 음악에는 무지렁이기 때문에 그런 음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라서였겠다. 하지만 나같은 사람이 많을 것을 우려해서 소설 말미의 '덧붙이는 글'에 작가가 친절히 일러준다. '여기에 나오는 비틀스의 싱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혹시 구해보려고 하지 마시기를.' 덕분에 있지도 않은 앨범 찾아 눈이 빠져라 웹사이트를 뒤지고 다니는 수고를 덜었다.

 

7번 국도를 다녀온 후 그들의 앞에는 과연 새로운 미래가 펼쳐졌을까? 꽃을 넣으면 비둘기가 나오는 마술사의 모자 같은 역할을 7번 국도가 해주었을까? 7번 국도를 빠져나오는 길에 환한 서광이 비치거나, 유토피아 같은 세계가 펼쳐지지야 않았겠지만, 그들의 내면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으리라 믿는다. 7번 국도에 들어서기 전과, 7번 국도를 달려온 후의 그들은 같을 수 없으니까. 이미 그들 안에 집어넣은 꽃은 비둘기든 다른 무엇으로든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변화를 했을테니까.

 

 

("아빠, 이번 여름에 엄마 휴가 맞춰서 열흘 쯤 7번 국도 타고 여행해볼까?"

라고 어디 다녀오던 길에 아빠에게 여쭤봤더니, 역시나 울 아버지. 조금은 기대했던 대답을 들려주신다.

"7번 국도? 아빤 이미 쫘악 타고 돌았지!"

도대체 아빠가 안 가본 곳은 어디인가! 하지만 나는 못가봤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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