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그리고 또 다른 <재즈 시대 이야기들>, 펭귄 클래식 펭귄클래식 11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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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살 노인으로 태어나 갓난아이로 성장(?)하는, 남들과 다른 시간의 흐름을 사는 이 남자 이야기가 요즘 뜨고 있다.

<위대한 게츠비>로 유명한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영화로 제작되면서, 국내에서도 여러 출판사의 번역본이 많이 나왔다. 그 중에서 나는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책을 만나보았다.

 

벤자민 버튼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남들과 다른 시간의 흐름을 산다.

노환을 앓는 듯한 일흔 살 노인의 몸으로 세상의 빛을 보고, 자신보다 한참 어려보이는 중년 남자에게 '아버지'라고 한다.

배내옷은 입을 수도 없고, 신생아 침대는 몸을 겨우 앉힐 수 있을까말까하고, 배고픈데 우유병만 건네주니 기가 막혀 하는 이 남자.

태어날 때만 괴상망측한 게 아니라, 이후의 삶도 기이하기 짝이 없다.

남들은 세월따라 나이를 먹어가는데, 벤자민은 세월따라 나이를 '뱉어낸다'.

힘겹게 노구를 움직이며 할아버지와 말벗을 하던 '아기' 벤자민이 '자라서' 군인이 되고, 더 '자라서' 결혼도 하고, 조금 더 '자라서' 대학도 가고, 또 '자라서' 유치원도 가고, 아주 많이 '자라서' 갓난아기가 되어...

정말 '소설같은' 이야기다.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며 내내 "말도 안돼!" "저게 어떻게 가능해?" "완전 옥의 티! 옥의 티!!"를 외치는 내 머리마저도,

벤자민 앞에서는 그만 꼼짝 못하고 얼어버렸다.

말도 안 되건, 어떻게 가능하건, 그런 걸 상상할 여력조차 주지 않는 이 독특한 이야기 앞에서는 그저 '소설은 소설처럼'읽을 수 밖에.

참, 기발하고 기발한 이야기다.

(<막스 티볼리의 고백>도 이와 같은 소재를 다룬 거라는데, 그 책은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지 엄청 궁금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기를 거부하지만, 벤자민은, 달라도 너무 다른 삶을 살았다.

얼마나 고독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갓난아기로서 우유병의 행복을 맛보지 못하고, 또래 친구들과도 어울릴 수 없고, 부모에게서 불쑥불쑥 "벤자민 씨"라는 호칭을 들어야 하고, 자식에게 "아저씨라고 부르세요"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그 삶이, 소설이라 참 다행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외에도 열 편의 단편을 더 만나볼 수 있었는데,

스콧 피츠제럴드가 '훌륭한 단편 작가로는 인정받지 못한다'는 패트릭 오도넬의 서문을 읽었음에도,

무척 재미있고 마음속에 오래 남을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석 부분이 미주로 처리되어 있어서 읽을 때 뒤로 가 찾아봐야 하는 점이 조금 불편했다.

많지 않은 단어여서, 그냥 각주로 다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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