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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 라울 따뷔랭
장 자끄 상뻬 지음, 최영선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비파이유'를 끼고 '따뷔랭'을 타고 식당에 가서 '프로냐르'를 먹는다.
이게 무슨 암호일까?
이 마을 사람들은 안경을 '비파이유'라고 부르고, 자전거를 '따뷔랭'이라고 부르며, 햄을 '프로냐르'라고 부른다.
모두 그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의 이름을 따서 부르는 것이다.
일테면, "나는 어제 저녁에는 '김연아'를 배우고, 오늘 오전에는 '박태환'을 했으며, 내일은 '박찬호'를 보러 간다.'라는 식으로.
저 '암호'들 중에서 '따뷔랭'이 바로 우리의 주인공이다.
제목이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이니까.
따뷔랭은 이 마을에서 '자전거의 달인'이다.
자전거 바퀴에 펑크가 나도, 체인이 풀려도, 나사가 빠져도, 여튼 자전거에 무슨 일만 생겼다하면 모두 따뷔랭을 찾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전거를 아예 '따뷔랭'이라고 부른다. "이봐~ 우리 따뷔랭 한 바퀴 탈까?"
그런 따뷔랭에게 말못할 고민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따뷔랭이 '따뷔랭'을 못 탄다는 사실!!
어떻게 그런 일이? 믿을 수 없지만 사실이다. 그리고 비밀이다. 따뷔랭만의 비밀.
이 비밀을 지키고자 하는, 아니, 어쩌면 속시원히 털어놓고 싶은, 따뷔랭의 속 타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따뷔랭에게 자전거를 못 탄다는 사실은 엄청난 마음의 짐인 것이 분명하다.
(조금 과장해보자면, 빌게이츠가 컴맹이고, 고흐가 색맹이고, 뭐 그런 식의 고통이지 않을까.)
하지만 따뷔랭은 이를 이겨낸다.
'오불관언(吾不關焉 : 나는 그 일에 상관하지 아니함)'의 경지에 오름으로써.
'감추는 기술이 아니라, 오불관언의 경지에 달하는 기술'을 따뷔랭은 터득한 것이다.
아무리 타도 안 되는 자전거 때문에 좌절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위기가 다가오면 재치로 넘긴다.
요즘 나도 괜한 일에 잔뜩 마음 쓰며, 엄청 속상해 하고 있었는데, 따뷔랭을 보며 머리가 탁! 트이는 느낌이었다.
내가 잘 하지 못하는 일에 매달려 아둥바둥하며 스트레스 받는 내 모습을 떠나보내라고,
지금 이 책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를 만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참, 귀엽고 재미있는 책이다.
이 책과 함께 구입한 <얼굴 빨개지는 아이>도 얼른 만나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