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장난
전아리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에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관련 기사를 통해 '전아리'라는 이름을 알게되었다.

나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지만, 그녀의 이름은 이미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전설적'으로 알려져 있다 한다.

86년 생. 내 막내동생보다도 한 살 더 어린 그녀는 이미 무슨 상을 받았는지 기억도 못할 만큼의 엄청난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펴낸 책 만도 세 권이나 되었다. (장편소설 <시계탑>, <직녀의 일기장>, 소설집 <즐거운 장난>)

'문학천재'라 불리우는 그녀의 글이 너무나 궁금해졌다.

 

<즐거운 장난>은 작가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최근까지 쓴 작품 중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 가운데 열 편을 골라 실은 소설집이다.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이 작품은 몇 살 때 썼을까?'라는 궁금증을 떨쳐버리지 못했는데,

책 뒤에 수록작품 수상년도가 실려 있었다. 가만 따져보니 열여섯에 쓴 작품이 두 편있었다. 그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의 놀라움이라니!

어린 나이에 그런 작품을 써냈다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전아리의 이름과 소설은 청소년들에게 여전히 '전설적'이다. 문학사상사 청소년문학상 대상, 푸른작가 청소년문학상, 대산청소년문학상 금상, 최명희청년문학상...... 중고교 재학 시절 웬만한 문학상은 죄다 휩쓸면서 문학 청소년들 사이에서 '그녀를 모르면 간첩'이란 말까지 나왔다.'라는 기사 내용이 괜한 소리가 아님을 깨달으며 고개를 끄덕끄덕.

 

'즐거운 장난'이라는 제목과 표지 그림으로는 상큼 발랄한 글을 기대했었다. 작가의 나이를 생각해서도.

그런데 이 책에 실린 단편 열 편 모두, 내가 기대한 발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생각지도 못하고 맞닥뜨리게 된 '어둠' '슬픔' '폭력'... 무녀 엄마를 둔 탓에 어려서부터 마음 고생이 심했던 청년, 난쟁이 아버지를 둔 난쟁이 아들의 외발자전거 쇼, 무엇이든 박제로 만들어 주는 박제사, 트렌스젠더의 일상을 담는 대학생 다큐멘터리 제작팀, 딸과 함께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보험이며 서적 외판원으로 뛰어다니는 중년 여인, 힘든 삶을 피해 불교에 몸담고자 하는 청년, 사채업자를 도와 뒷처리를 해주는 '해결사'들...

이런 소재들에 적잖이 놀랐고,

마치 삶 속의 많은 경험들을 녹여낸 듯, 아주 자연스럽고 '능청스럽게' 써내려간 그 글들을 보며 더 놀랐다.

젊은 작가(라고 하기에도 너무 젊은!)의 어디에 이런 삶의 느낌들이 숨어 있는지 정말 신기할 따름...

우리 사는 세상에 관심이 많은, 호기심이 많은, 그리고 애정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자신의 삶 뿐 아니라 타인의 삶도 허투루 보아 넘기지 않고, 관심과 사랑으로 보듬어 주기에 이런 글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앞으로 그녀가 또 어떤 작품들을 선보이게 될지 무척 기대되며, 이제 그녀의 장편소설들을 만나러 가봐야겠다.

전아리도, 즐거운 장난도, 정말, 대단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