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나의 사람들 - 프랑스에 간 카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강혜경 옮김 / 시공사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삐삐 롱스타킹...

우리에게는 '말괄량이 삐삐'라는 제목으로 더 익숙한 삐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또는 받고 있는 삐삐이니만큼

내게도 '삐삐'하면 떠오르는 특별한 추억이 한 자락 있다. 

어렸을 때, 난생 처음으로 본 연극이 바로 삐삐였던 것.(지금 기억하기로는 연극이었던 것 같은데 잘은...)

우리 4남매와 사촌 언니 동생까지 해서 모두 엄청 들뜬 마음으로 봤던 삐삐.

빨간 양갈래 머리와 주근깨가 과장된 커다란 인형 머리를 쓴 삐삐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리고 그날 즐거웠던 우리들의 모습은 아주 선명하게...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나는 남들 다 보이는 '와우~!'라는 반응은 미처 못 나왔다.

사람 이름 못 외우는 나의 주특기가 여기에서도 발휘되었다,고 핑계대기에는 너무나 대 작가인데?

그 이름 아래 소개 된 '삐삐의 작가'를 보고서야 아!하고 탄성이 터지며, 떠오르는 나의 어린 시절 추억...

생각해보니,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을 책으로 만나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보고도 기억을 못하는지, 책 이름을 하도 많이 들어서 봤다고 착각을 하고 안 봤는지.-가끔 이런 책들이 있다.)

이제서라도 나는 그녀의 작품 세계 속으로 들어가보고 싶었다.

그 시절에 함께 삐삐를 보며 같이 박장대소하고 같이 즐거웠던 사랑스런 나의 형제자매, 사촌들, '아름다운 나의 사람들'을 떠올리며...

 

이 책은 린드그렌의 자전적 여행 소설 3부작이다.

<미국에 간 카티 - 바다 건너 히치하이트>, <이탈리아에 간 카티 - 베네치아의 연인>, <프랑스에 간 카티 - 아름다운 나의 사람들>

나는 개인적으로 제목이 가장 끌리는 <아름다운 나의 사람들>을 먼저 읽어보았는데,

아, 이 책이 3부작의 막내였다.(기왕 이렇게 된 거, 다음에는 <베네치아의 연인>을 읽으리라 다짐. 아예 거꾸로...)

 

이 여행 소설의 주인공은 카티. 유쾌하고 발랄한 20대 아가씨이다.

그리고 그녀의 친구 에바가 나오고 이탈리아에서 만난 렌나르트가 주요 등장 인물이다.

(<이탈리아에 간 카티 - 베네치아의 연인>에서 그 '연인'이 혹시 렌나르트가 아닐까? 혼자 추측을...)

미국으로 이탈리아로 열심히 돌아다닌 카티가 이번에 프랑스에 가는 이유는?

바로 렌나르트와 결혼을 하기 위해서!

늘 외국에서 하는 결혼식을 꿈꾸던 내게는 정말 '꿈의 결혼식' 장면을 이 책을 통해 보게 되는 것이었다.

이 책을 읽어나가는 내 마음이 얼마나 떨리고 설는지는...

 

카티, 렌나르트, 에바와 함께 파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정말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처음 가 본 파리이지만, 처음 온 것이 아닌 파리.

왜냐하면 이미 책으로 사진으로 영화로 무수히 만나온 도시이니까.

그 도시에 드디어 발을 디뎠을 때의 그 황홀함, 그 도시 곳곳에서 만나는 익숙한 것들에의 친근감.

아, 나도 파리에 발을 디디면, 낯선 느낌보다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친구를 만난 듯한 그런 느낌이 들까?

그 느낌을 함께 맛 보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 마음은 이미 파리에 있다.

 

이 책은 읽는 내내 행복했다.

책 속에서 삐삐가, 아니 카티가 통통통 튀어다니는 느낌이랄까.

와아! 드디어 파리에 도착했다!!!라고 소리 지르며 얼른 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 같고,

나 이제 결혼해! 얼마나 행복한줄 알아?!라고 하며 황홀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 같고,

이봐, 내가 이제 엄마가 된다고!라고 하며 벌써부터 모성애가 가득한 행복한 미소를 짓는 것 같고.

카티와 함께한 프랑스 여행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를 팔에 안고 카티가 속삭여 주는 이야기는, 올해 만난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기억하고 싶다...

아, 정말이지 아름다운 나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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