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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 Free 러브 앤 프리 (New York Edition) - 개정판
다카하시 아유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작년에 도서관에서 <러브 앤 프리>를 빌려 읽었는데, 어쩌다보니 반납 기일이 다 되어 미처 다 읽지 못하고 반납했었다.
시간에 쫓기며 급하게 읽어서 그런지 마음에 그렇게 남지 않은 책이었는데, 그 후에 많은 사람들이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여행서로 <러브 앤 프리>를 꼽는 것을 보고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드디어 얼마전에 <러브 앤 프리>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버전이 두 가지라 조금 당황했다.
작년에 내가 봤었던 노란 표지의 그 책과, '뉴욕 에디션'이라는 소개가 붙은 이 책이었는데, 옮긴이가 양윤옥 님인 걸 보고 이 책으로 결정!
(아마 두 권이 같은 책이겠지? 저자가 같으니까. 하지만, 옮긴이가 다르니 표현이 조금씩 다를 거고, 이 책은 영어 번역본이 함께 실려있다.)
올해 다시 만난 이 책의 느낌은, 작년에 만났을 때와 사뭇 달랐다. 일단은 시간에 쫓기며 읽지 않았고, 이 책이 많은 사람들의 추천서라는 것을 염두에 둔, 그런 배경이 작용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때보다 지금의 내가 더 '방랑해 버'리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유일지도. 나는 어떤 한 책과 만나는 '타이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이 책은 무척 시의적절하게 내 앞에 나타나주었다. 이 책을 읽고나서는 당장이라도 여행짐을 꾸리고 싶어 가슴 속에 눈물이 흐를 정도로.
조금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싶은('혹시 죽는다면 미안해 투어'라는 아슬아슬한 이벤트를 다수 개최했다니!) 저자 다카하시 아유무가 그의 영혼의 반쪽 사야카와 결혼을 하고 세계를 떠돌며, 세계 곳곳에서 써내려간 시 몇 편을 사진과 함께 엮은 것이 바로 이 책 <러브 앤 프리>이다. 그러니까 이 책에는 인터넷 몇 번 검색하면 다 나오는 그렇고 그런 여행 정보가 실려 있는 것이 아니라, 보는 이마저 감동시키는 저자의 영혼의 속삼임이 담겨있다.
저자와 함께 오스트레일리아, 동남아시아, 유라시아, 유럽, 아프리카, 남미&북미, 일본을 떠돌며 내가 본 것, 내가 느낀 것은 그 나라의 유명한 관광지나 아름다운 풍광이 아니라, '그곳'이었기에 발견할 수 있었던 내면의 소리들, '그곳'이었기에 느낄 수 있었던 사랑과 자유였다. 일테면 이런 것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히피들이 부는 리코더 선율을 들으며 초등학교 시절의 나를 떠올리고 문득 떠오르는 질문,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일본의 경제발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처음으로 자신이 '아시아인'이라는 것을 의식한 순간, 캘커타에서 악당 같은 사내들과 맞닥뜨려 잔뜩 긴장한 가운데 돌연 기타를 꺼내들고 연주와 함께 열창을 했더니 '악당'들이 싱글벙글 웃더라는, 그래서 기타는 정말 좋은 물건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같은 것들이다. 그때그때의 느낌을 써내려간 그 소중한 기록들이 이 한 권의 책으로 엮어져 이웃나라 한국에 사는 나의 마음까지 깊이 울려버린 것이다.(생각해보니 여행서는 거의 국내 작가의 책들만 읽었지, 번역서를 읽은 기억이 많지 않다.)
과연 이 책이 수많은 사람들의 추천서가 될 수 있었던 것이 이해가 간다. 나의 시선을 아주 오랫동안 한 페이지에 붙잡아두고, 그 위로 웃음을 뿌리게도, 눈물을 떨구게도 한 이 책을, 나도 사랑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저자의 그 세계일주 대모험을 나도 언젠가 해보리라,는 다짐을 아니 할 수 없는! 저자의 말에 나도 용기를 내어본다. "필요한 것은 용기가 아니라 각오. 결정을 해버리면 모든 것은 돌아가기 시작한다." 맨날 용기만 내다가 마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각오가 필요한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