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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 섹스칼럼니스트의 사랑방정식
김경순 지음 / 문학수첩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책을 읽을 때, 연애와 관련된 책은 잘 보지 않는 편이다.
잘 공감을 하지 못하기 때문인데(아마 경험이 없어서? 대신 짝사랑에 관한 책은 좋아한다. 공감 백배이니까.)
이 책은 왠지 읽어보고 싶어졌다. '동생의 애인을 빼앗아 버리는 과감한 30대의 성 이야기'라고 하니까,
동생의 애인을 빼앗기 전까지는 짝사랑으로 애 좀 태웠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쯤은 공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제2회 문학수첩문학상 수상작가'라는 소개도 거기에 한 몫했는데,
다 읽고나서 다시 보니, '수상작'이 아니고 '수상작가'의 작품이었더라는...
책 표지에는 옷걸이 세 개가 숫자 '2'에 줄지어 걸려있는데,
그 옷걸이의 주인은, 까만 바탕에 하얀 땡땡이 무늬의 넥타이, 빨간 민소매 원피스, 흰색 레이스 브래지어이다.
'섹스칼럼니스트의 사랑방정식'에 등장하는 소도구들이 아닐까, 생각하며 그녀의 '과감한 성 이야기' 속으로 함께 들어가봤다.
'나'는 <산업과도시>라는 신문에 일주일에 한 번 섹스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섹스칼럼니스트이다.
한국의 샤넬을 꿈꾸던 동생은 속옷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나'의 표현에 따르자면 '엄마가 돌아가셨기 망정이지, 더없이 조신했던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얼마나 속상했'을지 상상도 안가는 자매의 직업이다.
'섹스 앤 더 시티' 캐리와 닮은 점이라곤 아침 식사 메뉴 밖에 없는 '나'는 자기 직업을 떳떳이 내세우지 못하고
직업을 말 할 때는 '섹스'는 떼어내고 그냥 '칼럼니스트'라고만 밝힌다.
'나'는 어느날 우연히 대학 다닐 때 조금 관심이 있었던 H를 만나게 되고,
동창으로 만남을 이어가던 중, H와 동생이 사귀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이때부터 발동된 '나'의 별난 연애 기질...바로, 임자있는 남자에게 눈독들이기.
'나'는 그렇게 해서 여동생의 남자친구인 H에게 자꾸 마음이 끌리게 되고, 여동생은 언니를 위해 소개팅을 주선해준다.
바로 자기 회사의 과장님.
그러니까, 여자 속옷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남자와 섹스칼럼니스트의 만남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야기는 굉장히 속도감 있게 잘 읽힌다.
젊고 혈기 왕성한 여성의 이야기이니만큼 내용 전개도 시원시원하게 쭉쭉 뻗어나가는 느낌.
자매가 남자들 앞에서 은근히 신경전을 펼치다가 급기야는 육탄전까지 벌이는 장면들도 재미있고,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지는 '나'의 연애 이야기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조금 아쉬운 것은 이 안에서 연애 심리 같은 것은 충분히 묘사되지 않은 것 같다는 점이다.
보통 연애 이야기가 나오는 소설을 읽다보면 함께 애가 타고, 긴장이 되거나 심장이 두근두근하거나,
잘 안 풀리는 연애에 안타까워지는 그런 감정들을 느끼게 되었던 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그런 것은 느끼지 못했다.
'과감한 성 이야기'라고 하기에, '나'는 그리 과감한 성격의 소유자도 되지 못하는 듯 하고...
하지만, 젊은 여성의 감각으로 재미있게 읽어내릴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