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 2008년 문학수첩작가상 수상작
주영선 지음 / 문학수첩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아웃’이라는 제목 두 글자와, ‘제 6회 문학수첩작가상 수상작’이라는 데 끌려서 읽게 된 책이었다. 전에는 무슨무슨 수상작하면 기피하고 봤는데(‘수상작’은 어렵다,는 생각이 머리에 꽉 박혀 조금 오래 갔더랬다), 요즘은 종종 ‘수상작’들에 끌리곤 한다. 일단 누군가(심사위원)가 읽고 ‘좋은 책’이라고 추천해준 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 괜찮을까’하는 고민을 조금 덜게 되니까.

 


일단은 내가 기존에 ‘수상작’들을 기피했던 이유가 되었던 것처럼 한없이 어렵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젊은 보건진료소장과 마을 할머니들 사이에 벌어지는 끊임없는, 그리고 조금 아니 많이 지나치다 싶은 신경전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었다. 마을에서 5년 가까이 진료소장을 해 오던 ‘나’는 언제부터인가 마을의 대단한 두 할머니 박도옥과 장달자의 끊임없는 공격을 받게 된다. 아니, 대표적인 인물이 저 두 사람이고 그 외에도 많은 ‘적’들이 등장한다. 저 두 할머니의 ‘밥’ 김금송, 목사 부부, 보건소 옆집에 사는 장상구, 마을 이장, 최혜림 등등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나’와 대치하고 있다.

 


서로를 이간질하거나 뒷수작부리기 바쁜 이런 마을에서 어떻게 5년이나 살았을까 의아했는데, 사실 마을 사람들이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바로 보건소가 새롭게 단장하면서부터. 새로 지은 보건소가 그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했던 것이다. 조금 더 넓은 규모로 깨끗하게 새로 지어진 보건소가 아무리 ‘나’의 집이 아니고 ‘나’의 재산이 아니라고 말을 해도, 마을 사람들에게는 진료소장이 좀 더 부자가 된 것처럼 느낀 모양이다. 그래서 그들은 진료소장을 달달 볶는다.(아무리 소설이지만 지나치다 싶게.)

 


이 책을 읽다가 얼마 전 지나가게 된 시골 마을이 떠올랐다. 한적한 데다 자연풍광이 참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조금 지나지 않아 마을 여기저기에 지어진, 마을 분위기와 한참을 동떨어져 보이는 ‘삐까뻔쩍’한 집들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아마도 외부 사람들이 주말에 내려와 쉬기 위해 지어놓은 집들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 집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아담하고 정겨운 분위기의 집들은 상대적인 초라함을 감출 수 없었다. 소설 속의 신축된 보건소가 바로 그 마을의 ‘별장’들 같은 느낌이었을까? 그래서 그 마을의 ‘문제 할머니’들이 쉴 새 없이 문제를 일으키고 다녔던 걸까?


 

마을 어른들에게 살갑게 대하지도 못하고, 자기가 해야 할 도리만큼의 최선을 다하던 ‘나’는 결국 마을에서 ‘아웃’당한다. 마을에서 원한 진료소장은 ‘공무원다운’ 사람보다는, 술 한잔 사고, 밥 한끼 사고, ‘어르신’들 마음을 맞춰주며 같이 어울릴 줄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들 속에 어울리지 못하고 결국 마을을 떠나는 ‘나’의 모습이 안쓰럽긴 했지만, 왜 그녀는 최혜림을 ‘언니’라고 불러주지 못하고, 박도옥 등에게 져주는 척도 못하고 그렇게 뻣뻣해야만 했나 싶다.


 

소설 속에서는 진료소장과 마을 사람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현실 속에서도 이런 일이 충분히 있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귀농이다 뭐다 해서 한적한 시골 마을에 들어온 도시 사람들을 동네 사람들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을까? 그들 사이에 제대로 된 대화가 오가지 못하고, 하나 되지 못한다면, 결국 서로에게 ‘텃세’나 ‘있는 체’ 등의 단어들을 떠올리게 하고, 결국엔 서로의 마음속에서 서로를 ‘아웃’시켜 버리게 될 거다. 이 책을 덮으며 ‘친구가 되는 방법은 스스로 완전한 친구가 되는 것이다’라는 에머슨의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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