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문학동네 시인선 105
이사라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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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확 이끌린 시집이다.
제목이 나를 부르는 거 같아서, 내게 부친 긴긴 편지글의 서두 같아서, 손이 절로 향했다.

요즘 내 마음에 저녁이 자주 내리므로...

시집을 읽어나가다가, 어디쯤에선가 탁- 풀려버렸다.
지난 저녁, 4층 높이 옥상에 올라 땅을 내려다보며 하늘을 올려다보며 쏟아내고도 다 쏟아내지 못하고 남았던 울음이 다시 한번 활기를 얻었다.
내가 읽고 있는 구절이 무언지도 모르고, 어느 구절 어느 단어를 향한 울음인지도 모르고, 그냥, 한번 더 쏟아냈다.
뭉텅 뭉텅...


살다보면 뭉텅 내려앉는 순간이 있다

나는 없어지고
내 그림자가
하나의 공간을 만든다
불투명한 심연으로 무너진
나를 다스리는 시간들이
긴장을 한다

계절도 흘러가면서
배경을 흔들고
녹음 지면서 나무들 뭉텅 내려앉고
물위는 투명하고
짙은 햇살이
이리저리 흩어지는 동안

그림자 속 진심이 불투명한데

뭉텅 가슴 아픈 (「뭉텅」 전문)


요즘의 나는 ‘막힌 숨구멍 앞에 / 잠시를 드디어 내려놓’고 싶어지는 걸까.
‘멀리서 서로를 보는 것보다 / 곁에서 함께 겪는 것이 더 아픈’ 것임을 절절히 깨달으며 이 ‘한 번의 생이 견딜 수 없이 무’거운 것인지, ‘견딜 수 없이 가’벼운 것인지도 모르겠고,
나는 다만,

뭉텅 내려앉는 순간들이 점차로 자주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밖은 출렁이고 / 안은 침몰중’인 나의 시간 속에 이 시집이 걸어들어왔다.


구원이란 이렇게 단순하게
밥 짓는 물처럼 보글보글하게
사는 일일까 (「강가(Ganga)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부분)


구원이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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