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독파 프로젝트> 이번달 주제는 '민음사 세문전 읽기'다. 내가 사놓은 민음사 세문전 중에서 <나는 고백한다>, <깊은 강>, <내 이름은 빨강>, <카탈로니아 찬가>를 읽을 예정이다.


유튜브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닌데 그래도 뭔가 딴일 하면서 틀어놓을 영상이 필요할 때 민음사 세문전 월드컵 시리즈를 자주 찾는다. 최근에 올라온 '첫문장 월드컵' 영상에서 자우메 카브레의 <나는 고백한다>가 우승을 차지했다. 안 그래도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영업까지 당했으니 이번에 꼭 완독해봐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른다. 세 권이나 되는 두꺼운 책이라서 이번 달에 이거 하나만 제대로 읽어도 성공하는 것 같은데(왜냐면 나만의 독파 프로젝트 책 이외에도 다른 책들을 읽기 때문에) 일단 목표는 높게 잡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다른 민음사 세문전 책들도 골랐다.


처음 읽는 엔도 슈사쿠. 이 작가의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그동안 못했었는데 우연히 이 책의 소개글을 읽다가 인도 바라나시 갠지스강이 등장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바로 구매했다. 바라나시는 나한테 의미있는 장소라서 거기에 관련된 소설이라면 지나칠 수 없다. 그러고보니까 나는 카탈루냐 지역인 바르셀로나도 다녀왔고, 바라나시도 다녀왔고, 튀르키예도 다녀왔네. 나는 상상력이 너무너무 빈약해서 내가 다녀온 지역에 관한 소설을 특별히 더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상상력의 빈자리를 현실의 경험으로 채워야 한다.


이 책은 사놓은지 꽤 됐는데 이번에 꼭 읽을 거다. 분명히 재밌을 것 같은데, 내 취향일 것 같은데 손이 안 간단 말이지.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약간의 강제력을 만들어둬야 비로소 읽게 된다.


1월에는 <슈테판 츠바이크 읽기> 계획을 세웠는데 막판에 <어제의 세계> 읽다가 중도하차 할 뻔했다. 다른 츠바이크 책과 달리 이 책은 유독 번역체 문장이 거슬려서 읽기기 힘들었다. 그래도 계획한 거니까 완독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끝까지 읽었는데 뒷부분에서 또 감탄을 했다. 중도하차 했으면 그 부분 못 읽었을텐데 끝까지 읽어서 참 다행이었다. 그러니까 나한테는 강제성이 필요하다. <내 이름은 빨강>도 이번 달에 꼬오오오옥 읽을 거다.


<카탈로니아 찬가>도 사놓은지 꽤 된 책인데 이번에 읽자. 솔직히 이 책이 제일 어렵고 안 읽힐 것 같다. 여러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카탈로니아에 모였다는 것부터 일단 어려워보인다. 그런데 궁금하고 재밌을 것 같아. 이 책 때문에 독서 텐션이 루즈해지기를 바라지 않기에 일단 이 책은 제일 마지막에 배치했다. 이건 혹시 읽다가 중도하차해도 할 수 없다...그것은 독서 신의 뜻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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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는 책은 한 권인데 사는 책은 서너 권인 느낌이다. 안 읽은 책이 금방 금방 쌓인다. 게다가 열린책들 세계문학 200권 50년 대여도 했고 얼마 전에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아홉 권 짜리 세트도 50년 대여했다. 구독 서비스 중에서는 밀리의 서재랑 크레마 북클럽까지 두 개나 이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전자도서관까지 이용을 하고 있어서 읽을 책이 차고 넘친다. 


예전에는 책이 귀한 물건이어서 서점에서 책 사면 하나 하나 포장해줬다고 하던데(유튜브에서 들은 내용이다) 요즘에는 책이 엄청나게 흔해졌다. 책이 이렇게 흔해졌는데도 정작 읽는 사람은 없으니 신기하다. 하긴, 나조차도 메뉴판에 메뉴가 너무 많으면 뭘 먹어야 할지 몰라서 망설이고, 온갖 추천작으로 버무려진 넷플릭스 메인 화면을 보면 썸네일만 보고도 질려서 나와버리기도 하니까 읽을 책이 많아졌는데 독자는 줄어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나도 되도록 사놓은 책 중에서 읽으려고 하는데 자꾸 전자책 적립금이 쌓이니까 책 사들이는 걸 멈추기가 쉽지 않다. 전자책은 눈에 안 보여서 더 막(?) 사게 된다. 해결책은 좀더 가열차게 읽는 것. 그래서 사는 속도에 읽는 속도를 맞출 것.


2월에 민음사 세문전 읽고 3월에는 러시아 작가 벽돌책 읽어야 하나 싶다.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랑 <안나 카레니나> 같은 책, 사뒀는데 안 읽었다ㅠㅠ 책 읽는 속도 어어어엄청 느린 편인데 희한하게 벽돌책을 좋아한다. 두꺼운 책 다 읽을 때 그 희열 너무 짜릿해. 전자책 리더기 하단에 전체 페이지 중 내가 읽고 있는 페이지 표시되게 해놓고서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숫자가 마지막으로 향해가는 걸 보는 게 너무 재밌다. 일단 이번달에 민음사 세문전 뽀개고 러시아 작가로 넘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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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곽복록 옮김 / 지식공작소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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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오스트리아 빈의 예술 가득한 분위기, 양차대전이 일어났을 때 당대 사람들의 반응을 세세하게 서술해놓은 책이다. 번역만 좀더 매끄럽게 다듬었다면 더 읽기가 쉬웠을텐데 그 부분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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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스틸 라이프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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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50년 대여 이벤트로 아르망 가마슈 시리즈가 떴길래 쓰윽 한 번 훑어봤는데 표지가 예쁘고 아기자기해서 급 관심이 생겼다.(그 전에는 이런 시리즈가 있는 줄도 몰랐다.) 검색을 해서 평을 살펴보니 잔잔한 추리소설인데 취향에 맞으면 극호, 안 맞으면 견디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한다. 갑자기 궁금한데? 나는 과연 어느 쪽 취향일까. 전자책 구독 서비스에 이 책이 있다길래 일단 1권인 <스틸 라이프>만 펼쳐봤다. 몇 장 읽고 지체 없이 50년 대여 상품을 결제했다. 완전 내 취향, 극극극호다.


[가마슈는 그녀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물론, 아는 사람이어서 놀란 것은 아니었다. 그건 그의 작은 비밀이었다. 그 작은 비밀이란 오십대 중반으로 지금은 정체 상태에 빠진 듯하나 오랜 경찰 생활의 정점에 도달했음에도 변사체를 보면 여전히 놀란다는 사실이었다.]


일단 시체를 보고 놀라는 경감이 나온다. 내가 소심한 편이어서 그런가, 소설에 소심한 사람이 나오면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게다가 경찰인데!시체를 보고 놀라!이 가마슈 경감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긴다. 살인 사건이 벌어진 스리 파인스(세 소나무) 마을이 어떤 곳이냐 하면,


[클라라는 지금까지 스리 파인스에서 25년 동안 살면서 단 한 번도 범죄 소식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현관문을 잠근다면 그건 기껏해야 주키니가 넘쳐 나는 수확철에 이웃 사람들이 주키니를 몰래 가져다 놓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 문장 보고 바로 50년 대여 결정했던 것 같다. 이웃집이 주키니를 가져다놓을까봐 무서워서 그때만 문을 잠그는 마을이라니.ㅋㅋㅋㅋ이런 책은 두고 두고 읽고 싶다. 재독하게 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건 아니지만 하이라이트 해놨던 곳 위주로 해서 쓱쓱 훑어볼 수 있어서 좋다. 구독 서비스에 올라온 책은 언제든지 내려갈 수 있어서 말 그대로 맛만 보는 거다. 진짜 좋아하는 책은 여러 번 읽어야 해서 꼭 구매한다. 50년 대여도 사실상 구매...라고 생각한다.


이 스리파인스라는 곳은 캐나다 퀘벡에 속한 작은 마을이다. 작으니까 평화로울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성소수자 혐오, 인종차별에 더해 영국계와 프랑스계의 갈등까지 더해졌다. 나는 우리나라도 상당히 갈등이 심한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스리파인즈 만만치 않다. 내가 가면 왠지 적응 못하고 도망나올 것 같은 마을인데 이렇게 소설을 통해 잠시 이곳에 살아보는 느낌이다.


마지막 해설을 보니 이 작품은 고전 미스터리 소설의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안에는 기가 막힌 트릭이나 천재적인 추리 이런 건 나오지 않는다. 솔직히 한국인의 입장에서 봤을 떄 가마슈 경감이랑 그 주변 동료들 이 정도 속도로 일 하면 문제 안 생기나? 싶을 정도로 다들 천천히 살인 사건을 수사한다. 심지어 추수감사절이라서 각자 집으로 돌아가서 추수감사절 만찬을 즐기자는 이야기까지 오고 간다.(이런 건 부러웠다. 명절은 쉬어야지) 이런 잔잔한 리듬이 안 맞는 사람들은 아마도 소설 초반에 다들 탈주할 것이고 잘 맞는 사람들은 이 세계에 풍덩 뛰어들어서 이곳 사람들과 함께 호흡을 하는 것이다. 나는 잔잔하면서도 쉬지 않고 흘러가는 이 리듬이 좋았다.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숨도 안 쉬고 범인만 찾는 것보다는 이 소설처럼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되는 동네 사람들 이야기도 주섬주섬 챙겨가면서 천천히 또박또박 한 걸음씩 나아가는 박자가 좋았다.


이 책에서 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 니콜 형사 캐릭터다. 니콜 형사는 25살 신참 형사인데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크고 혹시나 실패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까지 있어서 살인 사건 수사에서 계속 엇박자를 낸다. 니콜 형사가 가마슈 경감을 비롯한 베테랑 경찰들과 계속해서 충돌하는데 사실 충돌이라고 볼 수도 없다. 니콜 형사만 계속해서 쿠사리 먹는 식이다. 나는 SNL의 MZ오피스 본다는 심정으로 웃으면서 넘어가기는 했는데 이 부분도 취향에 안 맞으면 은근히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퀘벡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퀘벡에 가본 적이 없기에 머릿속에 그 공간이 탁 하고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찾고 찾다가 마침내 찾아냈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가 있다는 것을. 왓챠에 올라온 <쓰리 파인즈>가 바로 이 소설을 영상화한 시리즈다. <쓰리 파인즈> 시리즈를 1,2화만 봤는데 이거 보다가 아...니콜 형사 왜 저래, 이런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소설만 읽을 때는 별생각 없었는데 드라마에 나오는 니콜 형사가 약간 더 덤벙이 캐릭터다. 마지막 해설을 보면 작가가 자신의 젊은 시절을 니콜 캐릭터에 투영했다고 한다. 가마슈 경감보다는 그 밑에 있는 보부아르 경위가 좀더 니콜을 싫어하는데 이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이들의 관계가 변화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처음에 이 시리즈가 9권으로 완결되는 줄 알고 대여했는데 그게 아니었다.ㅋㅋㅋㅋ아무 생각 없이 당연히 완결이겠지, 했는데 띠요옹. 미국 아마존 사이트 보니까 무려 18권까지 나와 있다. 지금 한국에 번역된 건 10권까지인 것 같고, 나는 1~9권 세트를 대여했다. 혼란스럽다. 나중에 완결되고 나서 한꺼번에 읽으려면 힘드니까 절반 정도에서 끊어준 걸까? 나중에 완결되면 또 한 번의 이벤트를 기대해봐야겠다. 이런 이벤트가 아니었다면 평생 모르고 지나쳤을 책인데 덕분에 좋은 시리즈를 만나서 너무 행복하다. 지금 왓챠 구독하는 게 3월이면 끝나는데 그 전까지 소설 먼저 읽고 <쓰리 파인즈>시리즈까지 다 봐야해서 마음이 급하다. 주말은 가마슈 경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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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스틸 라이프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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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에 이런 감상을 남겨도 될지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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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종이책을 샀다. 그것도 중고가 아닌 새 책으로.


나의 책 구매 패턴은 이러하다. 구매하는 책은 100% 전자책이다. 전자책으로 나오지 않은 건 도서관에서 빌려보거나 정 필요하면 중고책으로 구입한다. 최근 몇 년간 중고책을 산 적은 있어도 새 종이책을 산 적은...글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런데 왜 갑자기 종이책을 샀냐 하면, 마르틴 베크 책을 사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스톡홀름 지도'를 준다는데 그 지도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그나저나 여태까지 스톡홀'롬'이라고 썼는데 올바른 표기법이 스톡홀'름'인가보다...이렇게 또 하나 배운다)

(↑ 내 마음을 홀린 바로 그 지도. 그런데 이렇게 이벤트 페이지 캡처해와서 올려도 되는 걸까. 나도 모르겠다.) 


나는 공간에 대한 상상력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사람이다. 책 속에서 물체를 묘사한다거나 거리를 묘사할 때 거의 이해를 못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세상에, 지도를 준다니! 너무 좋다. 너무너무 좋다. 이 지도를 갖지 못하면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읽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가져야만 해!


혹시나 전자책으로 사도 지도 사은품을 주는지 살포시 전자책 구입하기를 눌러봤다. 사은품 선택하는 페이지가 없이 매정하게 결제창으로 넘어가버린다ㅠㅠ전자책 구매자들에게는 왜 사은품을 주지 않는걸까. 책 없이 사은품만 배송하려면 배송비가 나가니까 그런 것 같은데 가끔은 배송비를 추가로 내더라도 받아보고 싶은 사은품이 있다. 하지만 전자책 구매자들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흑흑.


그래서 종이책을 샀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는데 그야말로 사은품에 눈이 멀어 구입을 해버렸다. 언젠가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기는 했으니까 이참에 사은품 핑계 대면서 시작하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얼마나 오랜만에 종이책 주문을 한 건지 무료배송 정책도 모르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로재나>만 담고 결제창으로 넘어갔는데 배송비가 붙어서 깜짝 놀랐다. 아주 예전에 종이책 한참 살 때는 한 권만 사도 무료배송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항상 이럴 때 미련한 결정을 내린다. 그냥 배송비 내면 될 것을, 꼭 그거 안 내겠다고 다른 물건들을 붙이는 악취미가 있다. 그래서 다른 책들도 골랐다. 보관함을 찬찬히 보면서, 몇 년 간에 걸친 전자책 구매 경험에 비춰볼 때 전자책이 안 나올 것 같은 책들을 공략했다.


먼저 고른 책은 <어얼구나강의 오른쪽>이라는 책이다. 중국 변방의 소수민족에 관한 책이다. 변방, 소수민족, 유목민족, 사라져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초원, 유라시아, 실크로드...이런 키워드들을 늘 좋아했다. 이 책도 다른 어떤 책에서 언급된 걸 보고는 보관함에 담아뒀는데 어쩐지 전자책으로 나올 것 같지가 않아서 이번에 종이책으로 구입했다. 

내가 산 건 왼쪽 민트색 표지인데 사고나니까 같은 제목의 책이 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같은 출판사, 같은 번역자가 작업한 책인데 다만 시리즈가 달라서 다른 표지로 나온 것 같다.(두 책 다 판매 중이다) 민트색 표지는 '세계문학의 천재들' 시리즈이고 전통의상 표지는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시리즈다. 내 취향은 전통의상 표지인데, 민트색 표지의 책을 주문하고나서야 이런 게 있다는 걸 알아버렸다. 취소하고 다시 주문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냅두기로 했다. 민트색 표지가 더 최신판이기도 하고 맨 마지막에 '어휘풀이'가 추가된 듯 하여 표지에 대한 호불호를 버리고 최신 버전을 들이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주문한 또 다른 종이책은 조지수 작가의 <마지막 외출>이다. 이 작가의 전작인 <나스타샤>를 읽고 되게 쓸쓸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나는데 '나는 이제 행복도 즐거움도 없이 살 수 있게 되었다'라는 내용의 문장이 있었다. 당시에 그 문장이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수많은 책들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중에도 <나스타샤>는 잊지 않고 있었다. 그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보관함에 담아두었는데 아무리 살펴봐도 전자책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가 아니어서 이번에 종이책으로 구매했다.(조지수 작가는 오직 글로만 모든 것을 말하기 위해 소설을 쓸 때 필명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그의 정체는 철학자인 조중걸 교수라고 한다. 근데 출판사에서 나온 책 목록만 유심히 봐도 바로 알 수 있다. 애써 숨기려고 했던 것은 아닌 듯 하다.)


이렇게 해서 오직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지도 포스터를 받기 위해 <로재나>, <어얼구나강의 오른쪽>, 그리고 <마지막 외출>을 구매했다. 지도 얻으려다가, 배송비 없애려다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구매가 되었지만 그래도 지도가 너무 갖고 싶으니 어쩔 수 없다. 지도 사은품 주문하는 김에 마르틴 베크 시리즈 스페셜 북도 꼽사리껴서 주문 넣었다. 다행인 건 북엔드 같은 것을 탐하는 물욕은 없다는 거다. 마르틴 베크 5만원 이상 구매하면 북엔드 준다는데 북엔드에 꽂아둘 종이책도 없고, 시리즈 나머지는 전부 전자책으로 구입하고 싶어서 고민없이 북엔드는 패스했다.


읽으려고 쌓아둔 책 엄청 많은데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도대체 언제 읽을 수 있을까. 그래도 일단 지도를 받아두면 언젠가는 읽긴 읽겠지. 코딩 하는 아는 동생 한 명이 핀란드로 이민 가고 싶다고 했는데 그 친구 이민 가면 북유럽 여행 가야겠다. 가는 김에 스톡홀름 여행을 끼워넣고, 사은품으로 받은 지도를 가방에 넣고, 전자책 리더기에 마르틴 베크 시리즈 열 권을 전부 담아가는거지. 환상적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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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1-25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속에서 물체를 묘사한다거나 거리를 묘사할 때 거의 이해를 못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 이거 제 얘긴줄 알았습니다. 저 역시 책 속에서 특히 공간에 대한 묘사를 하면 이해할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글자로 읽을 뿐.. 하하.


Laika 2024-01-25 16:11   좋아요 0 | URL
역시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왜 이렇게 공간지각에 약한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유명한 책이면 영상화된 게 없나 찾아보기도 하고 그래요. 영상을 봐야 그나마 공간이 그려진달까요. 그래도 저만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하니 안심이 됩니다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