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종이책을 사지 않는 강경 전자책파인데 전자책이 나오지 않은, 앞으로도 나올 것 같지 않은 책들은 어쩔 수 없이 종이책을 구매한다. 그리고 북스캔 업체에 들고가 PDF로 바꿔버린다.

올 한해 사부작 사부작 사들인 종이책이 상당히 쌓였길래 최근에 북스캔 하러 다녀왔다. 내가 모르는 사이 북스캔 업체들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예전에는 사당 쪽에나 조금 있고 다른 곳에는 많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서울 곳곳에 있다.

나는 총 24권을 가져갔다. 너무 무거워서 캐리어를 끌고 갔다. 가면 우선 책등을 잘라야 한다. 일반 책은 재단비가 1,000원인데 하드커버는 재단비 1,500원을 받는다. 하드커버 책은 무겁기도 무거운데 책등 자를 때도 비싸다.

깔끔하게 잘라진 책들을 가져다주시면 본격적으로 스캔 시작. 내가 갔던 곳은 기본 30분(6,000원)에 추가시간 10분당 2,000원이다. 시간이 곧 돈이다. 초집중해서, 어떠한 오류나 딜레이도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스캔해야 한다.

스캔 속도가 정말 빨라서 정신없이 작업했다. 24권을 다 스캔하고 나니까 약 4n분 소요. 총 50분으로 계산했다. 문자인식(OCR)이나 선명도 높이는 작업을 추가할 수도 있는데 나는 그런 거 다 뺐다. 재단비랑 스캔 비용은 총 36,500원이 나왔다. 24권인데 나름 선방한 것 같다.

예전에는 스캔 끝난 책들을 가게에 버리고 왔는데 이번에는 다시 싸들고 왔다. 어차피 버릴 책이니까 밑줄 팍팍 그으면서 읽고 싶어서다. 스테이플러로 대충 찍어서 휙휙 넘겨가면서 보고 있다. 형광펜으로 밑줄도 마구마구 친다. 어차피 PDF로 바꿔놨으니 험하게 다뤄도 상관없다. 마음이 너무 편하다.


북스캔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사실 제일 좋은 건 출판사에서 정식 전자책을 내주는 거다. 그건 폰트와 글자 크기를 바꿀 수 있으니 정말 짱이다. epub파일이 최고다.

이미 PDF로 스캔해놓은 파일이 있더라도 정식 전자책이 나오면 또 산다. 그것이 바로 조지수의 <나스타샤>. 전자책으로 안 나올 것 같아서 북스캔 했는데(나중에 캐나다 여행 갈 때 들고가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놀랍게도 전자책이 나와서 바로 구매했다. 이런 데는 돈 써도 아깝지 않다. 전자책이 나오기만 한다면 중복 소비 쯤이야.

두껍고 무거운 책들은 한번쯤 전자책 발간을 고려해주시길. 692쪽에 969g인 <그레이트 게임>이나 704쪽에 1075g인 <내 심장을 향해 쏴라> 같은 책들이 전자책이 있었다면 굳이 책등 쪼개고 스캔하는 생고생은 하지 않았을텐데.

이로써 내가 갖고 있는 종이책은 또다시 제로에 수렴하게 되었다. 제로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딱 두 권을 종이책 상태로 보관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 그것은 바로 <탐험가의 스케치북>과 <아틀라스 중앙 유라시아사>. 마지막까지 고민했지만 이건 쪼갤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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