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슈테판 츠바이크의 <우체국 아가씨>를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이 몇년 전에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라는 제목으로도 나왔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번역자도 같다.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 나오면서 너무나 직관적인 제목을 버리고 <우체국 아가씨>라는 제목을 택했다. 게다가 표지도 아련하게 바뀌었다. 표지 새로 입힌 건 정말 다행이다. 예전 표지였으면 나는 절대로 이 책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 예전 표지는 흡사 까치에서 나온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떠올리게 한다. 악몽 같은 표지다. 존.세.거는 종이책만 리커버 하지 말고 전자책도 리커버 좀 해주길 바란다ㅠㅠ
<우체국 아가씨> 읽기 전에 <광기와 우연의 역사>도 읽었는데 이것도 국내 출판본이 엄청나게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들이 퍼블릭 도메인이어서 여기저기서 번역되어 나온 것 같다. <광기와 우연의 역사>는 제일 최근에 나온 이화북스 버전으로 읽었다. '최신 완역판'이라는 문구에 끌리기도 했고 전자책으로 나온 게 이것밖에 없었다.
또 무슨 책들이 있나 찾아보다가 <마리 앙투아네트>도 여러 출판사에서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책들은 아직 전자책이 없는데 츠바이크 선집을 내고 있는 이화북스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를 꼭 전자책으로 내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츠바이크의 책을 좀더 찾다가 예쁜 표지로 유명한 녹색광선에서도 책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녹색광선은 전자책을 내지 않으니까 나 같은 전자책 사용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이 책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려고 했는데 똑같은 제목의 책이 하나 보인다. 이것도 같은 내용인가보다. 표지만 보면 녹색광선이 가장 최신에 나온 책처럼 보이는데 의외로 세창출판사 버전이 더 최신이다. 이 출판사에서는 슈테판 츠바이크 소설 시리즈를 내고 있다. 게다가 전자책도 있다. 전자책 이용자인 나는 만약 <감정의 혼란>이 읽고 싶다면 세창출판사 쪽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쯤 되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츠바이크의 책들이 여기저기서 우후죽순 출판이 된 걸까. 이걸 어느 정도 알아둬야 겹치기 구매를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몇 개 더 찾아봤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에 실린 <체스 이야기>와 <낯선 여인의 편지>도 세창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낯선 여인의 편지>와 <모르는 여인의 편지>로 제목이 살짝 다르지만 같은 내용인 것으로 보인다. <모르는 여인의 편지>는 검색해보면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나온다. 너무 많아서 맨 위에 있는 책들만 가져왔다.
소설집도 그 안을 들여다봐야 한다. <보이지 않는 소장품>의 수록 작품은 '아찔한 비밀, 불안, 세 번째 비둘기의 전설, 모르는 여인의 편지, 보이지 않는 소장품, 어느 여인의 24시간'이다. 이 안에 '모르는 여인의 편지'가 또 수록되어 있다. 맨 마지막에 실린 '어느 여인의 24시간'도 낯이 익은 제목이다. 빛소굴 출판사에서 낸 츠바이크 소설집 '과거로의 여행'에 실린 두 번째 작품 제목이 '어느 여인의 삶에서 24시간'인데 아마도 두 개가 같은 작품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천재, 광기, 열정>이라는 책이 있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를 쓰다'라는 제목의 츠바이크 평전 시리즈가 있는데 이 책들의 원전이 바로 <천재, 광기, 열정 1,2>라고 소개해준 페이퍼를 발견했다. 겉으로만 봐서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아서 헷갈릴 뻔 했다. <천재, 광기, 열정 1,2>에는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니체, 클라이스트, 발자크, 디킨스, 스탕달, 카사노바 총 8명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쓰다' 시리즈에서는 클라이스트와 디킨스 내용이 빠진 듯 싶다.
이처럼 수도 없이 변주되어 나온 츠바이크의 책들인데 대산세계문학에서 나온 <초조한 마음>은 국내 출판본이 이거 하나뿐이고 전자책이 없다. 대산세계문학에서 전자책을 만들 계획이 있는지, 아니면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 번역해서 전자책이랑 같이 출간할 계획이 있는지 매우 궁금하다. 전자책으로 읽고 싶은데 방법이 없네ㅠㅠ그야말로 초조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