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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전쟁
김조한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7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7년인가 방송사 내부에서 넷플릭스에 우리 콘텐츠를 팔아야 되는 지, 논의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 같은 드라마PD는 콘텐츠 유통에 별 관여를 하지 않기에, 사실 그런 논의에는 끼지도 못했지만요.
얼마 지나지 않아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다른 플랫폼을 키워줘서는 안되기에, 넷플릭스에 SBS를 비롯한 지상파 콘텐츠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저는 우리 콘텐츠를 세계 시장에 쉽게 유통시킬 수 있는데, 왜 넷플릭스를 타지 않느냐고 큰 회의에서 발언한 적도 있었지만, 소수 의견이라 곧 묻혔습니다.
2019년, jtbc와 tvn은 넷플릭스와 제작투자자이자 유통사로 파트너 관계가 되었습니다. 당시 플랫폼 경쟁력을 주창하던 SBS 관계자분은 지금 어떤 소회이신지 모르겠습니다만,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만큼 대단한 오판을 내리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2016년에 나온 <플랫폼 전쟁>을 읽어보면, 이미 그 논의에 대답이 나와 있습니다. SBS의 의사 결정 관계자들 가운데 이 책을 읽은 분이 있었다면,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 책은 2016년에 나왔습니다만, 2019년에 읽어본 제게 아직까지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첫째, 중국에서의 '한류'는 과장되어 있다는 것, 그러나 아시아에서의 한류는 유통되는 해외 콘텐츠의 30%에 달하는 만큼, 아직 기회가 있다는 것. 따라서 콘텐츠 제작사는 이제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를 노려볼만하다는 것입니다.
둘째 한국 콘텐츠를 해외에서 이용하는 소비자의 절대 다수는 여성이라는 점. 따라서 해외 시청자를 겨냥한다면,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콘텐츠의 지향점이 분명해진다는 것입니다.
셋째, 해외에 진출하려면, 자국의 플랫폼을 내세우기 보다는 현지의 플랫폼에 기생하는 게 좋다는 것. 즉 Platform in Platform 전략을 내세웁니다.
넷째, 넷플릭스의 선호 콘텐츠에 대해 나름의 통찰력을 제시해주는데, 그것의 약자는 BM KST라는 건데... 그건 각자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습니다.
저는 2017년 SBS의 결정 때, 누군가 이 책을 읽었다면 훨씬 생산적인 논의를 한 후 진행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늦게 읽어서 아쉬운 책입니다만, 아직까지 이 책의 많은 정보가 제게는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올해가 2019년인 것을 생각하면 더욱 간담이 서늘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