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걸의 귀향 - 캐럿북스 1
이선미 지음 / 시공사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일곱 형제 중 장남인 아버지와 팔형제중 장녀인 어머니가 만나 내가 태어났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피임에 관한 상식이 없어 그리 손을 많이 보셨을 까?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분들도 젊어서 사랑하던 시절이 있었고 부부의 정이 있었기에 그리 자손을 많이 낳으셨을 것이다. 맞다.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일 것이란 인상이 짙은 우리 조상님도 아마 지금 우리와 비슷하게 사랑에 달뜨는 시간이 있었을 것이고 사무치게 그리운 정이 있었을 것이다.


[모던 걸의 귀향]은 바로 그런 우리 조상들의 사랑이야기이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어미의 몸에서 태어나 서구로 입양을 간 '모던 걸'이 백학골로 귀향하며 벌어진 코믹 멜로가 이 소설의 장르이다. [모던 걸의 귀향]은 구한말 우리 백성들의 삶에 끼어든 한 여성의 삶을 통해 새로운 멜로 드라마의 각을 보여주었다. 조상과 전통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입관을 비웃어 준다. 전통과 보수가 대립하여서 나오는 뻔 한 갈등이 아니라 보수와 전통이 슬기롭게 화합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어 독자를 흐뭇하게 만든다. 전통과 굴레를 딛고 맞닿은 '근영'과 '규용'의 과거의 키스에 오늘 자극이 난무하는 시기를 사는 우리의 가슴에도 묘한 흥분이 찾아든다. 아마도 현실에서는 참혹했을 주인공의 삶을 웃음과 감동으로 풀어놓은 작가의 긍정적인 시선이 새로운 감동의 원천이라 생각한다. 


정통 문학을 하는 이는 '로맨스 소설'이라고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독자들에게는 감동과 재미를 함께 주는 소설이다. 사실 우리의 오늘은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보수와 진보를 아우른 적응의 결과가 아닐까? 근영과 규용의 근황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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