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성공의 법칙 - 헐리우드 기획담당이 전하는
알렉스 엡스타인 지음, 윤철희 옮김 / 스크린M&B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선수용 실전 매뉴얼이다. 당신이 이제 막 시나리오를 쓰려고 마음먹었거나 초고를 막 완성한 사람이라면 이 책의 효용은 그리 크지않다. 만일 당신이 단막극 한 편이나 영화 한 편 정도를 써서 프로듀서의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면 이 책의 가치는 정말로 크다.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알 수 없는 실전적인 지침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현재 방송계, 영화계에서 이름이 통하는 프로페셔널이라면 이 책은 대단히 유용하다. 특히 경험에서 얻은 지혜이지만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확신하지 못할 때 이 책은 아주 유용하다. 실무를 경험한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등 뒤의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주기 때문이다. 책을 덮은 다음 당신은 '내 생각이 옳았다.'이거나 '이런 생각도 있을 수 있구나'하고 고개를 주억거릴 것이다.

작가들이 대본에서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될 것'에 대해 냉정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 작가들이 대본에 샷의 사이즈나 장면 전환 기법에 대해 적은 것을 볼 때마다 나는 안타까워한다. 그것은 작가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대본을 방송사나 프로듀서에게 팔아야 할 작가들에게 세심한 길 안내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목의 중요성을 이처럼 적절하게 지적하는 책은 없었다. 많은 시나리오 안내서들이 캐릭터나 플롯의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제목에 대해서는 소홀하다. 정작 한 대본이 세상과 제일 처음 만나는 첫인상을 '제목'이 만들어 낸다. 현장 경험이 있고, 대본 판매에 대한 경험이 있기에 가능한 지적이다. 책의 뒷부분에 나오는 저작권에 관한 안내도 무척 실용적이다. 우리의 실정과는 다른 면이 있지만, 작가들이 저작권에 대한 원론적인 이해를 하도록 도울 것이다.   

시나리오의 포맷에 대해서는 우리는 헐리우드와는 관례로 다른 측면이 있다. 그런 차이점을 현명하게 분간하면서 내용을 받아들여야 한다. 예를 들어 헐리우드에서는 작가들에게 씬 번호를 매기지 말라고 가르친다. 씬 번호를 매기지 않으면 우리나라 프로듀서들은 인상을 찌푸릴 것이다. '5씬 말이죠. 그 씬에서는......'하고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데 '철수와 영희가 두번째로 만나는 씬 말이죠.' 하고 작가에게 말하기란 번거롭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는 사이드 필드의 플롯 포인트(구성점)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이드 필드는 그의 저서에서 영화 대본 120페이지 짜리에서 30페이지 부분과 90페이지 부분에 관객을 유혹할 만한 스토리의 전환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플롯 포인트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논의가 도식적이기에 형식론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사실 영화나 드라마는 끊임 없이 관객을 유혹해야 한다. 나도 사이드 필드보다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어째서 유익한 책들은 이리 빨리 품절되는지, 이 책도 요즈음 서가에서는 찾기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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