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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프런티어 - 초연결시대에 생각해보는 거대한 아이디어의 미래
마이클 바스카 지음, 전리오 옮김 / 퍼블리온 / 2022년 10월
평점 :
<추천의 글 中>
“우리는 끊임없는 발견과 발전이 이루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혹시 최고의 시절은 이미 지나간 것이 아닐까? 마이클 바스카가 펴낸 대단히 흥미로운 이 책의 중심에는 이러한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 이 책은 인류가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 세기에 걸쳐 발전해왔지만, 우리 사회가 정체 상태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상당히 긍정적이고 때로는 재치 있는 태도로 기술과 의학이 여전히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가디언(The Guardian)》
<책 속으로>
거대한 아이디어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결합한다.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는 가스펠(gospel)과 블루스(blues)를 접목했고, 구텐베르크(Gutenberg)는 포도즙 짜는 기계에 직인을 찍는다는 아이디어를 연결해 인쇄술을 만들어냈다.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는 이전까지는 별개의 분야였던 물리학과 천문학을 통합했고, 덕분에 튀코 브라헤(Tycho Brahe)가 발견한 새로운 데이터를 활용하여 행성들이 타원형의 궤도로 공전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었다. 카를 마르크스(Karl Marx)의 자본론은 헤겔(Hegel)의 철학을 고전 정치경제학 및 당시 새롭게 떠오르던 사회주의와 결합한 것이다. 아이디어는 융합의 산물이며, 오래된 아이디어를 생산적으로 결합한 것이다. ‘새로운’ 모든 것은 새로운 합성물이다. 아이디어의 미래를 이해한다는 것은 아이디어의 과거와 현재를 명확하게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p.67-68>
산업혁명은 과학, 기술, 경제의 위대한 아이디어가 거대하게 무리지어서 나타나는 것이다.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법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하고 퍼트리는 방법에서, 조직의 형태와 비즈니스 모델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서, 일과 놀이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무엇을 생산하고 소비할 것인지에 대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그것들이 바로 거대하고도 거대한 아이디어이며,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꾸는 패러다임들의 패러다임이다. <p.141-142>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표현에 따르면, 20세기는 ‘비엔나의 세기’였다. 벨 연구소가 기술을 구축했듯이, 비엔나는 정신적인 건축물을 만들었고 도시적인 규모에 해당하는 아이디어의 산실을 구축했다. 합스부르크(Habsburg) 왕국 말기의 비엔나에는 어디에서나 극한의 창의력이 넘쳐났다.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을 만들고, 쇤베르크가 무조음악(atonal music)을 썼으며, 아돌프 로스(Adolf Loos)가 모더니즘 건축을 만든 도시가 바로 이곳이었다. 에른스트 마흐(Ernst Mach)는 충격파의 물리학을 설명했으며, 테오도어 헤르츨(Theodor Herzl)은 시오니즘(Zionism)의 체계를 확립했다. 비엔나는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와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도시였다. 이곳은 의학과 철학의 중심지였다. <p. 318-319>
1940년부터 1964년까지, 의욕 넘치는 목표를 갖고 추진한 미국 연방 전체의 R&D 자금 지원 규모는 20배가 증가했다. 그것은 가히 ‘끝없는 현금’의 강물이었다. NASA가 설립된 지 불과 몇 년 만에, 미국 정부는 그곳에서 추진하는 로켓 및 관련 기술 연구에만 전체 GDP의 0.7퍼센트를 투입했다. 그 결과, 그러한 규모에 부응하여 거대한 아이디어가 연달아 실현되었다. 이 기간 동안에는 항생제에서 소아마비 백신과 피임약 출시에 이르기까지 제약과 의료 분야에서 놀라운 발전이 줄을 이었다. 또한 레이더(radar), 컴퓨터의 아키텍처(architecture), 현대식 통신기술과 인터넷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로켓, 우주여행, 제트기, 인공위성을 만들어냈다.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많은 사람이 대학 교육의 기회를 갖게 되었고, 중산층의 생활 수준이 지금까지 경험한 것 중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개선되는 즐거움을 누렸다. 이 시기는 시민권 운동(Civil Rights Movement)과 복지국가, 대중교통,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보편적인 교육과 의료의 시대였다. <p. 520-521>
거대한 아이디어를 위해서는 매우 이례적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데이비드 엡스타인(David Epstein)은 그것을 ‘다양성(range)’이라고 부르는데, 주어진 영역과 범위를 뛰어넘고 그 사이를 오가는 것이다. 그것은 변화를 수용하는 것이며, 경계와 규칙을 무너트리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태도를 극도로 경계하는 것이다. 그것은 때로는 자랑스럽고 때로는 두렵기도 한 야심에 대한 것이다. 그것은 아무리 무작위적이라 하더라도 모든 가능성을 위해 활짝 열린 자세로, 스스로 모든 것을 새롭게 보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그리고 편협한 회의주의, 집단 순응주의적 사고, 권위주의, 정해진 경계, 표준적인 관행과 전통에 저항하려는 수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발전과 진보의 속도가 더욱 느려질 운명에 처해 있다는 인식을 거부하는 것이다. <p.549-550>
‘초연결 시대에 생각해보는 거대한 아이디어의 미래’
새로운 발명, 디지털 혁명, 거대한 문화적 생산의 산출량, 그리고 글로벌경제의 확대는 인간의 삶의 모습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변화시켰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주목해봐야 할 점은 바로, 이러한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탄생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획기적이다싶을 정도의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고 있다. 기존 발전의 연장선상 정도이다.
물리학 분야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는 대부분이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나왔다.
우주와 암정복은 꿈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고, 여전히 탄소에너지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
인류의 혁식은 어째서 정체된 것인가? 우리에게는 돌파구가 필요하다.
인류 역사 상의 과학의 발전, 기술의 혁명, 예술의 창조는 인류의 최전선을 계속해서 확장시켜왔다. 아이디어는 더욱 빠른 속도로 전개되었고 실행되며 우리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거대한 아이디어가 언제나 긍정적 변화만을 도출해낸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사람을 향해있다. 자연과 문화를 파괴하고 일자리의 위협도 가져온다. 산업화는 시후변화를 초래하였고, 기술력은 지배하는 권력층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실리콘밸리는 거대한 아이디어의 산출지가 확실하지만 그로 인한 결과의 대처에는 더디다. 특히 오늘날의 기술은 심각한 위협과 실존적인 위기를 초래할 수 있고, 세계의 질서에 대하여 윤리적으로 새로운 경각심이나 충격을 가할 수 있으며, 불평등을 양산하며 더욱 악화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위협적인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는데도 인류의 혁신을 위해서는 거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그 어느 시대보다 많은 도구와 지식을 갖추고 있고, 연구에 투자도 아끼지 않는데도 세상을 바꾸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왜 더이상 나오지 않을까?
‘인류는 계속해서 더욱 찬란한 문명을 건설할 수 있을까?’
‘우리를 위협하는 수많은 문제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을까?’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의문은 은하와 우주를 너머 거대한 지적 여정을 보여주었다.
거대한 아이디어를 촉진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의 본성이 어떻게 인류의 다음 단계로 이어질지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수천 년 동안 발전시켜온 문명은 과연 어디로 향할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다.
이 책은 과학, 기술, 산업, 경제, 정치,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가 점점 고갈되는 이유를 파헤치고 있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의 본성이 무엇인지와 그것을 촉진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마이클 바스카는 미래의 거대한 아이디어 촉진을 위한 다섯가지 제안을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첫째, 거대한 아이디어를 원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찾기 위한 임무에 착수해야 한다.
둘째, 우리는 아이디어를 만드는 방식과 관련한 분야 전체에 걸려 일련의 실험을 해야 한다.
셋째, 교육을 다시 학습해야 한다.
넷째, 아이디어를 생성해낼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과 규범, 메커니즘을 만들어내야 한다.
다섯째, 더욱 대담해져라.
인류는 어떻게 미래를 대비하느냐에 따라 기후위기 등 수많은 문제를 극복하고 찬란한 문명을 건설할 수도 있다. 우리모두가 진지하게 성찰해봐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