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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다가, 뭉클 - 매일이 특별해지는 순간의 기록
이기주 지음 / 터닝페이지 / 2024년 10월
평점 :
이기주 작가의 그림그리기가 이토록 쉬울줄이야를 통해 처음 그의 책을 먼저 접했습니다. 독학으로 그림을 배우고 유튜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건축 전공자였던 그의 모습은 제게도 그림을 시작할 용기를 주었습니다. 이기주 작가의 책과 영상들은 기술적인 것을 넘어 모든 이가 창의적인 표현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북돋아 주는 힘이 있습니다.
이번 책 그리다가, 뭉클에서 작가는 감성적인 그림과 기법을 뛰어 넘어, 우리가 매일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이 기록할 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익숙한 골목길, 매일 들르는 편의점, 그저 흔한 나무 한 그루까지도 일상의 풍경이 마치 특별한 여행지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특별한 주제를 갖고 있지 않아 더 좋았습니다. 무언가 메세지를 남기려고 감동을 주려고 억지스런 포장을 하지 않는 그의 글이 그대로 다가옵니다. . 출퇴근길의 풍경, 그저 흘러가는 계절의 변화, 주말에 방문하는 카페처럼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글과 그림으로 기록할 때와 그저 지나쳐 버릴 때는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작가는 보여줍니다. 그는 우리에게 "내 하루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며, 일상 속 모든 것들이 소중해지게 해 줍니다.
176페이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이 있습니다. "그림은 인생이다. 지우개를 쓰지 말고 실수한 선을 그냥 놔둔 채 그대로 거침없이 그려간다. 지금은 마음에 남아 괴롭지만 나중에는 실수한 선이 나만의 독특한 문양이 된다." 이 문장은 단순한 그림의 철학을 넘어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말해줍니다. 완벽하지 않은 선들 또한 그림의 일부가 되듯, 인생도 실수와 결점이 포함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깨달음을 줍니다.
그래서 오늘도 실수한 선 하나를 잘 마무리해서 하루를 완성해 보기도 합니다.
수채화는 기다림이다!! 각자의 이야기가 그림에 스며들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감이 천천히 말라가며 종이에 자리를 잡듯이,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이야기도 더 깊어집니다. 이기주 작가는 살아온 시간이 그 사람의 그림에 스며들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 그리는 그림은 더욱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다가, 뭉클을 덮으며 글이나 그림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이 책의 목적은 이루어진 셈입니다. 잃어버렸던 일상의 틈새를 나만의 글과 그림으로 채워 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그리다가, 뭉클’해질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끝까지 읽으며 뭉클해진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