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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음악을 듣는가 - 삶을 연주하는 인문학 교향곡
전기홍 지음 / 상상출판 / 2025년 10월
평점 :
전기홍, 우리는 왜 음악을 듣는가
첫 번째 악장, 감정의 공명
음악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그것은 감정을 흔들고, 언어를 대신하며, 시대와 문화를 비추고,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듣는 순간, 당신은 19세기 빈의 한 방랑자가 된다. 그의 고독이 당신의 고독과 겹쳐지고, 200년의 시간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첫 번째 악장은 바로 이 신비로운 관계를 탐구한다. 우리가 왜 음악에 매료되는지, 노래가 인간에게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음악이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뇌과학자들은 말한다. 음악을 들을 때 우리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음악은 감정의 시간 캡슐이다. 멜로디 속에 우리는 순간을 봉인하고, 그 순간은 음표와 함께 영원히 보존된다.
두 번째 악장: 보편의 언어
"음악은 세계 공통어다"라는 말은 진부하지만 정확하다.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도 판소리의 한을 느낄 수 있고, 이탈리아어를 몰라도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서 눈물을 흘린다.
두 번째 악장은 음악을 하나의 언어로 바라본다.
오케스트라는 인간 사회의 축소판이다. 70명의 연주자가 각자의 악기로 각자의 파트를 연주하지만, 지휘자의 한 번의 손짓으로 하나의 소리가 된다. 개인과 전체, 자유와 질서, 다양성과 통일. 오케스트라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이상적인 공동체의 모습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만든 음악은? 알고리즘이 생성한 멜로디에도 영혼이 있을까? 어쩌면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는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누가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누가 듣느냐일 수 있다. 음악의 의미는 창작자가 아니라 청자의 마음속에서 완성된다.
세 번째 악장: 다양성의 교향곡
음악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모든 음악에는 그것이 태어난 땅의 흙이 묻어 있고, 그것을 부른 사람들의 땀이 배어 있다.
나라와 문화, 종교와 역사, 성별과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음악이 어떤 의미를 지니며, 때로는 저항의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지를 조명한다.
네 번째 악장: 삶과 음악의 경계
마지막 악장은 음악과 삶의 관계를 묻는다. 천재와 고통, 예술과 권력, 삶과 작품의 경계, 그리고 예술이 인간 존재에 주는 힘을 차분히 성찰한다.
베토벤은 귀가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교향곡 9번을 작곡했다. 그는 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소리를 '상상'할 수 있었다.
쇼스타코비치는 스탈린 체제 아래서 교향곡을 썼다. 그의 음악에는 공포와 저항, 순응과 반항이 뒤섞여 있다.
모차르트는 35년의 짧은 생을 살며 626곡을 남겼다. 평균적으로 한 달에 거의 두 곡을 작곡한 셈이다. 천재는 고통 없이 창작하는가? 아니다. 모차르트의 편지를 보면 그는 끊임없는 빚에 시달렸고, 질병에 괴로워했으며, 인정받지 못하는 좌절을 겪었다. 천재성은 고통을 없애주지 않는다. 다만 고통을 음악으로 승화시켰을 뿐이다.
음악은 질문이다
『우리는 왜 음악을 듣는가』는 감정에서 언어, 다양성에서 삶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음악을 단순한 예술을 넘어 인간 본질을 비추는 거울로 제시한다.
음악을 깊이 이해하고 싶은 독자, 그리고 예술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은 든든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