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
이다 지음
이다(윤성희) 이탈리아 미술품 복원사이자 공인 문화해설사.
20여년 전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를 통해 알게된 미술품 복원사라는 직업, 다시 역사를 전공하고 있던 나에게 매력으로 보이던 직업장르중 하나였다. 미술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관련서적을 읽기 시작한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저자 이다는 예술 작품을 인간적으로 대하며 깊이 탐구하는 이탈리아의 복원 방식에도 매료되어 공부를 시작, 미술 복원사의 길로 들어섰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르네상스 미술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인간을 섬세하게 이해하고 표현한 인문학적 미술에 더욱 매료되었다.
‘르네상스 미술은 인간의 이야기이다.’ 르네상스 미술 작품에 담긴 인간의 진실한 이야기를 공감하며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덧붙여 수많은 미술 작품을 보았음에도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작품을 보는 양을 줄이고 한 작품을 오래도록 보는 방법을 제안해 주었다.
이 책은 마치 이탈리아 미술관을 함께 여행하며 듣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어떨 때는 당장이라도 이탈리아로 날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물을 보고 싶게 만드는 작품들도 있었다. 그만큼 이다해설사의 스토리텔링 기법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특성(본성)을 13개의 주제(화가, 작품)으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 지성, 사랑, 영혼, 행복, 이성, 여성, 인문학, 자연, 권력, 심리, 아름다움, 불안, 감각.
각 주제별로 역사적 기원, 화가의 삶, 작품해설을 검증된 문헌자료를 통해 소개한다.
그 중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4장 행복에 관해 자세히 들여다 보고 싶다.
평범한 일상 속 완벽한 행복을 그린 화가, 필리포 리피<리피나>.
필리포 리피는 ‘윤곽선 그리기’라는 데생 기법으로 탄탄한 밑그림을 완성한다. 필리피 리포의 데생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데생을 비교해보면 다빈치는 오랫동안 관찰한 후, 빠르게 선들을 그어나가는 동시에 교차되는 짧은 선들로 명함을 완성하며 최종적으로는 그림의 뚜렷한 윤곽선을 제거하는 ‘스푸마토 기법’을 구사한 반면, 리피의 스케치는 정확한 치수를 재고 천천히 윤곽선을 만든 후 선을 또렷하게 다듬어 나가는 기법을 구사했다. 리피의 데생기법은 화가들의 데생 실력을 키우는 훈련법으로 발전하게 된다.
필리포 리피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주는 기쁨을 가치있게 그리며 현실을 즐기던 가치관을 보여준다.
그가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없었던 수도사였음에도 자유로운 삶을 살고자 했던 그의 염원이 들어간 작품들이 많다. 얼핏보면 성공한 화가의 삶처럼 보이지만 평범한 일상조차도 그에게는 수많은 스캔들 속에서 쟁취해 이룬 것이다. 여러 작품중에 리피의 작품에 유독 마음이 가는 이유가 이것이었던 듯하다. 자유로운 기질에 공부보다 그림과 낙서를 좋아하는 그가 운명과 맞서고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여정이 그림 속에 녹아있다. 집요하리 만큼 자신의 행복추구권을 포기하지 않은 화가. 이전까지의 작품들은 신의 은총이나 죽음을 표현한 보편적인 가치의 주제의 그림이 다수였다면 리피의 그림은 철저히 자신의 행복을 그려낸 화가이다. 개인의 행복이 르네상스 미술의 중심으로 들여놓은 장본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책의 작품에는 이 외에도 거리에서 평범한 사람들을 오랫동안 관찰해 예술 작품으로 탄생시킨 마사초의 이야기, 성당의 낡은 벽에 그려진 역사가 훼손하고 인간이 복원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등 13 주제의 다양한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책의 제목처럼 13개의 주제를 따라가다보면 결국 그 길의 끝에는 인간, 바로 휴머니즘이 있다. 신 중심 세계관에서 휴먼을 주제로 하는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을 그려낸 화가들은 인간의 존재를 깊이 들여다보는 눈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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