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들이 이상해 알맹이 그림책 5
브루스 맥밀란 글, 귀넬라 그림, 최윤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정말 이상한 닭들이야"

 

 닭들이 이상해<브루스 맥밀란 글/ 귀넬라 그림/ 최윤정 옮김/ 바람의 아이들>를 처음 보고 난 후 줄거리도 그림도 재미가 없어 참 난감했다. 그러면 아이들은 어떤 느낌으로 읽을까 궁금해졌다. 아이들의 반응을 보며 ‘아이들의 상상력에 돛을 달아주는 유쾌한 책’이란 사실을 알았다. 어른의 눈에는 절대 보이지 않은 것들이 아이들의 눈에는 보였다. 보이지 않은 것이 아니라 글자만 해석하니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이 책은 머나먼 아이슬란드 어느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닭이 없는데도 달걀이 많은 이상한 동네다. 절벽에 있는 달걀을 가져오기 힘든 아줌마는 시내로 나가 닭을 몇 마리 사온다. 닭들은 알도 많이 낳고 아줌마들이 만든 케이크는 정말 맛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닭들이 아줌마들을 따라 하기 시작하면서 또 문제가 생긴다. 이 그림책은 선명하고 밝은 색을 사용해 엉뚱하고 황당한 이야기를 밝고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귀넬라는 아이슬란드 아줌마들의 순박함과 건강한 신체를 잘 드러나게 그렸다. 아이들은 그림을 통해 ‘볼이 빨갛고 쭈쭈가 크고 대개 뚱뚱한’ 아이슬란드 아줌마를 만나고 있다.

  이 책은 읽어주는 느낌이 나게 친근한 구어체로 쓰여 있다. 때문에 누군가 읽어주고 여러 아이들이 함께 보게 하는 방법이 좋다. 읽어주면 문자를 읽을 필요가 없으니 그림책 장면 속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다. 아이들 스스로 읽으면 재미있는 그림과 표정을 놓쳐 그림책을 읽는 즐거움이 줄어든다. 이 책은 페이지마다 여러 표정을 짓는 아줌마들이 나온다. 예를 들면, 절벽을 내려다보는 아줌마의 표정과 몸짓을 보며 ‘저 아래로 어떻게 내려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또 소를 타고 시장가는 장면에서 엄마의 손을 작고 버티는 아이를 보더니 “따라가고 싶은가봐. 옆의 아줌마는 부러운가봐”라고 아이들은 말한다. 읽어주면서 조금의 시간을 주면 여러 아리들의 다양한 생각을 끌어낼 수 있다.

 닭들은 아줌마처럼 생일파티도 따라가고 양들에게 노래 불러주고 하여튼 아줌마들이 하는 건 뭐든지 따라한다. 이렇게 바빠진 닭들은 달걀을 낳지 않았다. 냇가 위 판자위에서 몸 푸는 자세를 보며 ‘이 닭은 저 아줌마 따라한다’며 깔깔거리며 아이들은 웃는다. 아이들은 골칫덩어리 닭 때문에 아줌마가 화가 났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무심코 지나쳤는데 회색빛이 논다는 것을 알았다. 이 처럼 아이들은 그림책을 들려주면 이야기 속으로 풍덩 들어간다.

 이제 아줌마들은 정말 똑똑한 생각을 해낸다. 아줌마들은 운동도 하고 매일매일 힘을 길렀다. 닭의 날개가 점점 더 크고 튼튼해졌고 새처럼 날았다. 절벽으로 둥지를 틀어 달걀을 낳아도 닭들만큼 힘이 세진 아줌마들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닭과 하늘을 나는 아줌마의 모습을 보며 ‘진짜 닭들이 이상하네’ 하며 아이들은 환하게 웃는다.

 어른들의 눈에 엉뚱하고 황당한 이야기일 뿐이지만 아이들에게 그렇게 비치지 않는다. 그림책을 볼 때마다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생기고 지난번에 보지 못했던 뭔가를 발견한다. 그래서 그림책을 읽는 아이들의 입에서 쫑알거림이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그림책 속에서 보여주는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은 어른의 눈이다. 이제는 아이같은 눈으로 그림책 속 세상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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