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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ㅣ 허밍버드 클래식 M 6
브램 스토커 지음, 김하나 옮김 / 허밍버드 / 2021년 5월
평점 :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스토커가 쓴 흡혈귀 문학의 원조로 꼽히는 <드라큘라>는 1897년(무려 120년 전)
서간체 형식으로 출간된 공포소설이다.
트란실바니아의 성에서 ‘죽지 않는 자’로 살고 있는 드라큘라 백작과 그를 물리치려는 반 헬싱 교수와
동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뮤지컬과 영화로도 제작된 고전이나 실제로 완역본을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미 익숙하게 매체로 접한 고전과도 같은 이 작품의 원작을 읽으며
역시 완역본이 주는 완성도는 영화나 뮤지컬에서는 느낄 수 없는 탄탄한 스토리가 더해져서 제대로 된
작품의 맛을 느끼기에는 가장 적합한 장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느끼는 시간이었다.
무려 8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묵직함은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부담감보다 흥미진진한 결말을
쫓아가는 비중으로 옮아간다.

첨단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 신화나 전설 같은 과학적인 근거
와는 결이 다른 이야기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전 세계적으로 전해오는
스토리들에는 신기하게도 공통적인 요소들이 있고, 명확하게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설명할 수는 없지만
오랜 인류의 삶에서 충분히 일어났을 법한 일들이다 보니 재미와 상상이 더해져서 꾸준히 사람들에게
관심과 인기를 더해가는 것 같다.
<드라큘라>를 쓴 작가 브램 스토커는 어린 시절 몸이 약해 오랜 시간 누워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그때
어머니에게 들었던 아일랜드의 역사와 전설 이야기들을 듣는 시간이 많았고, 작가의 이후 작품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역시 어린 시절 부모의 역할은 한 사람의 삶의 방향에 큰 영향
을 미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우기도 한다.
동명의 브램스토커상이 있어서 찾아보니 브램스토커와는 별개로 그의 이름만 따서 1988에 시작된
공포와 판타지 장르에서 영어로 된 작품이나, 영어로 번역이 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이란다.
공포 작가협회가 매년 주최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여름의 초입에 만난 <드라큘라>백작의 이야기는 스산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그가 사는 성에서부터 고요하게 은밀하게 가지를 뻗어간다.
조너선 하커의 일기로부터 시작되는 기록과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편지들이 이 스토리를 끌어가는
중요한 방식으로 퍼즐처럼 맞춰진다.
"현대성'만으로 소멸시킬 수 없는 구시대의 힘이 여전히 존재한다.라는 책 속 문장을 읽으며 세상에는
언제나 이해 못 할 불가사의가 존 해하는데 어쩌면 과학도 그중 한 분야가 아닐까 생각했다.
드라큘라 백작의 다양한 변신과 능력들이 마치 첨단과학시대의 단면 같았고, 또 한편으로는 코로나 시대
의 단면처럼 보이기도 했다. 역사 속에서, 영화 속에서만 마주했던 바이러스 시대가 벌써 현실에서 1년이
훌쩍 넘어가며 인류는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백신 개발을 이뤄냈고, 지금 세계는 백신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드라큘라와 코로나, 묘하게 닮아있어서 오싹했던 장면들.
반헬싱 교수를 필두로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캐릭터와 치밀한 구성,
일기와 편지글이라는 장르의 조합이 이끌어가는 스토리의 구성과 더불어 섬세한 감정묘사 등을 읽으며
그간 내가 알고 있던 <드라큘라>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작품성의 재발견이었다. 안 읽었으면 후회했을 만큼
새삼스럽게 다시 한번 영화로 이 작품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안에 쏙 들어오는 허밍버드클래식으로 읽는 <드라큘라> 스릴러의 진수를 경험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