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만난 말들 - 프랑스어가 깨우는 생의 순간과 떨림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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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제2 외국어로 프랑스어를 공부했던 내가 그때는 그 언어의 끈이 이렇게 계속 이어질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랬다면 좀 더 열심히 공부할 걸 하는 후회도 살짝 들지만 아이를 키우며 10여 년간 매년 겨울이면 프랑스에서 한국을 방문하곤 했던 파리나무 소년합창단과의 교류를 목적으로 매년 소년들이 올 때쯤에는 프랑스어 책을 펼쳐들곤 했다.

글로벌 시대가 되어 이제는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과도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시대. 잊어버리지 않을 만큼의 프랑스어를 꺼내들게 했던 그들과의 소통의 시간이 제법 길었다.그리고 유럽여행을 갔을 때도 어딘지 모르게 친근함이 들었던 계기도 역시 프랑스어다.


쉽지 않은 프랑스어의 어감이 참 좋았던 기억을 떠 올리며 20년 차 파리지앵으로 살았던 저자가 소개하는 34개의 단어들을 모티브로 두 나라의 시간과, 사건과, 이야기들을 풍성하게 담은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참 즐거웠다. 지난 며칠간의 출퇴근 시간을 풍성하게 채워줬던이 책의 후속편이 나와주었으면 할 만큼 콘텐츠가 풍부했던 책. 단어에 대한 깊은 고찰.일을 할 때도 정제된 언어를 써야 하는 일을 하고,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고, 무엇보다 엄마가 되고 보니 일상에서 쓰는 언어 하나에도 한 번쯤 더 생각을 하게 된다.



프랑스의 문화를 읽는 시선에 우리나라의 문화와 사회, 정치 이야기 등을 오버랩하는 시선이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였다. 예전에 우리는 유럽의 정치, 문화, 사회에 대한 동경을 품곤 했었다면 이제는 좀 더 그들과 함께 많은 부분들을 공유하고 교류하는 시대가 되었다.

프랑스어에 담긴 삶과, 문화적 뉘앙스와 정신 등을 좀 더 친근하게 들여다보게 하는 단어의 힘. 각 나라마다 뉘앙스와 어휘는 달라도 이제 지구촌이라는 하나의 큰 반경의 삶을 살다 보니

신기하게도 각 나라의 전통문화와 일상의 요소들에 공통점도 꽤 많다는 점을 발견하곤 한다. 이 책에서도 그런 같은 듯 다른 여러 사회문화적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통찰적 이야기들을 34가지의 단어를 구심점으로 풀어가는 과정들이 마치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 같다.   이 책의 타이틀 중에 " 언어는 인생을 조각한다."라는 말이 여운으로 남는다. 사람과 사람, 사랑과 이별, 환희와 공허 사이에서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말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그리고 속도로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 보게 하는 보석 같은 단어들이었다. 오늘은 한글날이다. 이 책의 후속편도 나왔으면 좋겠고, 우리말들 중에서도 이렇게 현실 사회를 재고해 볼 수 있는 말들을 필터처럼 들여다보게 하는 단어들을 꼽아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언어에 담긴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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