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그림으로 말한다 - 그림 속에 숨은 내 아이의 진심
마틴 슈스터 지음, 김시정 옮김 / 고려원북스 / 201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는중인데..제가 기대했던 내용과는 좀 다르네요. 첨부된 그림이 좀더 많았으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덮은 지금.
제목을 자꾸만 되새김질 하고 있다.
『 7년의 밤 』
그들의 인생을 7년동안 지배했던 끝나지 않은 7년전 그날의 밤.
그 밤이 얼마나 많은 의미를 지니고 제목에 올라 앉았는지......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못하겠지.
나는 처음 제목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었던가.....떠올려 보아도 이미 읽어버린 책의 내용에 사로잡혀서 더이상의 생각이 어렵다.

책을 읽고난 후에 꼭 리뷰를 남겨야겠다 는 다짐을 했다.
예전에 읽은 책들의 감상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내용마저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요즘이다.
기가 막히는 일이다.
죽어라고 읽고, 미치도록 열광하고, 꼭 끌어안고 소장하는 책의 표지를 보면서 낯설음을 느낀다니....
막상 다시 읽으면 조금씩 스토리가 생각이 나긴 하지만
그 예전에 받았던 그 느낌이나 그 감정들은 도저히 되돌릴수가 없다.
그게 슬프다.
내가 십대에 느꼈던 그 느낌.
내가 스무살에 느꼈던 그 느낌.
나이를 한살 한살 먹어가면서 책을 통해서 교감했던 그 감정들을 이젠 떠올릴수 조차 없다는 것.
글로나마 남아 있었다면 ... 그때의 나를, 그 책과 처음 만났던 그 감정들을 잊지않고 떠올릴수 있을텐데.....

책은 여전히 같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받아들이는 내 그릇은 그 책을 처음 읽었을때, 두번째 읽었을때, 세번째 읽었을때....다르게 담긴다.
내 머리가, 내 마음이, 내 감정이  같은 책을 다르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악의 책이 어느 순간 최고의 책이 되기도 하고
최고였었던 책이 최저로 내려 앉기도 하는 것이다.
여전히 책은 그대로 인데.....

 

7년의 밤.

책을 읽고 나서 ... 내 감정을 글로 옮기는게 이렇게 난해하고 어려운 적은 처음이다.
좋다, 싫다 ... 딱잘라 말할수 있는 책은 감사한 거구나. 

무슨 이런 책이 다 있나.
미치도록 빠져서 읽고..... 그 음울함에 잠식당해 숨막혀 꺽꺽 대면서도 ... 글에서 한발짝도 빠져 나오지 못했다.
읽는 내내 나는 세령호에 서 있었고, 안개속에 둘러싸여 있었다.
등뒤에서 무언가 훅 ~ 하고 튀어나올 것만 같은 안개가 잔뜩 낀 밤에 한가운데서
나는 현수가 되었다가, 승환이 되었다가, 은주가 되었다가, 서원이 되었다.
차마 세령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영제는 더더욱.

그렇게 똑똑하고 영악하고 탐욕스러우면서 소름끼치게 무서운 미치광이는 절대!
이해하고 싶지도 마주치고 싶지도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읽는 그대로 받아 들이기 조차 힘들었던 캐릭터 였다.

운명이 난데없이 변화구를 던지는 밤이 있다면
결코 영제만은 마주치지 않기를.
내 안의 악마와의 싸움 만으로도 지쳐서 질식해 버릴것 같은 그런 밤.
세상이 정해놓은 틀조차 가볍게 무시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기어코 그 빚을 갚고야 마는 영제마저 얹어 받기에는
운명은 가혹한 정도가 아니라
그냥 나에게 가장 처참하고 참혹한 죽음의 직구를 던진게 아니겠는가.

 

책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냥 7년전 그 밤에 일어났던 우연과 두려움과 공포가 겹친 최악의 선택과 그 결과가 빚어낸 끔찍한 현실만이 아니라...
돈과 권력앞에 외면당하는 가정 폭력,
사람들의 편견과 지독한 따돌림,
나를 위한 이기심과 인간의 절대적인 나약함,
눈감고 귀막고 오로지 일신의 안녕을 위한 놀라운 자기합리화,
사실과 진실의 그 미묘한 차이.
미치도록 넘쳐나는 그...만약에. 만약에. 만약에.

분위기와 스토리와 상관없이
전혀 다른 질문들 마저 내게 문득 문득 건네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몹시도 우울하고 침울했고,
문득 두려웠다가 소름끼치고 숨이 막혔다.

세상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일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있을까?
세상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과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의 얼마만큼의 차이를 보일까?

사실이 아닌 진실을 알게된 서원은 과연....행복했을까?
외려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 더 많아진게 아닐까 싶어서 .... 진실이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았다.
사실과 진실의 그 간극의 차이가 때론 너무 어마어마 해서 무섭다.
그의 등뒤로 떠밀린 수많은 목숨들의 무게만큼.......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자기 자신인 것처럼
어쩜 그렇게 날카롭고 적랄하게 그들의 감정을 드러내 보일수 있었을까?
어느 한곳 빈틈을 찾아보기 힘들게 꽉 조여진 감정선과 사건들과 캐릭터 들.
놀랍도록 촘촘하고 손끝이 닿으면 튕겨져 나올것 처럼 탄탄한 문체.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작가가 궁금했다.
이책을 몇년 동안 집필했다는 대목에선....
'당신. 지금. 제정신 입니까?' 하고 묻고 싶어지기도 했다.
숨이 막혀서 템포를 멀리 두고 읽어내리기에도 힘들었던 책을
무려 몇년동안 쓰고 지우고 고치고 .... 그 속에서 빠져 지냈다니.
미치지 않고 배겨날수가 있을까?
내 정신줄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지 싶다.
너무 음울하고 음침해서 나까지 절망의 나락으로 무너져 내리는것 같은데.....
작가는 도데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그 시간들을 견뎌냈을까?

작가 후기를 읽다가....
'모두에게 축복을....' 이라는 마지막 글에 웃음이 터져 버렸다.
이토록 이 책과 어울리지 않는 글이 있으려고...ㅋ
작가님이 마지막에 잠깐 호흡이 흐트러지신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좋은 말 건네서 나쁠건 없지만....
작가 후기까지가 책의 끝이라고 보는 나에겐....그 책을 통틀어 가장 어울리지 않는 문장이었던 것 같다.
 

여운이 상당히 길어서
너무 힘들었던 책이었다.

우리 문단의 미래가 밝아 보여서 괜히 뿌듯했던 책이기도 했다.
요즘 우리나라 젊은 작가들의 발견이 몹시도 즐겁다!
일본도서와 외국 작가들의 책에 우리 문학들이 좀 많이 밀린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힘있는 작가들이 자꾸자꾸 글을 써내야 기울어져 가는 독자들의 마음을 휘어잡을수 있을것 같다.
(나만 기울었던 걸까?ㅡ_ㅡ)
 

.
.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서원의 귀에 울렸던 세령의 목소리는 어떤 의미였을까?
서원을 데리고 가고 싶었던 것일까, 서원을 살려주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아직도 궁금하다.
책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채 내게 남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월이 되면 그녀는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3
다구치 란디 지음, 김난주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산뜻하고 푸릇한 표지와 제목 때문에
나는 이 책이 달콤 쌉싸름한... 사랑의 봄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지금이 하필이면 4월이고....
문득 쳐다본 책장에 꽂혀있던 책의 제목이 어쩜 딱 맞아 떨어져서....
4월의 문턱에 선 나는... 지금 무얼하고 있나....싶어져서 찾아 들었다.
 

오.
마이 갓.


나는 그저 책의 겉모습만 보고 완전한 오판을 내리고 말았다.
사랑의 싱그러움?
풋풋한 청춘?
꽃향기가 날리는 봄날같은 사랑?
허허.... 개 나 주라지....;;
 

"4월이 되면 그녀는 "
제목과는 다르게도 정 반대의 사랑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 한다.
질척하고,
광적이고,
불편하고 지긋지긋한 나약함과 외로움.
 
그녀들의 모습은 얼굴을 찡그리게 한다.
자존심도 없고, 자기합리화에 뛰어나며....끈질기고 질척인다.
정상적이지 않은 관계들 속에서 외로움에 허덕이며....
지리멸렬하게 궁상맞기도 하고....
정떨어지게 구차해지기도 한다.
 
시궁창을 걷고 있는 그녀들을 보면서....
나는 그저 관망자에 불과했다.

평온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내 마음속엔 이제 음습하고 추적추적했던 사랑의 절망에 대한 기억이 없다.
색을 잃어버린 빛바랜 사진 처럼.... 그저 나에게도 한때는 사랑의 가슴저미던 시간이 있었지....정도의 감상쯤?

그래서 그녀들에게 동조해 줄수 없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도 한때는 그녀들처럼 진흙탕속을 뒹굴고.... 사랑의 달콤한 허상앞에 무너져 내리기도 했으며....
내 사랑만 늘 잘못되어 가는것 같은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었다.
원망하고 미워하고, 증오하고, 보고싶고...보고싶고....여전히 사랑하고....
광기어린 사랑의 포로가 되어 미친듯이 울부짖으며 우울한 밤들을 보냈었다.
내 속에 이렇게 더럽고 질척이는 감정이 있구나....
내가 이렇게 쿨하지 못하고 끈질기게 질척이는 사람이었구나...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어이없어 하면서도 ....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맴돌고 맴돌던 시간.
바로 그런시간들을 보냈기에
그녀들을 보면서 신랄하게 손가락질 할수 없었다.

아마 그때의 내게 이 책이 왔다면
나는 이런 담담한 시선이 아닌...동조의 눈빛과 고개 끄덕임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무엇에든 때가 있듯이
아마도 이 책과 내가 만나야 했던 시간은
어쩐지 조금 어긋나 버린것만 같다.


아직은 사랑을 할 때.
여전히 사랑에 울고 웃고 무너지고 일어서고를 반복하는 순간.
헤어진 사람과의 끊어지지 않는 미련과 싸우고 있을 때.
스스로의 바닥을 만나게 되는 순간.
바로 그 때에 이 책을 읽는다면.....조금은 마음의 위로가 되고, 그 음습한 터널을 빠져나오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사랑에는 여러가지 모습이 있다.
달콤한가 싶으면 다신 입에 대기조차 싫을만큼 쓰기도 하고
아름다운 이면에 소름끼치게 추한 모습들이 공존한다.
사랑이 오로지 아름답기만 하다면
어쩌면 인류는 이미 멸종되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누구나 어두운 모습을 감추고 있다.
빛에 끌리는 동시에.....그 퀘퀘한 어둠의 음습함에도 본질적으로 끌리고 만다.
어쩌면 사랑은 그 양면이 공존하기에 더 매혹적이고 아름다울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밤..... 사랑에 추락한 이들이 열심히 침묵의 전화를 걸고 있는것인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화처럼
김경욱 지음 / 민음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읽는 밤' 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처음 '김경욱' 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
뿔테안경을 쓰고 나온 그는
왠지 그냥 봐도 작가구나 ... 싶었고, 또한 남편이구나 싶었다.
그가 책을 소개하고 이야기 할때
잠깐동안 과연 저 책속에 그의 이야기는 얼만큼이 들어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소설은 허구이지만, 결국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는것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일테니까.
 

궁금했다.
몹시.


동화의 해피엔딩 뒤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남아 있는것일까?
그들의 삶은 해피엔딩으로 쓰여진 그곳에서 멈추는것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운명을 만나게 되는 순간까지 열심히 살아내야만 하는 것임을 우리는 누구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단 한번도 해피엔딩 너머의 그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가.

 
나는 결혼한 여자다.
몇일뒤면 여섯번째 결혼기념일을 맞는다.
아이가 둘 있고,
침묵의 왕에 완벽하게 들어 맞는 남자와
눈물의 여왕에 너무나 어울리는 여자가 되어
세상의 중심이 아닌 변두리의 삶이 어울리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탐내고 욕심내는 빛나고 화려한 삶이 아닌,
그저 고만고만 하고, 적당하게 지리멸렬하며, 남루하지만 소박한.
길가면 어디에서든 마주칠수 있는 우리네의 평범하다 못해 조금은 지루한 삶을 나 또한 살아내고 있는것이다.
 
그렇기에 더 궁금해졌다.
김경욱 이라는 작가가 나에게 과연 무엇을 안겨줄까?
사랑은 일상이 되고... 시간에 퇴색되어 빛바래지고 있는 지금,
평온하지만 멈춰있는듯 심심해져만 가는 내 결혼생활에 머릿속에 섬광처럼 날아드는 깨달음을 주지는 않을까.
혹은.
여러번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그들의 성급함과 어리석음을 통해서
견고하게 내 가정을 지키도 있는 나 자신을 대견해하며 위안 할수 있지 않을까.
나 또한 그들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좀더 노력할수 있지 않을까.
 

 
 
책은.
손에 든 순간 눈을 떼기가 어려웠다.
술술 막힘없이 잘 읽히는 것도 좋았고
그러면서도 가볍지 않고 또한 지나치게 무겁지도 않은 적당한 무게감을 유지하는 문체도 좋았다.
문장하나하나 감탄을 자아낼 만큼 세심하고 날카로우면서 세련되었다.
놀라울 만큼 새로운 시선과 해석을 선사하는 작가의 글에 난 단숨에 매료될수 밖에 없었다.
  
동화는.
이 책에서 거의 모든 문단에 골고루 배어 등장한다.
개구리 왕자가 된 침묵의 왕과
눈물의 여왕.
그들의 생각과 상황에 미묘하리 만큼 매치를 이루는 여러편의 동화들.
한번쯤을 읽어봤거나 ...혹은 들었음직한 이야기들....
글은 현대를 담고 있지만, 몽환적인 동화의 세계와 너무 잘 어우러져 ...... 그들의 미숙함과 어리석음을 감춰주기도 했다.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살아질 운명이였던 것처럼.
그들의 잘못때문만은 아닌 것처럼.

사실은 그들의 미숙함이...자존심이...허영이...이기심이... 그들의 관계를 진흙탕속에 쳐박아 넣고 있는것 이지만
인간은 누구나 미숙하고 자존심 강하며, 이기심에 가득찬 허영덩어리 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 들이게 만든다.
나는 그렇지 않아. 라고 말하고 싶지만......역시나 나도 신이 아닌 인간인 것을 어쩌겠는가.
 

책을 읽는 동안 많은 생각들을 했다.
가슴속에 살고 있다는 유아기적 어린 자아에 대해서 ....가장 많은 생각을 했지만.
남자와 여자의 핀트가 미묘하게 어긋나는 시선의 차이 라던지
얼마나 쉽게 우리는 오해속을 걸어다니며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고 살아가는지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진실들이 소리없이 묻히고....얼마나 많은 오해들이 진실로 둔갑하는것 일까....

침묵은 금이라 했다.
살아 가다 보면 오히려 침묵하는게 더 현명한 순간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부부관계에서 침묵은 얼마나 많은 오해와 망상들을 불러 일으키는지.....
부부에게 필요한건 현명한 침묵이 아니라 숨김없는 소통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상대가 침묵하는 순간,
우리의 머릿속에선 수없이 많은 망상들과 경우의 수가 등장한다.
그것이 사실이 아닐지라도....결국엔 진실의 옷을 뒤집어 쓰고... 우리를 잘못된 선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만다.
침묵이 평안을 가져다 주는게 아니라
외면과 단절을 가져다 주는 경우가 ... 부부사이에선 훨씬 더 많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 내내 나를 씁쓸하게 했던것은.
가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
혹은 빛나는 삶, '왕자'나 '공주'에 대한 환상 이었다.
그 환상이나...그 삶에 대한 질투가 그들을 좀먹었고, 솔직할수 없게 만들었고, 그들을 위선자로 내몰았다.

결혼에 가장 중요한 첫번째는 신뢰가 아닐까.
상대방에 대한 믿음.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
그들에겐 그것이 없었다..
그저 가지지 못한것, 혹은 환상속에 등장하는 '왕자'나 '공주'에 대한 허상에 사로잡혀서... 현실속의 상대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지금 함께 하는 것. 내 삶에 대한 만족이 그들에겐 부족했다.
그래서 여자는 서정우를 만나야만 했고
남자는 한서영과 하룻밤을 보내야만 했다.


나는 처음에 여자를 이해할수 없었다.
외려 남자가 이해가 되었다.
그들의 첫번째 결혼생활에 가장 큰 문제는 '실직'이 아니라 여자의 '환상' 때문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정우에게 향할만큼 그녀의 마음은 남자를 향해 뿌리내리지 못했던게 아닐까.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결혼생활에 대한 짜증과 분노.
그런것들에 가려 여자는 정작 남자를 제대로 바라봐 주지 못했다.
 
물론 남자도 잘한것은 없다.
하룻밤이라고 해도 결국은 불륜인것이고, 남자또한 여자처럼 지나버린 사랑에 대한 미련과 환상속에서 흔들렸다.
두번째 결혼 생활에서 또한 가장 큰 문제가 내 눈엔 여전히 여자였다.
물론 남자도 잘한것은 없다.
하룻밤이라고 해도 결국은 불륜인것이고, 남자또한 여자처럼 지나버린 사랑에 대한 미련과 환상속에서 흔들렸다.
(물론 근본적인 원인 자체는 그게 아니였지만....)
어쩌면 이 글이 남자에 의해 씌여졌기 때문에...무의식 중에 작가는 남자를 좀더 잘 변호 했는지도 모르겠다.
여자를 이해할수 있는건 세상에 여자 뿐이라지 않는가.ㅋ
그토록 복잡미묘한 '여자'라는 동물에 대해 이정도의 관심을 가지고 써내릴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놀라울뿐이지.

어쨌든 나는 여자이면서
그 여자를 완전히 이해할수 없었다.
차라리 책망에 가까운 마음이었지....
아마 단 한순간도 그런마음으로 결혼생활을 유지 해오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미친듯이 불타는 연애를 해서 결혼하진 않았다.
결혼 생활 또한 여자와 별다를것이 없다.
남편은 축구중계 대신 주말엔 잠을 잔다.
잔소리를 해도 바뀌지 않는 것 투성이고, 나는 그냥 바꾸기를 포기했을 뿐이다.
나 조차도 완벽하지 않은데 내가 누구를 보고 왈가왈부 한단 말인가.ㅋ
서로가 서로를 뜯어 고치다 보면, 어느 순간 곁에 서있는 낯선 타인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
물론. 인간은 그렇게 쉽게 바뀔수 있는 존재가 아니지만 말이다.


여자와 내가 별반 다를것 없는 결혼 생활을 하면서
여자와 남자는 무려 두번의 헤어짐을 나누고 또 다시 마주 서게 되지만 (물론 그후에 이야기는 독자의 몫이겠지만)
나는 여전히 꾸준하게 육년간의 결혼생활을 유지해 오고 있다.
그것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내 안의 또다른 아이가 너무 성숙해서?ㅋ
남편의 또다른 아이가 너무 착해서?ㅎ
아마도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이 다르고,마음 가짐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다시 말하지만
내 남편은 침묵의 왕이다.
나 또한 눈물의 여왕이다.
물론 함께 살다 보니.....내 눈물이 흐르는 날보다 마른날이 훨씬 더 많아졌고, 남편도 서서히 침묵속에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단 시간에 이루어 진것이 아니라
육년이라는 시간의 힘과 서로에 의해서 이루어 진것이다.

 
  
그들에게 인내 있었다면
솔직함이 있었다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수 있는 눈이 있었다면
그렇게 쉽게 헤어짐을 이야기 하지는 않았을 텐데.
 

남자와 여자는 참 다르다.
정말 본질을 구성하는 요소 자체가 다른것이다.
그런 다른 두사람이 함께 살아 간다는게 얼마나 놀라운 기적인 것인가. 

 

 

나는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기대하면서 책을 읽었었다.
덤덤해져가는 결혼생활에 대한 환기...가 필요했던 것지도 모르겠다.
다들 이렇게 사는것이라고...무언가 새로워져 보고 싶어서 지금의 평화를 깨고 나면 결국 남는건 자책과 허무 뿐이라고.
인생이 꼭 다이아몬드 처럼 빛나지 않아도 괜찮은 거라고.
지금 가진 행복이 진짜 행복인 거라고.
그런 다독임이 필요했었나 보다.
책속의 인물들이 나를 대신해 삶의 실패와 깨달음을 얻어 주기를 바랐나보다
장미가 아닌 채송화인 내 삶에 만족하며 살기 위해서.....말이다.^^
 

뭐 내가 읽고자 하는 의도와는 조금 달랐지만.
'동화처럼'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고 마음에 쏙~ 드는 책이었다. 


김경욱. 이라는 작가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을것 같다.
그의 문체가 그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나를 사로잡을 모양이니까.....^^

  

 


<책속에서 >

'와인이나 한잔'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장미는 모르지 않았다.
와인은 커피에 비하면 한층 노골적이다.
커피는 불투명한 잔에 따르지만 와인은 투명한 잔에 붓는다.
그만큼 모호함이 줄어든다.
커피와 달리 와인은 몇 년산인지를 따진다.
분위기가 형이상학적이기보다 생물학적이기 십상이다.
무엇보다 와인은 피를 연상시킨다.
장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러고 보니 빨간 모자가 할머니 집에 들고 가는 것도 케이크와 와인이었다.
늑대의 소굴에 발을 들이는 것도 늑대와 한 침대에 눕는 것도 두렵지 않았다.
문제는 그것이었다.
두렵지 않다는 것. 처음이 아니라는것.

------> 그의 이런 창의적인 시선이 좋다. 새롭고 놀랍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종길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1년 05월 01일에 저장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1년 05월 01일에 저장

달과 6펜스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1년 05월 01일에 저장

제인 에어 2
샬럿 브론테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1년 05월 01일에 저장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