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되면 그녀는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3
다구치 란디 지음, 김난주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산뜻하고 푸릇한 표지와 제목 때문에
나는 이 책이 달콤 쌉싸름한... 사랑의 봄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지금이 하필이면 4월이고....
문득 쳐다본 책장에 꽂혀있던 책의 제목이 어쩜 딱 맞아 떨어져서....
4월의 문턱에 선 나는... 지금 무얼하고 있나....싶어져서 찾아 들었다.
 

오.
마이 갓.


나는 그저 책의 겉모습만 보고 완전한 오판을 내리고 말았다.
사랑의 싱그러움?
풋풋한 청춘?
꽃향기가 날리는 봄날같은 사랑?
허허.... 개 나 주라지....;;
 

"4월이 되면 그녀는 "
제목과는 다르게도 정 반대의 사랑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 한다.
질척하고,
광적이고,
불편하고 지긋지긋한 나약함과 외로움.
 
그녀들의 모습은 얼굴을 찡그리게 한다.
자존심도 없고, 자기합리화에 뛰어나며....끈질기고 질척인다.
정상적이지 않은 관계들 속에서 외로움에 허덕이며....
지리멸렬하게 궁상맞기도 하고....
정떨어지게 구차해지기도 한다.
 
시궁창을 걷고 있는 그녀들을 보면서....
나는 그저 관망자에 불과했다.

평온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내 마음속엔 이제 음습하고 추적추적했던 사랑의 절망에 대한 기억이 없다.
색을 잃어버린 빛바랜 사진 처럼.... 그저 나에게도 한때는 사랑의 가슴저미던 시간이 있었지....정도의 감상쯤?

그래서 그녀들에게 동조해 줄수 없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도 한때는 그녀들처럼 진흙탕속을 뒹굴고.... 사랑의 달콤한 허상앞에 무너져 내리기도 했으며....
내 사랑만 늘 잘못되어 가는것 같은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었다.
원망하고 미워하고, 증오하고, 보고싶고...보고싶고....여전히 사랑하고....
광기어린 사랑의 포로가 되어 미친듯이 울부짖으며 우울한 밤들을 보냈었다.
내 속에 이렇게 더럽고 질척이는 감정이 있구나....
내가 이렇게 쿨하지 못하고 끈질기게 질척이는 사람이었구나...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어이없어 하면서도 ....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맴돌고 맴돌던 시간.
바로 그런시간들을 보냈기에
그녀들을 보면서 신랄하게 손가락질 할수 없었다.

아마 그때의 내게 이 책이 왔다면
나는 이런 담담한 시선이 아닌...동조의 눈빛과 고개 끄덕임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무엇에든 때가 있듯이
아마도 이 책과 내가 만나야 했던 시간은
어쩐지 조금 어긋나 버린것만 같다.


아직은 사랑을 할 때.
여전히 사랑에 울고 웃고 무너지고 일어서고를 반복하는 순간.
헤어진 사람과의 끊어지지 않는 미련과 싸우고 있을 때.
스스로의 바닥을 만나게 되는 순간.
바로 그 때에 이 책을 읽는다면.....조금은 마음의 위로가 되고, 그 음습한 터널을 빠져나오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사랑에는 여러가지 모습이 있다.
달콤한가 싶으면 다신 입에 대기조차 싫을만큼 쓰기도 하고
아름다운 이면에 소름끼치게 추한 모습들이 공존한다.
사랑이 오로지 아름답기만 하다면
어쩌면 인류는 이미 멸종되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누구나 어두운 모습을 감추고 있다.
빛에 끌리는 동시에.....그 퀘퀘한 어둠의 음습함에도 본질적으로 끌리고 만다.
어쩌면 사랑은 그 양면이 공존하기에 더 매혹적이고 아름다울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밤..... 사랑에 추락한 이들이 열심히 침묵의 전화를 걸고 있는것인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