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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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러니까 가해자의 가족의 삶.

그것은 어떤 것일까.

우리는 범죄를 바라볼 때 늘 피해자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지극히도 당연하게 피해자를 동정하고, 피해자의 상황에 감정을 이입하며 분노하고 슬퍼한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가해자는 악, 피해자는 선을 대변하게 마련이라 우리는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善'의 카테고리에 우리를 집어넣어 버린다.

자신을 악의 카테고리에 넣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러나 과연 우리는 매번 피해자 일 수 있을까.

어쩌다 보니 삶이 나를 가해자로 몰아가는 상황은 정말 없을까.

스스로가 가해자가 되지 않더라도 가족 중 누군가가 바로 그 끔찍한 가해자가 되어버리는 일은?

그렇다.

나는 늘 피해자의 편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말하고는 했다.

하지만 만약 내가 가해자의 카테고리 안에 이미 묶여있는 사람이라면?

범죄를 저질렀고, 그 범죄가 살인이라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죄라면.... 우리는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 걸까.

죽음을 죽음으로 갚아야 하는 것인지.

지독한 죄책감을 짊어지고 매일매일 누군가의 목숨을 기억하며 견디고 참회하고 반성하며 삶을 이어가야 하는 것인지.

심지어 그것이 내가 저지른 범죄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 저지른 범죄라면.

우리는 어떻게 견뎌야 하며,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 것일까.

 

 

 

나오키에게는 한 달에 한 번, 벚꽃 도장이 찍힌 편지가 온다.

교도소에 있는 형으로부터.

형은 나오키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열심히 일했고, 그래서 몸이 망가졌고, 더 이상 돈을 벌기 힘들어졌다.

그렇지만 동생의 장래를 위해 뭐든 해야만 했다.

그것이 누군가의 돈을 훔치는 일이라 해도.

최악의 상황과 내일을 꿈꿀 수 없는 가난, 아픈 몸, 그 모든 것이 형을 범죄로 내몰았다.

무책임한 변명일지도 모르지만, 정말 그 순간, 그에게는 더 이상의 선택이 없었다.

최악이 최악을 불러오고, 다시 마주친 최악이 더 극악한 최악을 불러와 그의 인생을 끝없는 나락으로 내동댕이 쳤다.

그렇게 형은 어쩌다 보니,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음에도, 결국에 살인자가 되었다.

자신의 손으로 사람을 죽이고야 말았다.

그렇게 허무하게, 동생을 위해 훔쳐야 했던 남의 인생(돈) 또한 산산이 부서져버렸다.

나오키는 어느 날 갑자기 살인자의 동생이 되었다.

원하지 않았지만, 형은 자신을 위해 범죄를 저질렀고, 살인자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나오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강도 살인을 저지른 형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회로부터 질타와 외면을 받아야 했다.

새로운 희망을 만나면 여지없이 꺾여야 했고, 사랑도 범죄자의 동생이라는 이름으로는 가질 수 없었다.

꿈도, 사랑도, 희망도, 모든 것을 매번 포기해야 했던 나오키.

그는 그 굴레에서 어떻게든 도망치고 싶었다.

자신은 범죄자가 아니니까. 자신의 잘못이 아니니까.

하지만, 진짜 그럴까.

가해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일은 숙명처럼 그 죄를 함께 나눠지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가해자 혼자만의 속죄로는 도저히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의 슬픔을 애도할 수는 없을 테니까.

불합리함 속에서 고통을 겪고, 차별받는 가족들의 삶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죄의 깊이를 제대로 인지하도록 사회는 더욱더 가혹해야 하는 걸까.

바로 그 질문들에 대한 책이다.

가해자, 가해자의 가족, 그리고 우리들의 시선.

 

 

 

 

히가시노 게이고의 모든 책이 그러하듯, 이 책 또한 가독성이 무척 좋은 책이다.

문장이 어렵지 않고, 꼬여있지도 않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어렵다.

한참을 생각하고 더듬어도 정답을 알 수가 없다.

책은 정답을 일러주지 않는다.

그저 묻고 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너라면 어떨 것 같니?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무엇을 용납하고 무엇을 거부해야 하는가.

너무 어려운 문제를 너무 쉽게 내주고는 책은 끝이 났다.

읽는 우리들도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말이다.

 

 

 

처음으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시간이었다.

절대 악과 절대 선이라는 건 만화 속에서나 존재하는 판타지라는 걸 우리들은 이미 아는 나이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다니는 내내 도덕을 오지선다형으로 배운 우리들은 자꾸만 도덕적인 정답에 동그라미를 친다.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1번도 2번도 3번도 4번도 틀리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1번도 2번도 3번도 4번도 5번도 모두 틀린 답 같다.

참 어려운 문제인데 누군가가 이미 정해준 정답을 달달 외우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문득 내가 가지고 있던 '도덕적 잣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죄를 옹호하고 싶진 않다.

어떤 이유에서건 살인은 용납되지 않을 범죄다.

그로 인해 가족을 잃은 피해자 가족은 또 얼마나 마음이 무너지고 통곡하는 삶을 살게 되겠나를 생각해보면 용서라는 게 불가능해진다.

이해도 묵인도 어렵다.

피해자의 가족을 생각하면

가해자 가족의 차별당하는 삶에 대해 어떤 동정도 보내고 싶지 않다.

차디찬 냉대를, 차가운 냉소를 보내고 싶어진다.

그렇지만 그것은 또 옳은가에 대해 한 번쯤은 깊이 생각해 볼 만하다.

'편지'는 바로 그 시간을 우리에게 내어주고 있는 책이다.

각자의 답이 모두 다를 테고, 그 누구의 답도 틀리지 않다고 믿는다.

때론 1번이 정답이기도 했다가 어떤 날엔 2번이 정답이기도 할 테니까 말이다.

도덕적 가치관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덕목임에 확실하지만 ( 바로 그 도덕성이 우리를 죄짓지 않도록, 타인의 삶을 망가트리지 않도록 멈춰주는 브레이크일 테니까) 가끔은 관대할 필요도, 다른 답에 대해 귀 기울일 필요도 있지 않을까.

나는 오늘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귀 기울여 본다.

게이고~ 내게 정답을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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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혼
정유석 지음 / 스칼렛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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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안경만큼이나 댕그란 눈은

똑바로 뜨고 있어도 잔뜩 휘어져 웃음 지어도 시선을 붙잡아 맨다.

열여덟이나 먹어 놓고도 수염 한 올 나지 않아서는

짐 하나 제대로 들 기운은 없어도 입으로나마 열심히 나를 때도 그랬다.

어쩌면 그때부터 였는지 모른다.

작달막한 키에 왜소한 체구의 석동이란 놈에게 자꾸 시선이 간 건.

 

있지만 없는 듯 그리 살아갔으나 그래도 부족했는지

왕은 아우인 제게 중인 신분의 여인과 낙혼 하라 명했다.

 

하지만 이미 석동에게 온 마음을 다 빼앗겨 버린 뒤였다.

그 어여쁜 이를 놓치기는 싫으나 혼인을 아니할 수 없는 노릇이니,

이제 어찌해야 한담?

 

<책 뒤표지 소개 글 전문>

 

 

 

 

 

 

 

왕의 이복동생인 금평 대군 이 흔은 그저 살아가고 있었다.

무엇도 해서는 아니 되었고, 어떤 것도 관심을 가져서는 안되었으며, 스스로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왕의 위협이 되지 않기 위해, 그저 왕이 원하는 대로, 시키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무기력하게 삶을 살아 내는 것 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이번 생에 자신에게 주어진 몫은 딱 그만큼이라는 것을 일찍 깨달은 흔은 매번 포기하는 삶을 살아갔다.

 

그런 흔의 앞에 눈이 가고, 관심이 가고, 자꾸만 곁에 두고 싶은 이가 생겼다.

청으로 함께 떠난 사신단의 일원인 조그마한 녀석 하나가 자꾸만 눈에 밟히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일을 어쩌면 좋나.

눈이 가고 마음이 가는 그 녀석은 방석동! 그러니까 남자란 말씀.

이러다 남색이라도 하게 될 상황에 빠진 흔에게 풍랑을 만나 흔들리는 배는 구원의 밧줄이 되어준다.

 

석동이 여자라는 사실을 눈치챈 흔은 자신의 감정의 정체도 알아차리게 된다.

그러니까 그 모든 감정의 흔들림은 화가 아니라 사랑이었던 게지.

그 고약한 사랑이 신분을 뛰어넘어 그들에게도 찾아 들고야 말았던 것이다.

무엇도 의지대로 가질 수 없었던 대군에게.

그리고 여자에게 지나치게 무거운 굴레를 씌우는 조선을 떠나 훨훨 날고 싶었던 석동에게.

 

조선으로 돌아온 그들 앞에는 중인과 대군이라는 엄청난 신분의 차이보다 더한 벽이 놓여있었으니,

두 사람 모두 얼굴도 모르는 혼약자가 정해져 당장 혼인을 해야만 하는 상황 앞에 던져진 것이다.

심지어 대군에게는 낙혼을 하라는 전하의 교지가 내려져 있었다.

양반도 아닌 중인과의 낙혼.

오호, 통재라!

 

그러나 흔은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일찌감치 포기했던 이 생에서 처음으로 탐을 냈던 여인 또한 갖지 못했으니 누구와 산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다 포기하는 마음으로 혼례를 올린 그 앞에 마주 앉은 여인은 당돌하기 짝이 없고, 애타는 마음은 석동에 대한 걱정으로 까맣게 타 들어갔다.

동뢰를 제대로 치르면 석동을 만날 수 있다는데... 그들의 첫 밤은 과연 무사할는지.

운명인 듯 어렵게 시작된 그들의 사랑은 어쩌다 또 찬서리를 맞아 그렇게 얼어붙은 나날을 보내야만 했는지.

정치적 음모 앞에 힘없이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대군이라는 자리가 한없이 서글픈 흔은 과연 사랑을 지켜낼 수 있었을지.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인데, 책 장만 열어두고 나는 이만 총총!

진짜 이야기는 책으로 만나요!!^^

 

 

 

 

 

이미 많은 스포를 풀어 놓은 것 같지만, 사실 여기까지가 글의 애피타이저에 불과하다는 것.

그들의 시작과 그들의 행복은 너무 찰나인지라.... 진짜 만찬은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사랑은 단짠단짠!!!

 

 

 

 

 

 

'낙혼'이라,

실제로 왕의 핏줄이 중인 신분의 여인과 정식 혼례를 올린 경우가 있을까?

아주 멀고 멀어 흐릿해진 핏줄이라고 해도 신분을 중시했던 시대에 과연 가능한 일이었는지 글을 읽는 내내 문득문득 궁금해지곤 했다.

허구의 인물과 사건들로 쓰여졌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시대적 배경은 조선시대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경직된 사고로 생각하게 된다. 살아본 적도 없는 조선시대를 잘 아는 양 굴면서.

가장 꽉 막힌 시대라고 느껴지는 그 시대에 너무 엄청난 신분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었을지, 아니면 그 시대에도 숨통을 틔워주고 싶은 판타지라고 봐야 할지, 혼자서 이쪽 저쪽으로 메트로놈처럼 오락가락하는 마음이었다.

어차피 로맨스는 판타지.

어차피 사랑이라는 건 판타지보다 더한 비현실이 아니었던가 싶어지니 그냥 웃음이 나버리고 말았다.

사랑에 현실을 들이대다니, 가장 몹쓸 짓을 했나 보다. 내가.

 

나는 그것이 불가능이든 비현실이든, 사랑을 지키는 쪽이 좋다.

현실의 사랑은 대체로 비극이라, 책 속에 사랑은 이왕이면 영원하기를 바라게 된다.

내가 지키지 못한 것을 그들은 지켜내기를,

내가 참아내지 못한 것을 그들은 끝내 참아내기를,

내가 잡지 못한 것을 그들은 영원히 놓치지 않기를,

그들의 사랑이 무참해지는 순간에도, 벌건 피를 뚝뚝 흘리는 고통 속에서도, 기어코 사랑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흔과 서리의 사랑은 유난하게도 많은 고난 속에 던져진다.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미워하지도 사랑하지도 못하도록 의심을 던져주고,

가슴을 찢는 고통과 끝을 알 수 없는 슬픔 속에 둘을 방치해 둔다.

그럼에도 사랑할 수 있느냐고, 손을 놓으면 편해질 거라고, 다른 이를 만나보면 어떻겠냐고, 둘을 시기하는 마음들이 내내 귓가에 속살거린다.

그런 무참한 시간 속에서도 끝끝내 서로를 포기할 수 없었던 둘은, 신분도, 제도도, 시대도 뛰어넘는다.

조선시대를 억눌렀던 억압마저도 넘어서는 사랑이라는 이름이 참 어여쁘기도 하다.

사랑은 무엇도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 속에는 참 안타까운 인물들이 많다.

결혼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당하는 양반과 왕실.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아이마저 잃고 기어코 악인이 되어버렸던 중전.

아무리 동생이 자신을 낮추고 욕심을 버려도 대군의 존재 자체를 두려워하는 왕.

살아있음으로 왕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서 있는 존재로 읽히는 금평 대군, 흔.

그리고 그들로부터 파생된 정치와 시대의 테투리안에서 내내 흔들리며 길을 잃은 사람들.

 

책을 읽다 보면 대체로 선과 악으로 나뉜 어느 한편에 서서 이야기를 관망하게 된다.

그리고 보통은 주인공들 편에서 모든 이야기를 가늠하기 마련이고.

한데, 이 책은 묘하게 모든 인물들을 관조하게 된다.

악인까지 자꾸만 들여다보게 한다.

그러니까 3D를 넘어서 5D 같은 느낌이랄까?!

앞과 옆을 넘어서 그 뒤까지 자꾸만 넘겨다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는 속도가 자꾸만 느려졌다.

인물들이 모두 살아 움직이고 있어서 이 사람 저 사람 쳐다보느라 바빴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그게 어수선하거나 번잡스러운 느낌은 절대 아니었다.

그저 조금 더 시간을 들여 생각하고, 인물들의 얼굴을 한 번 더 찬찬히 들여다보게 만들었으니까.

 

긴박한 스토리에 비해 나는 몹시도 느린 독서를 했지만, 그럼에도 만족스러운 배부름을 느꼈으니 작가가 꽤나 공들여 쓴 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다음 책이 곧 출간된다 하니... 두 번 생각지도 않고 무조건 구매각!

심지어 여기저기서 좋다는 소문이 자자했던 죽취라니.... 더더욱이 궁금해진다.

 

 

 

 

 

로맨스 시대물의 정석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단비 같은 책이 되어 줄 것 같다.

 

판타지 로맨스가 범람하는 시대에 홀로 '정석 시대물 로맨스가 보고 싶다'고 주야장천 외쳐 댔더니, 하늘에서 뚝.... 아니 스칼렛에서 뚝하고 떨어진 이 책이 너무 기꺼워서 몹시 칭찬해주고 싶은 이 마음.

(아, 물론 이 책도 단점이 있긴 하다. 시대물만 주야장천 읽은 나 같은 독자는 그다음 장면을 너무 잘 예측하게 된다는 것.;;; 그럼에도 문장 하나하나가 참 정성 들여 썼구나 싶어서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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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다운 수채화 한 장 - 스케치 도안 위에 순서대로 톡톡 컬러링
로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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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채화에 관심이 많아졌다.

수채화 관련 서적들도 점점 늘어서 꼭 학원에 가서 배우지 않아도 기초적인 스킬들을 습득하기 쉬워졌다.

이런저런 책들을 사서 보기는 했지만 매번 눈으로 만 보고 끝이었다.

물감을 꺼내들기까지가 은근히 어려웠다.

수채화 책들이 진화를 거듭하더니 이제는 색을 칠하는 스킬과 바로 채색이 가능한 스케치까지 함께 제공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니까 나같은 사람을 위해 지금 당장, 물감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책.

이 책도 그런 책 중 하나.

 

 

 

자 이제 책을 좀 살펴볼까?

 

 

 

 

기본적인 도구에 대한 설명과 색에 대한 설명이 앞부분에 간략하게 담겨있다.

아예 전문적인 수채화 기법을 기본부터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겐 조금 부족한 설명이겠지만, 수채화 채색의 즐거움을 맛보고 싶은 이들에겐 충분한 설명일 듯 하다.

이 책의 그림들은 신한물감과 미젤로의 수채물감을 사용하였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나는 이미 신한 30색 전문가용 물감을 구입해 놓은 후라 채색을 따라할 때 없는 색이 많아서 좀 힘들었다.

비슷하게 섞어서 사용하긴 했지만.... 책에 표기된 색상들이 들어있는 물감을 하나 더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색상을 사용했는지 색상표가 표기되어 있고, 예쁜 완성 그림과 과정샷이 담겨있다.

맨 뒷장에는 똑같은 그림의 스케치가 바로 채색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수채화용 종이라서 물을 많이 사용해도 끄덕 없어서 너무 좋았다.^^

 

 

 

 

책의 절반이 직접 색칠할 수 있는 스케치.

사실 물감을 사용하는 것도 낯설고 어렵지만

스케치를 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

그런 이들에게 완성도를 높여줄 잇템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따라서 채색해 보자.

수채화의 매력 속으로! 고고!

 

 

 

 

내가 제일 사랑하는 장미!

왠지 들장미 같은 느낌?!

 

 

 

 

 

 

과정샷을 따라서 열심히 열심히.

없는 색상을 이것저것 섞어서 비슷하게 만들어서 채색했다.

슬프게도 책에 표기된 분홍색상이 없어서 이렇게 저렇게 섞었지만 같은 색상은 나오지 않았다. ㅠㅠ

심지어 유일하게 있었던 올리브 그린마저 물 농도 조절 실패인지....너무 짙게 채색되고 말았다.

책보다는 색상이 많이 짙고, 농도조절을 빨리빨리 하지못해서 경계가 생겼지만, 이런 수채화는 처음이니 하다보면 늘지 않을까?

 

 

 

다음 채색할 그림은 튤립인데.... 역시나 색상이 모두 없어서;;; 물감을 사기로 하고 미뤄두었다.

다음번엔 좀더 예쁘고 만족스러운 채색이 되기를.

 

 

 

 

책에 등장하는 모든 그림이 다 스케치로 담겨 있어서 완성도 높은 그림을 얻을 수 있으니 초보에게 강추 강추!!!^^

색연필 보다 훨씬 즐거운 채색의 시간을 선물해 준 <이토록 아름다운 수채화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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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심장 1~2 세트 - 전2권
조례진 지음 / 청어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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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심장의 연인이었다.

 

 

처음 읽었던 로맨스 소설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오랜 시간 로맨스 소설과 멀어져 살다가 다시 읽게 되었던 그때, 시대물 로맨스만 읽었었다.

현실 배경에 판타지를 가지기에는 애가 둘이나 있는 아줌마에겐 무리였는지도 모르겠다.

아예 낯선, 살아보지 못한, 그 어느 시절이 차라리 판타지를 꿈꾸기에는 더 좋았으니까.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왕이 그 왕 같고, 그 공주가 그 공주 같은 딜레마에 빠지고서야 현대물로 눈을 돌렸다.

현대물에서도 메디컬물이라고 일컬어지는 병원 배경의, 의사 주인공인 글과의 가장 첫 조우가 바로 '유리심장'이었다.

그 당시에도 이미 '메디컬 센터'는 절판이라 구하기 힘든 책이었고, 예나 지금이나 절판 책에 목메어 몇 배의 돈을 들여 책을 사 읽는 건 내 취향이 아니니까, 그 즈음 출간된 책을 읽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유리 심장'.

내게는 맞춤 옷처럼 즐겁고 유쾌한 독서를 경험하게 해 준 책이었다.

친구에서 연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많은 책들 중에서도 가장 납득이 쉽고 거부감이 없었던 책이었고,

메디컬 물에서 만나게 되는 환자와의 이야기도 다른 책과는 좀 다른 느낌과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메디컬 물에서 자주 등장하는 어떤 공식 같은 에피들이 등장하지 않아서 더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도 같다.)

오랜 친구이다 보니 그들의 사이드 스토리도 많고, 덕분에 병원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 묶여 모든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는 것도 좋았다.

그래서, 정말, 여러 번, 읽고 또 읽었다.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스토리의 글이 읽고 싶은 날 다시 꺼내 읽고,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다독임이 필요한 날에도 꺼내 읽고,

메디컬 드라마가 방송되기 시작하면 또 생각나 꺼내 읽었다.

이 책이 첫 출간된 지 12년이 지났다고 하니 참 오랜 시간 나의 시간들을 함께 지나왔구나 싶어 기분이 묘해진다.

마치 효인과 진환처럼, 그렇게 오래된 친구처럼, 나 또한 책과 독자로 오랫동안 함께 다정도 하였다 싶다.

12년이 지난 2019년의 시간 앞에 '유리 심장'은 퇴색되었을까.

강산이 변한다는 시간 동안 우리들이 알고 있던 사랑의 이름들은 과연 빛이 바랬을까.

그때의 사랑과 지금의 사랑이 정말 다를까.

시간 앞에 세상 모든 것이 변하고, 색을 잃고, 희미해져 간다 해도, 단 하나 '사랑'만은 굳건히 늘 한결같기를 바라게 되는 나는 너무 센티멘털한 사람인 걸까.

사랑은 시대와 공간을 넘어 누구에게도 이해되어 질 수밖에 없는 감정이 아닌가 싶다.

까마득한 그 옛날에도, 우리가 기억하는 지난 시간에도, 그리고 바로 지금도, 우리는 늘 사랑을 하고 있으니까.

매번 사랑에 넘어지고, 사랑에 휘둘리고, 상처받고, 울고, 무너지면서도 여전히 다시 사랑을 향해 걷고 있으니까 말이다.

'유리심장'의 개정판이 그래서 나는 반갑다.

12년 전의 책을 꺼내 지금 읽어도 사실 전혀 올드함을 못 느끼겠지만, 그래도 시간의 흐름 앞에 변화한 배경들이 조금씩 고쳐지고 다듬어져 오늘의 독자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니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지.

'유리심장'을 알았던 이들에게는 오래전의 추억으로, 로맨스에 입문한지 오래지 않는 독자에게는 새로운 책의 설렘으로 이 책이 다시 읽히기를 기대해 본다.

내가 그렇게 다시 읽으며 즐겁고 행복했던 것처럼.

'유리심장'은 내 심장의 연인이었던가?!

 

 

 

 

"나는 너를 ... 공기해"

 

 

 

사랑한다는 말이 어색할 만큼, 너무 당연하고 너무 가까워서 공기같이 서로를 느꼈던 두 사람.

심효인과 장진환은 아주 오래된 친구였다.

의사가 되기 위해 미국과 한국에서 떨어져 공부했지만, 물리적 거리도 그들의 우정을 갈라 놓지는 못했다.

사춘기를 함께 보내고, 서로의 웃음과 눈물의 이유가 되고, 서로의 삶을 지탱하는 기둥 같았던 둘.

너무 가까워서, 너무 당연해서, 서로를 사랑이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둘은 서른넷이라는 어른의 나이가 되어서야 낯섦을 느낀다.

분명 내가 그토록 신뢰하던 그 친구가 맞는데, 어쩐지 자꾸만 낯설다.

자신도 모르게 남자로, 혹은 여자로 서로를 인식해버리고 마는 상황들이 하나둘 늘어나게 되고, 당혹과 혼란 속에서 우정은 길을 잃고야 만다.

공간과 시간은 그들의 우정 앞에 힘이 없었다고 굳게 믿었지만, 결국 그들이 완벽하게 공유하지 못했던 시간 동안 둘은 서로가 몰랐던 남자와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정이 끝 간 데 없이 깊고 깊어져 더 이상 우정이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무섭도록 깊어지면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게 되는 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사랑은 그저 사랑이었지만 그것이 사랑인 줄 몰라 우정이라 착각하고 살아왔던 걸까.

효인과 진환은 그 오랜 시간을 걷고 걸어 이제서야 사랑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

사랑이라는 말이 가볍게 느껴질 만큼,

우정이라는 말로는 도저히 감춰질 수 없는,

그보다 더 깊고 짙은,

혹은 너무 당연하고 익숙하지만 없으면 숨조차 쉴 수 없는, 공기.

그들이 나눴던 감정은 '공기' 그 자체였다.

 

 

나는 너를, 너는 나를 공기했다.

 

 

 

 

 

사실 너무 깊은 감정을 담은 책이지만, 책 자체는 참 유쾌하고 따뜻한 책이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도 때로는 유쾌 발랄하고, 때로는 눈물이 핑 돌고, 어느 순간 깊은 생각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마냥 진지진지한 책이 아니기에 가독성도 좋고, 읽는 내내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가 지뢰처럼 여기저기 깔려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특히나 나는 코믹을 싫어하는 사람인데 유난하게도 조례진 작가님의 유머 코드가 찰떡처럼 내게 와 쫙쫙 붙는다.

정말 빵빵 터지면서 읽게 만드는 몇 안 되는 작가님 중 하나이다.

(유머 코드야 다들 개취가 존재할 테지만.ㅎㅎ)

 

특히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를 하나 꼽자면 에필로그쯤 들어있는 출산 장면.

어쩌면 그렇게 효인이 같은지.

환자들과의 관계에서도 효인의 매력은 듬뿍 느껴지지만, 출산 장면은 특히나 효인의 출구 없는 매력을 보여주는 명장면 중 하나라고 꼽고 싶다.

반면 주위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선이 등장하는 장면들이 있는데(오피스텔 장면이나 출산 장면에서도), 씁쓸한 웃음이 튀어나오고는 했다.

여자에 대한 편견, 여자 의사에 대한 편견, 그런 시선들에 고개 숙이지 않는 효인이 참 멋졌다.

 

어쩌다 보니 내가 자꾸 효인만을 칭찬하는데,

진짜, 정말, 나의 이상형은 완벽하게 진환이라는 점.ㅋㅋㅋㅋ

난 말 없는 과묵한 남자를 좋아한다.

게다가 남에겐 무뚝뚝하고 나에겐 한없이 다정한, 속정 깊은 남자를 가장 좋아한다.

심지어 진환이는 잘생긴 대다 키도 크고, 똑똑한 데다 능력이 넘쳐흐르는 의사선생님이라규.

진환의 매력 따위 설명할 필요도 없이 누구라도 다 빠져들 테니 설명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참 다르지만, 어쩐지 참 똑같아 보이는 효인과 진환.

그래서 그들의 사랑은 전혀 질투가 나지 않았다.

그저 예쁘고, 기특하고, 감사했다.

세상에 이렇게 곧고 바르게 사랑하는 사람도 있어야지.

사랑이 광기와 질투와 애증의 뒤범벅이라는 서글픔을 잊게 해주는 둘의 나무 같고 공기 같은 사랑이 나는 참 좋다.

데이트 폭력이 수도 없이 벌어지는 처참한 현실에 답답해질 때, 공기처럼 물처럼 햇볕처럼 사랑하는 진환과 효인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본다.

사랑을 잘못 배운 사람들이 바른 사랑을, 진짜 사랑을, 사랑의 올바름을 향해 걷기를 기도하면서.

 

 

 

 

더 예뻐진 새 옷을 입고 다시 우리 곁에 온 '유리 심장'.

좀 더 많은 쓰담쓰담을 받게 되기를.^^

 

반갑다, 진환아, 효인아.

너희들이 여전해서, 나도 여전하고 싶어진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너희들을 보면서, 나도 오랜 시간 다정히 내 사랑을 지키고 싶어진다.

 

 

 

우리는 가슴에 유리심장을 품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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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프린세스, 내일의 너는 더 빛날 거야 - 지금 그대로 사랑스러운 당신에게
디즈니 프린세스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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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디즈니 프린세스' 시리즈에서 발견한

인생의 빛나는 순간들을 만드는 사랑의 말

"기억해. 너는 세상을 빛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존재라는걸."

 

 

  ̄ ̄ ̄ ̄ ̄ ̄

 

 

 

어렸을 적 디즈니의 공주님들을 동경했던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이다.

 

그녀들의 아름다움을, 현명함을, 따뜻함을 닮고 싶었을 것이다.

역경을 딛고 비로소 다시 행복을 찾아내고야 마는 그녀들의 용기를 부러워하며, 어딘가에 있는 나의 왕자님을 꿈꾸곤 했을 것이다. 누구라도 나처럼.

그때는 그녀들이 너무 쉽게 행복을 거머쥔 것을 아닐까, 단지 외모가 아름답기 때문에 선택받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고는 했었다.

불행했던 순간에도 그녀들은 늘 빛났으니까.

 

시간이 지나고 어른이 되어 조금 다른 눈으로 그녀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새삼 그녀들의 아름다움이 다르게 느껴진다.

 

어떤 순간에도 불행에 지지 않는 굳은 마음과 고난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노래하는 힘이 그녀들에게는 있었다.

디즈니의 프린세스들은 착하고 고운 마음으로, 아름다운 외모만큼 현명한 지혜로, 괴롭고 힘든 현재를 빛나는 내일로 바꾸어 놓았다.

그녀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현재의 고민과 불안을 다독여줄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읽는다.

 

 

 

 

 

 

 

슬픔은 슬픔만이 안아줄 수 있어요

p. 058

 

 

 

디즈니 프린세스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과 철학자 카를 힐티의 사랑과 행복에 관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복잡하게 돌려 말하지 않고, 무한한 응원의 힘을 불어 넣어주는 다정한 문장들이 책 속에 가득 담겨 있다.

이미 우리가 경험을 통해 깨달았지만 좌절의 순간 잊어버리기 쉬운 삶의 지혜들이 자신들을 기억하라고 빼꼼 얼굴을 내민다.

무한한 긍정의 메시지,

내일을 향한 응원,

괜찮다는 토닥임 들을 읽고 있노라면 뭐든 다 괜찮아질 것만 같다.

 

 

 

 

 

인생이라는 커다란 강물 위에서 흘러갈 것은 흘러가고, 남을 것은 남을 테니까요.

시간이 모든 것을 정리해줄 거예요.

p. 141

 

 

 

 

요즘 이렇게 친근한 만화 캐릭터들이 희망과 응원을 건네주는 책들이 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는 오늘이 팍팍하고 힘에 겨운 모양이다.

다들 위로받고 싶어 하고, 다들 응원의 말을 듣고 싶어 한다.

지친 오늘을 위안하며, 내일을 살아갈 용기를 얻기 위해.

사는 일이 지치고, 너무 긴 위로의 말마저 피곤하다고 느껴질 때,

짧고, 간결하고, 오로지 다정하고,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라는 낙관의 힘이 간절할 때,

그런 순간에 읽기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깊은 자기 성찰과 문장의 숨은 의미를 파헤쳐 가며 독서를 하는 일조차 무겁다고 느껴지는 이에게 권해본다.

지나치게 열심히 살고 있는 오늘의 청춘에게.

아직 어린 친구들에게 응원이 꼭 필요한 순간, 디즈니의 프린세스들이 지친 발걸음에 마법을 부려주지 않을까.

아직은 동화가 더 익숙한 이십 대의 그대들에게.

 

 

 

 

< 서평 도서를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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