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홀로 사는 즐거움
법정(法頂) 지음 / 샘터사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인간은 완전한 존재가 안니다. 얼마든지 실수를 할 수 있는 유연한 존재다. 이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만약 인간이 완전한 존재라면 그 오만함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완벽주의를 경계해야한다. 그것은 차디차고 비인간적인 금속성이다. 사람은 실수를 통해서 자신의 한계를 깨닫는다.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겸허해지고, 새롭게 배우고, 익힐 수 있다.>
중학교 3학년때였나, 고등학교 1학년때였나... 그때 읽었던 "무소유"라는 책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좋았던 기억이라서가 아니라 무지했던 그때 혼자 마구 비판하면서 읽었던 책이라 기억이 생생하다.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보고, 듣고, 느끼던 책을 "그 당시의 나"는 그 무소유라는 책에 대한 좋지 못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써 놓은 글을 보니 그 당시가 다시금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 당시 나는 모 가수의 CD를 굉장히 갖고 싶어했었다. 헌데, 스님은 버리라느니 많이 가진자들이 꼭 행복하지는 않다느니 하는 말들을 늘어놓고 있었다. 어린 나는, 깊은 뜻은 모르고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가져야지 버리기는 뭘 버려....라는 둥의 정말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 헌데, 이 책을 보고 나니 그 때 사서보고 다시는 펴 보지 않았던 "무소유"라는 책을 다시 보고 싶게 만들었다. 이제 철없던 그 시절보다는 조금 더 커서 그런지 스님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조금은 알 듯 싶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셀 수 없이 많다. 그 필요한 많은 것들을 바르게 보고, 바르게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도구 중에 하나가 바로 이 "홀로 사는 즐거움"이라는 책이라고 나는 강력하게! 주장한다. 이 책엔 다양한 분야를 걸친 수필이 들어 있는데, 하나같이 내 마음속에 깊이 와 닿았다. 처음엔 그 무소유에 대한 안 좋은 추억 때문에 긍정적인 눈으로 보지는 않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깊이 빠져들었다. 그리고, 아직 짧다면 짧은 21년이라는 세월을 세상사에 시달리며 살아왔는데, 이 책을 통해 정화를 시켰다고나 할까...? 스님이 살고 있는 것처럼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가스도 되지 않아 버너에 음식을 해야하고 전기다리미도 버너에 불에 달궈 사용해야하는 불편함을 감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번쯤 그렇게 산속에서 자연과 함께 지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이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지금도 옆에선 세탁기가 돌아가고 안방에선 TV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그런 시끄럽고 복잡한 세상이 아닌, 꽃과 새와 나무와 물과 바람과 하늘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보다 더 매력적인 것 같다.
요즘은 꽤 자주 머리가 아픈데 마구 아프다가도 등산을 하거나(엄마 따라 종종 우리 동네 뒷산에 올라간다.) 학교를 가면(학교는 산 속에 둘러 싸여 있다.) 괜찮아 지곤 하는데 내 몸이 자연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내 처지를 개탄하며 오늘밤 자연이 아닌 콘크리트건물 안에서 잠들겠지만, 꿈에서라도 자연을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논어 수업을 들어갔는데, 담당 교수님게서 하는 말씀이 "세상 사람들이 다 성철 스님 같은 분이라면 세상의 발전이 없을 거다"란 말씀을 하셨다. 헌데, 역으로 생각해보니 세상이 너무나 발전되고 빠르게 돌아가서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으니 법정스님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보며 이 한권의 책을 읽는 동안 만이라도 속세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일이 있듯, 성철 스님도 그리고 법정스님도 바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잠시간의 여유를 주기위해 태어나신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잠시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