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가는 길.
요즘 몰입해서 보고 있는 드라마다.
갖가지 소문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페이퍼에도 썼듯 김하늘은 내가 좋아하는 배우다.
처음에 상대역이 이상윤이라고 해서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둘이 정말 잘 어울린다기보다는 그림이 참 좋다.
3, 40분 정도의 다른 공기. 감당이 안 되는 감정들. 그럼에도 달려가게 되는... 김하늘이 연기하는 최수아의 말과 감정과 혼란이 고스란히 내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그녀보다 덜 둔하고 그녀보다 까칠하며 그녀의 가족보다 좀 더 다정하고 헌신적인 가족들에 둘러싸여 있는데도.
어제는 놀이터 친구와 이야기하다 바야흐로 가을이니 연애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는데 우리보다 한 살 어린 놀이터 동생이 이 언니는 생활고에 시달리고(그 친구), 이 언니는 애정결핍에 시달리고(나) 어차피 그놈이 그놈인데, 라며 한심하다는 얼굴로 우리를 바라봤다. 맞는 말이지. 다 맞는 말인데 3, 40분 정도의 다른 공기를 상상도 못하는 건가. 반대로 우리가 그녀를 답답한 듯 바라보자 도로 이해불가의 표정을 짓더라는.
기후 변화나 호르몬의 불균형, 수목 드라마 때문만이 아니다. 요즘은 사라져가는 것. 내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 이제 조금 더 지나면 아무리 치장해도 아름답지 않은 것. (주변의 소중한 것들이 소중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소중함, 감사함을 왜 모르겠는가.) 그것과는 별개로 손으로 꼭 움켜쥘 수 없는 것들, 시간이라든가. 젊음. 아름다움. 열정. 기다림. 그러한 것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아쉽다. 책도 읽기 싫고... 그렇다면 나에겐 별다른 출구가 없다. 계절이 지나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고 낯선 감정은 아닌데 이러는 내가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