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얼굴은 팔이 몸속으로 자라는 모든 사람을 닮았다 안으로 향하는 손은 심장을 쥐고 싶다 눈 날리는 내 속에도 당신이 있다 검은 발자국이 고일 때까지 눈밭에서 당신은 오래 맨발이었다 돌아서며 빼어 문 혓바닥에서 눈송이는 금세 녹았다 당신도 맨손으로 땅바닥을 파헤칠 수 있다는 걸 잠든 친구 곁에서 낙엽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걸 나는 몰랐다 먼 옛날 당신이 언덕에 심은 나무는 한 치도 자라지 않았다 그대로 더운 무덤에서 걸어 나갔는가 입구를 막았던 바위가 식으면 당신은 나를 만나는가 내가 화분에 키우는 유령들도 당신과 함께 빵을 뜯고 싶다 중심을 만지지 않아도 뜨거운 몸을 뒤집어쓰고 소원해진 손길에 대하여 녹색 태몽에 대하여 이야기하자 당신을 더 닮지 못해 샐비어를 빠는 새벽 나는 언덕길에서 만진 당신의 등뼈를 기억한다 늘어진 살가죽 아래서 그것들은 꼭 등을 찢고 나오려는 손톱처럼 보였다 단 한 번 당신이 물었을 이방인 여자의 유두처럼 보였다- 헌사, 전문죽은 자에게 말을 거는 산자의 운명, 거창하지 않은 삶을 거창하지 않게 이야기해야 하는 방법적 글쓰기. 인간이 신을 만들었다. 기록은 다른 기억을 낳는다. 모르고 싶었지만, 본디부터 내재되어 있던 고통의 붉은 기억을 부여잡고 흐느낀다
‘‘행복한 사람에게는 과거가 없고 불행한 사람에게는 과거가 있다‘‘(p15)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이란 제목은 일본 정신이 바로 철로고 철로가 바로 일본 정신인거야‘‘라고 나카무라 소령이 하이쿠 시인인 바쇼의 구절을 마음 속으로 인용한 대목에서 볼 수 있다.제목에서 느껴지는 신산한 의미가 장을 넘어갈수록 더욱 몰입되게 된다. 장마가 계속되는 이 시기에 전쟁의 굶주림과 더러움을 활자로 읽고 있자니 이 모든 것들이 더 역겹고 더럽게 느껴진다. 책 속에서 똥통에 빠져 죽은 가디너의 몸에서 나는 냄새가 콜레라를 번지게 하는 병균처럼 달라붙는다.다리 절단 수술을 받다가 죽은 잭 레인보우의 고통이 먼북으로 가는 좁을 길 위에 사방으로 뿜어져 붉게 적신다.죽을 만한 날이었다. 그날이 특별한 날이어서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특별한 날이 아니기 때문어었다. 매일매일이 죽을만한 날이었다. 그들을 압박하던 유일한 의문, 그러니까 다음 차례가 누구일까 하는 의문의 답이 이거였다. 죽은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감사의 마음이 그들의 뱃속을 갉아먹었다. 굶주림과 두려움과 고독도 그들의 뱃속을 갉아 먹었다. 그 의문이 다시 기운을 차리고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모습으로 되돌아 올 때까지. 그들이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답은, 서로 의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그들은 ‘나‘가 아니라 ‘우리‘였다. (p369~370)결국 남은 것이라고는 더위와 비구름, 벌레와 새와 동물과 식물밖에 없었다. 그들은 과거를 알지도 못하고 신경쓰지도 않았다. 인간은 많은 것 중 하나에 불과하며, 이 모든 것은 살기를 갈망한다. 그리고 삶의 가장 고귀한 형태는 자유다. 인간이 인간답게, 구름이 구름답게, 대나무가 대나무답게 사는 것.(p375)태양을 향해 날아올랐던 모는 것들이 빛 속으로 사라지는 한 순간을 향해 쉼없이 좁은 길을 향해 난다.
‘‘와서 나이 든 친구와 함께 있어 주게나.‘‘ 하고 그는 말했다. ‘‘우리가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나라로부터 나그네가 보내 주는 꽃다발처럼, 아주 오래전에 내가 지나온 봄날 꽃향기를 그대 젊음에서 맡게 해 주게나. 앵초, 민듵레, 금잔화와 함께 오게나. 발자크의 식물군에 나오는, 순수한 사랑의 꽃다발을 만든 꿩의비름과 함께 와 주게나. 부활절 아침의 꽃 데이지와 함께 오게나. 그리고 부활절의 우박 섞인 마지막 눈송이가 아직 녹지 않았을 때, 그대의 고모할머니 댁 오솔길에 향기를 풍기기 시작한 정원의 불두화와 함께 와 주게나. 솔로몬 왕에게 어울리는 백합의 영광스러운 비단옷을 입고, 제비꽃의 다채로운 빛깔과 함께 와 주게나. 특히 마지막 서리로 아직은 싸늘하지만, 오늘 아침부터 문에서 기다리는 두 마리 나비를 위해서 예루살렘의 첫 장미꽃을 피우려는 산들바람과 함께 와 주게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에서 이 구절을 만났을 때 심장이 뛰었다. 가끔 이 곳을 펼쳐놓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낯선 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