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의 탄생 문학동네 시인선 232
문태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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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꽃 향이 나는

소금 같은 삶이 담긴

풀밭에서 본 저녁 노을의 가르침 같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고요하고 고적한 풍경이

실바람처럼 스며들며

먹먹하게 울려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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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도 노인은 아침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 다. 노를 저으면서도 날치가 수면에서 날아오를 때 내는 부르르 떠는 소리라든가, 그 빳빳이 세운 날개가 어둠 속을 날아갈 때 내는 쉿쉿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날치를 무척이나 좋아하여 날치를 바다에서는 가장 친한 친구로 생각했다. 그 러나 새들은 가엾다고 생각했는데, 그중에서도 언제나 날아 다니면서 먹이를 찾지만 얻는 것이라곤 거의 없는 조그마하고 연약한 제비갈매기를 특히 가엾게 생각했다. 새들은 우리 인간보다 더 고달픈 삶을 사는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강도 새라든가 힘센 새들은 빼놓고 말이지만. 바다가 이렇게 잔혹할 수도 있는데 왜 제비갈매기처럼 연약하고 가냘픈 새를 만들어 냈을까? 바다는 다정스럽고 아름답긴 하지. 하지만 몹시 잔인해질 수도 있는 데다 갑자기 그렇게 되기도 해. 가냘프고 구슬픈 소리로 울며 날아가다가 수면에 주둥이를 살짝 담그고 먹이를 찾는 저 새들은 바다에서 살아가기에는 너무 연약하게 만들어졌단 말이야
노인은 바다를 늘 ‘라 마르˝라고 생각했는데, 이는 이곳 사람들이 애정을 가지고 바다를 부를 때 사용하는 스페인 말이 었다. 물론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바다를 나쁘게 말할 때 가 있지만, 그럴 때조차 바다를 언제나 여자인 것처럼 불렀다.
젊은 어부들 가운데 몇몇, 낚싯줄에 찌 대신 부표를 사용하고 상어 간을 팔아 번 큰돈으로 모터보트를 사들인 부류들은 바 다를 ‘엘 마르‘라고 남성형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들은 바다를 두고 경쟁자, 일터, 심지어 적대자인 것처럼 불렀다. 그러나 노인은 늘 바다를 여성으로 생각했으며, 큰 은혜를 베풀어 주 기도 하고 빼앗기도 하는 무엇이라고 말했다. 설령 바다가 무섭게 굴거나 재앙을 끼치는 일이 있어도 그것은 바다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려니 생각했다. 달이 여자에게 영향을 미치 는 것처럼 바다에도 영향을 미치지,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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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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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는데 기억이 흐릿해져서 다시 읽었다. 태양빛, 살인, 법정에서의 재판, 사형선고, 누구나 다 사형수다라고 한 뫼르소의 말이 먹먹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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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테 콜비츠 거장의 시선 2
카테리네 크라머 지음, 이순예 옮김 / 이온서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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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나 예술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정은 잘 그리거나 만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어떤 정신이 스며든 것이다.

케테는 예술가이지만 예술보다는 인간을 더 우선하였다. 그는 무른 동판화에서 시작하여 석판화를 거쳐 가장 거친 목판화에 이르게 된다. 아들의 죽음으로 인간의 고통에 직면하여 깊은 고독속에서 홀로 섰다.

힘. 인생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살아가면서 꺾이지 않으며 비탄도 눈물도 없이 강인하게 자신의 일을 꾸려가는 힘, 자신을 부정하지 말며, 도리어 일단 형성된 자신의 인간성을 더욱 자신의 것으로 만들 것. 그것을 개선해 나갈 것. 기독교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니체적인 의미에서 개선 말이다. 요행심, 사악함, 어리석음을 퇴치하고 보다 포괄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우리 내부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을 강화하라. ‘본질적인 인간이 될 것!‘
(일기, 1917년 2월)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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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관광객 중에서,

마지막이라는 것이 너무나 뜨거워 잡을 수가 없을 때 희망은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희망을 신뢰한 적은 없었으나 흠모하며 희망의 관광객으로 걸은 적은 있었지 별이 인간의 말인 희망을 긴 어둠의 터널 안에 가두고 먼지로 마셔버리는것을 본 적도 있었지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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