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도 노인은 아침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 다. 노를 저으면서도 날치가 수면에서 날아오를 때 내는 부르르 떠는 소리라든가, 그 빳빳이 세운 날개가 어둠 속을 날아갈 때 내는 쉿쉿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날치를 무척이나 좋아하여 날치를 바다에서는 가장 친한 친구로 생각했다. 그 러나 새들은 가엾다고 생각했는데, 그중에서도 언제나 날아 다니면서 먹이를 찾지만 얻는 것이라곤 거의 없는 조그마하고 연약한 제비갈매기를 특히 가엾게 생각했다. 새들은 우리 인간보다 더 고달픈 삶을 사는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강도 새라든가 힘센 새들은 빼놓고 말이지만. 바다가 이렇게 잔혹할 수도 있는데 왜 제비갈매기처럼 연약하고 가냘픈 새를 만들어 냈을까? 바다는 다정스럽고 아름답긴 하지. 하지만 몹시 잔인해질 수도 있는 데다 갑자기 그렇게 되기도 해. 가냘프고 구슬픈 소리로 울며 날아가다가 수면에 주둥이를 살짝 담그고 먹이를 찾는 저 새들은 바다에서 살아가기에는 너무 연약하게 만들어졌단 말이야
노인은 바다를 늘 ‘라 마르˝라고 생각했는데, 이는 이곳 사람들이 애정을 가지고 바다를 부를 때 사용하는 스페인 말이 었다. 물론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바다를 나쁘게 말할 때 가 있지만, 그럴 때조차 바다를 언제나 여자인 것처럼 불렀다.
젊은 어부들 가운데 몇몇, 낚싯줄에 찌 대신 부표를 사용하고 상어 간을 팔아 번 큰돈으로 모터보트를 사들인 부류들은 바 다를 ‘엘 마르‘라고 남성형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들은 바다를 두고 경쟁자, 일터, 심지어 적대자인 것처럼 불렀다. 그러나 노인은 늘 바다를 여성으로 생각했으며, 큰 은혜를 베풀어 주 기도 하고 빼앗기도 하는 무엇이라고 말했다. 설령 바다가 무섭게 굴거나 재앙을 끼치는 일이 있어도 그것은 바다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려니 생각했다. 달이 여자에게 영향을 미치 는 것처럼 바다에도 영향을 미치지,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