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에게는 과거가 없고 불행한 사람에게는 과거가 있다‘‘(p15)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이란 제목은 일본 정신이 바로 철로고 철로가 바로 일본 정신인거야‘‘라고 나카무라 소령이 하이쿠 시인인 바쇼의 구절을 마음 속으로 인용한 대목에서 볼 수 있다.제목에서 느껴지는 신산한 의미가 장을 넘어갈수록 더욱 몰입되게 된다. 장마가 계속되는 이 시기에 전쟁의 굶주림과 더러움을 활자로 읽고 있자니 이 모든 것들이 더 역겹고 더럽게 느껴진다. 책 속에서 똥통에 빠져 죽은 가디너의 몸에서 나는 냄새가 콜레라를 번지게 하는 병균처럼 달라붙는다.다리 절단 수술을 받다가 죽은 잭 레인보우의 고통이 먼북으로 가는 좁을 길 위에 사방으로 뿜어져 붉게 적신다.죽을 만한 날이었다. 그날이 특별한 날이어서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특별한 날이 아니기 때문어었다. 매일매일이 죽을만한 날이었다. 그들을 압박하던 유일한 의문, 그러니까 다음 차례가 누구일까 하는 의문의 답이 이거였다. 죽은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감사의 마음이 그들의 뱃속을 갉아먹었다. 굶주림과 두려움과 고독도 그들의 뱃속을 갉아 먹었다. 그 의문이 다시 기운을 차리고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모습으로 되돌아 올 때까지. 그들이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답은, 서로 의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그들은 ‘나‘가 아니라 ‘우리‘였다. (p369~370)결국 남은 것이라고는 더위와 비구름, 벌레와 새와 동물과 식물밖에 없었다. 그들은 과거를 알지도 못하고 신경쓰지도 않았다. 인간은 많은 것 중 하나에 불과하며, 이 모든 것은 살기를 갈망한다. 그리고 삶의 가장 고귀한 형태는 자유다. 인간이 인간답게, 구름이 구름답게, 대나무가 대나무답게 사는 것.(p375)태양을 향해 날아올랐던 모는 것들이 빛 속으로 사라지는 한 순간을 향해 쉼없이 좁은 길을 향해 난다.